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녹지국제영리병원 설립 허가 취소를 촉구하고 있는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노동·시민·보건의료단체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위해 대법원 앞에 섰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도민 공론화 결과를 무릅쓰고 개설 허가를 내주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받았던 녹지국제병원.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여부가 결정될 상황이다. 앞서 제주도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주식회사(이하 녹지국제병원)가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의 항소심(2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노동·시민·보건의료단체들 4일 오전 10시 30분 대법원 앞에서 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날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가 함께했다. 

이들은 "녹지국제영리병원은 국내적으로도 국외적으로도 부패와 범법으로 점철된 ‘국내 1호 영리병원’"이라면서 "대법원은 사법기구의 최고 결정 기구로서 명백한 공익에 근거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8일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 대해 원심을 깨고 제주도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대리인과 항소심(2심) 판결 내용을 검토한 결과 제주도는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엇갈린 점 △의료법 해석에 관한 법률적 해석 여지가 있는 점 등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공통 결론을 내렸다.  

녹지국제병원은 2015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서 의료 사업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그해 8월 제주도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2017년 7월 28일 완공했다. 대한민국 첫 영리병원으로 개원 준비를 마쳤지만,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공공의료성 훼손 문제가 제기됐다. 

2018년 제주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도민은 ‘영리병원 도입으로 인한 공공의료 약화’를 개설 불허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는 금하고 외국인 진료만 허용한다’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걸었다. 

병원측은 조건부 허용에 반발, 개원을 미루고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4월 17일 제주도는 국내 의료법에 따라 3개월 기한을 넘긴 채 개원하지 않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병원측은 허가를 취소한 행정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은 제주도에 손을 들었고 병원측은 항소를 제기, 2심 재판부는 "허가사항 변경으로 3개월 내 미개원은 정당하다"면서 녹지에 손을 들어줬다. 

노동·시민·보건의료단체들 4일 오전 10시 30분 대법원 앞에서 제주영리병원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이에 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는 국내 의료법이 정한 3개월의 기간 내 녹지측이 병원 개설을 하지 않아 의료법 제64조에 따라 개설허가가 취소된 것”이라면서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후 중국녹지그룹은 병원 개설을 위한 어떠한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병원 개원을 위한 적극적 노력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작 제주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데 연루된 관계자들은 모두 감옥에 있는데 이를 바로잡았어야 할 문재인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제 대법원이 현재 공중보건 위기를 분명히 인식하고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료공공성에 근거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더이상 낭비적이고 쓸모없는 영리병원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회복력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대법원이 녹지국제영리병원 소송 핵심이 제주도 내 병원 하나가 닫고 여는 행정 절차 심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녹지그룹이 ‘내국인 진료제한’ 에 불복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 국민이 진료를 받는 병원의 영리병원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이는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 확산으로 이어지게 될 우려"가 있어서다. 

단체들은 "감염병과 기후재난으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윤 우선주의에 기초한 영리병원이 아니라 헌법에 기초한 모두의 치료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더 많은 공공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대법원에 의견으로 제출할 온라인 '녹지국제영리병원 설립 허가 취소소송' 등에 대한 공동 탄원서'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으며 4일 현재 38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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