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처음 가본 제주 돌문화공원은 다른 평범한 공원들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늠름한 오백장군상들, 웅장한 방사탑들, 수많은 돌하르방들이 풍기는 신성한 기운이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설문대 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표현한 예술적인 돌들, 연못들, 초가집들이 제주의 돌문화를 완벽하게 표현해주었다. 정말 잘 만든 공원이라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공원의 분위기를 깨는 뜬금없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
저 멀리 보이는 빨간 하트 포토존은 공원의 분위기를 깨는 것으로 모자라 눈에 너무 잘 띄었다. 돌한마을 가는 길에 있는 웃는 얼굴 항아리도 분위기를 깨는 건 물론이고 섬뜩했다. 또 죽솥을 상징한 연못 주위로 포크레인이 꽃밭을 만들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꽃과 돌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그냥 잔디밭으로 해도 예쁠 것 같은데 왜 꽃밭을 만드는지 이해가 잘 안 됐다.
이런 것들에 대해 같이 있던 사람들 중 작년에도 돌문화공원을 왔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고 돌 민속품 야외전시장 앞에 넓은 유채밭도 원래 억새밭이었다는 걸 들었다. 넓은 억새밭은 공원과도 잘 어울리면서 장관이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채로 뒤덮어버렸는지 이해 불가의 연속이었다.
공원 디자인 담당자 측이 돌에 대해, 공원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걸 막 설치한 것 같았다. 제주에 대해, 돌에 대해 잘 모르는, 그냥 평범한 공원을 만들던 사람이 디자인을 맡은 것 같기도 했다.
공원에 온 관람객들은 공원의 주인공인 돌들은 하나도 안 보이는 잔디밭에서 이상한 의자에 기대 누워있거나 설문대 할망 신화에서 나오는 물장오리를 표현한 하늘 연못에서 물놀이를 했다.
또 걷는 사람보단 전동차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제주의 돌문화를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초심을 지켜야 할 공원 측도, 돌문화 공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듯한 관람객들도 그 멋진 곳을 망치는 모습이 안타깝고 씁쓸했다.
공원 측에서 이것들에 대해 더 고민해서 제주를, 제주의 돌문화를 살리며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공원의 모습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제주에 온 지 겨우 2달 된 17살짜리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웃길 것 같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아쉬운 모습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돌과 문화가 세상에 더 알려지길 바라고 그 과정에서 돌문화공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한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게 돌문화공원이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유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 1년차 17살 박은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