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사진=박건도 제주가치 사무처장)
26일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사진=박건도 제주가치 사무처장)

심각한 제주도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제주특별법이 사실상 고용의 질을 악화시켰다는 의견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26일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제주도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고 임금 수준도 전국 최하"라며 "이는 신자유주의 실험 모델인 '국제자유도시' 조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현행법의 모태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으로 이는 2002년 제정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이어지다 고도의 자치권을 목적으로 하는 현행 제주특별법(2006년)으로 모습을 바꿨다. 

현행 제주특별법은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 지방분권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이 법의 목적은 국가발전을 위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다.

그렇다면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하기 위해 온갖 규제를 완화하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였는가. 

홍영철 대표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계획들을 들여다보면 복합리조트를 키워 관광개발을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며 "관광·서비스업은 제조업 등에 비해 투자되는 자본 대비 고용 비율이 낮고 비정규직 형태가 많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전국에서 임금 소득이 제일 낮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시도별 임금·근로시간 조사 및 지역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89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적었다. 이는 전국 평균 임금 378만8000원의 76.3% 수준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43.8%(전국 평균 36.3%)로 강원도(36.3%), 전라북도(44.1%)에 이어 3번째다. 

홍 대표는 "현행법을 근거로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이 수립됐고, 그 계획에 따른 건설과 관광서비스에 치우친 산업구조가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020년 7월 발간한 '제주지역 고용구조 변화와 향후 과제'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2011년 이후 관광 및 건설업 호조로 노동시장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었지만 2018년 관광, 건설 등 주력산업 부진으로 고용 증대 확대가 점차 축소됐다. 청년고용률(15~29세)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세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하락하는 추세로 조사됐다. 

그는 "(고용의 질을 높이려면) 도민의 삶을 결정짓는 현행법 내 국제자유도시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전부개정안 논의의 핵심"이라며 △제주특별법 완전 폐기 △국제자유도시 부분만 점진 폐기 △특별자치도(정치)와 국제자유도시(경제) 분법 이 세가지 대안을 놓고 현실적인 방안을 시민사회 단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20대 청년 김해건(26) 씨는 "지금까지 제주특별법이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자치권을 제주도가 행사할 수 있는 법인 줄 알았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가 제주특별법과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늘어나고 있는) 제주 청년들의 도외 유출을 막고, 살고 싶은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공급돼야 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고민이 특별법 개정 논의에 들어가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면서 "제주에 남은 청년들은 JDC에 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4~5년씩 공부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유효성을 상실한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지역 개발 모델을 아예 폐기하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성장과 개발 중심의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제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없음은 제주 고용지표가 말해준다. 해서 제주가치는 '세계생태평화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현행법을 전부 개정해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 등 도민 복리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식 제주가치 전략기획위원장은 "(제안 내용이 아직은) 미흡하지만 국제자유도시를 완전 폐기하고 아예 세계생태평화도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제주도 자연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환경기여금을 조성하고 제주자치도의 특성에 적합한 생태대학, 농업대학, 평화대학 등을 설립·운영해 지역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기존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도산하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국제생태평화센터를 새로 설립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평화센터를 특수 법인으로 만들자고 했다. 이는 유네스코 3관왕, 람사르습지, 곶자왈, 중산간, 공동목장 등 환경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그에 따른 '생태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자는 구상이다.

이에 박건도 제주가치 사무처장은 "'생태 일자리'가 청년들이 바라는 궁극의 일자리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청년의 한 사람으로) 한라산은 지켜졌으면 좋겠지만 한라산 지킴이를 생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특별법은 제주에 살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다양하게 디자인 할 수 있는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사실 대안이 뭔지는 모르겠다. 이런 논의의 자리에 청년들이 초대된 적이 없다. 도내 산업구조나 정치 시스템이 특별법에 의해 규정된다면 새롭게 만들어질 법이 미래세대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건데, 그동안 특별법 전부개정안 논의에 청년들은 배제돼 있던 건 아닌가 싶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박찬식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원장은 "제주가치가 세계생태평화도시를 새로운 방향성으로 제시했지만 그것을 도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법에 넣는 건 강제"라며 "특정한 목적성을 가진 법이 전부개정안에 들어가야 한다면 분법이든 하나의 법이든 도민의 선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기존 목적 조항을 다른 목적 조항으로 바꾸는 논의에서 그치지 말고 몇년이 걸리더라도 광범위한 토론 등 공론화를 통해 제주도의 새로운 미래 가치와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을 비롯해) 제주도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주민자치라는 궁극의 취지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략도 중요하지만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 논의를 위한 토론회는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대안공연구공동체,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들은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와 민자당 타도를 외치고 산화한 양용찬 열사 추모 30주년을 맞아 그의 정신에 맞는 특별법 의제들을 모아 도민 차원의 입법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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