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공청회. (사진=박소희 기자)
22일 오전 10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공청회. (사진=박소희 기자)

“제가 토론자만 아니면 시민사회단체가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함께 피켓을 들고 싶은 심정이다” 

22일 오전 10시 제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지정 토론자로 초대된 고성보 제주대 교수는 국제자유도시 폐기를 촉구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감귤농사 등 1차산업과 관련된 계획이 전무하다. 제주지역 현황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냐”고 쏘아붙였다. 

앞서 37개 정당 및 단체로 구성된 '국제자유도시폐기와 제주사회대전환을 위한 연대회의'는 공청회가 열리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앞에서 개최 30분 전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 "국제자유도시 실험은 실패했다"며 폐기를 외쳤다.  

제주도는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기간이 올해 만료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 제3차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향후 10년 간의 제주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인 만큼 열악한 노동환경, 농촌 공동화 등 현재 제주지역사회 문제를 해소하려는 고민이 담겨야 한다. 또한 미래 여건 변화에 관한 선제적 대응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용역비 12억 8300만원 투입해 만든 10년 짜리 제주도 정책 방향에 도민복리는 물론이고 환경수용력, 1차 산업 경제성 제고 고민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 관련 규제가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데 이에 관해 뾰족한 대안도 없어 '국제'자유도시가 표방하는 국제 경쟁력 또한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기' '엉망' '기만' 등의 거친 표현까지 오간 이날 평가는 “환경수용력은 고사하고 개발사업조차 정리 안 된 12억 짜리 휴짓조각”이라는 앞선 도의회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공청회 플로어에 있던 박원철 제주도의원은 총체적 부실 원인을 짚으며 이번 종합계획에 담긴 문제들을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박원철 의원은 이날 “용역진을 살펴보면 환경과 농수축 관련 연구진이 단 한명도 없다. 전부 도시계획이나 건축 전공자들 뿐이다. 딱 한 분이 산업・경제 전공이더라. (지정토론자로 나선) 여러 교수들도 문제제기를 했지만, (전공이 없으니) 환경과 1차산업 관련 계획이 없을 수 밖에 없다”며 “(그쪽 분야에) 제대로된 연구진이 없으니 12억원 짜리 용역이 허술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용역을 담당한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계획을 살펴보면  2031년까지 투입되는 사업비는 총 17조 8629억 원. 이중 15개 핵심사업에 7조 7646억원을, 107개 전략별 사업에 10조 억 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먼저 제1호 핵심산업인 ‘제2공항 연계 스마트 혁신도시 조성’을 문제 삼았다. 제3차에서 새롭게 등장한 제2공항 신규 사업은 중간보고회 당시 없었다. 그러나 최종계획에 제2공항 관련 사업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이에 박 의원은 “2031년 제주 목표 관광객을 1800만명으로 설정했는데, 국토부는 현 공항으로 3400만 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밝힌 바 있다. 산술적으로 현공항으로도 1700만 명 더 수용할 수 있다는 소리”라며 “제2공항 강행을 위한 것으로 충분히 오해 받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20일 진행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공청회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박원철 제주도의원. (사진=박소희 기자)
20일 진행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공청회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박원철 제주도의원. (사진=박소희 기자)

그는 전략2에 해당하는 '제주형 혁신 물류단지 조성 사업(3765억원)'과 ‘중산간 순환도로 및 스마트 환승허브 사업(1조750억원)’도 문제 삼았다.

제주 동서남북 4대 권역 연결망을 구축한다는 도로건설 사업을 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로 본 박 의원은 “(해당 사업들이) 균형발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제주항 물류단지를 개발해 제주시를 지금보다 더 비대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포화 직전인 도내 하수 처리 용량과 관련해서는 “(계획안에서는) 32만 톤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현재 제주도 총시설용량은 25만톤이다. 이건 사기다. 공청회에 그런 계획안을 내놓고 전문가들 불러...”라고 말하다 말문이 막힌 박 의원은 "새로운 혁신도시를 조성하겠다면 기존 추진된 서귀포 혁신도시 사업에 관한 경제성 분석을 먼저 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경제성이 있으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맞지 않나. 이대로 도의회에 제출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호통쳤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한 도민은 제3차 종합계획안을 “기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부터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도민참여단을 운영했다. 최초로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제주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인데, 여기 참여했던 이길주 씨는 6차례 이뤄진 도민참여단의 웃지 못할 상황을 전했다. 

도민참여단의 경우 주거, 인프라, 산업・관광, 환경・문화, 교육・복지, 청소년 이상 6개 분과로 나눠 운영했다. 120쪽 분량의 종합계획안에 담긴 도민참여단 운영 성과는 4페이지다. 

이 씨는 작년 7월 "2차 종합계획이 야기한 문제는 무엇이고, 성과는 무엇이냐.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제3차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토연구원 측에 자료를 요구했다. 

도민참여단 반 이상은 이주민이었고, 사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도민도 국제자유도시가 가진 의미와 제주특별법과의 관계를 제대로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씨는 "그런데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장난이냐?" 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인프라 팀의 경우) 마지막 토론에는 겨우 5명이 참여했다. 그런데도 ‘최초의 도민참여형 계획’이라고 말하는 건 기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2페이지 분량으로 담긴 도민・관광객 설문조사 역시 “기만”이라고 했다. 

설문조사는 제주도민 1003명과 관광객 507명을 대상으로 현안과 국제자유도시 사업 달성도 등의 질문이 이뤄졌다. 이에 “6명 참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 사람에게 포스트잍 10개 붙여도 된다. 20개 붙여도 된다는 식으로 진행했다. 포스트잍 여러개 붙어 있으니 사진은 근사하게 나왔다. 전국적 아이디어 공모도 그렇다. 국제자유도시 그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제주도민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도 답답해서 제1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평가보고서를 찾아봤다. 2003년에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지적 똑같이 하고 있더라. 그걸 읽었다면 이런 식으로 만들면 안 된다”며 “(가장 심각한 것은) 저는 인프라 분과에 참여했다. 우리팀 3분의 2가 제주제2공항 건설에 반대했다. 나중에 보니까 인프라팀이 찬성했다고 나오더라. 이게 사기지 도민참여형 계획이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용역을 책임지고 있는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도민참여단 이야기는 따로 하자"며 말을 막았다. 

이에 이 씨는 “이런 이야기를 공청회에서 하지 어디서 하냐”며 “시간이 없다는 말은 도민참여단 시작할 때부터 줄곧 들은 이야기다. 제주도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하는 사안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현원학 생태교육연구소장도 “국제자유도시 안에 도민 복리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이번 계획안은 도민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행정을 위한 계획”이라고 일갈하며 발언 시간이 1인당 5분으로 제한되는 것을 따갑게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섬이다. 쓰레기 매립장 하나 짓는데만 10년이 걸린다. 제주 환경 수용력에 대한 고민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기후위기 바로미터다. 환경 규제가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상황이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기반한 사업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종합계획에 국제 이슈인 기후변화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수립' 공청회는 제주도가 주최하고 국토연구원 컨소시엄(유신, 청풍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제주연구원이 주관했다. 발표는 조판기 국토연구원이, 좌장은 민기 제주대 교수가 맡았다. 이날 고성보・김동욱・김일환・이동욱 제주대 교수와 고보선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현원학 생태교육연구소장,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대로 한라일보 정치부장 이상 8명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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