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내 100km를 행진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볍씨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내 100km를 행진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10월 2일부터 3일까지 100km를 걸었다. 학사 식구들은 단합을 위해 24시간 안에 걷는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좋은 기대가 가득했다. 내가 상상한 이미지는 새벽에 기분 좋게 해안도로를 걷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멋있게 그 길고 긴 길을 완주한 후 다 같이 기뻐하는 상상. 너무 뿌듯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적극 찬성했다.

기다리던 행진 당일이 됐다. 다같이 힘차게 노래 부르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하지만 100km는 쉽지 않은 거리였다. 다리는 점점 아파 오고 졸음이 찾아왔다. 그래서 자정 이후부터 해뜨기 전까지는 졸면서 걷는 '졸음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잠을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해가 떴다. 그러자 졸음은 달아났고 나는 분위기를 뛰우고 친구들이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리가 정말 아팠다. 과도하게 관절이 움직인 것인지 무릎과 골반은 쑤시고 정강이와 발바닥은 부어올랐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물집이라는 더 큰 장애물이 있었다. 친구들은 발바닥에 잔뜩 잡힌 물집으로 인해 발을 내딛는 것 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나라도 더 힘을 내야겠다고 강하게 느꼈다. 행진 대열의 앞뒤를 오가며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쳤다. 친구들도 나의 에너지에 힘을 받아 빠르게 걸어 나가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힘이 부쳤다. 다리 감각은 사라져 사실상 기계처럼 걷게되었다. 

볍씨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내 100km를 행진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볍씨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내 100km를 행진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특히 유독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었다. 올해 9월에 제주학사에 들어온 A였다. 그 친구는 미국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받아왔고 볍씨와는 반대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존 볍씨 친구들보다 체력이 약해서 많이 힘들어했다. 걷는 속도 역시 현저히 느렸다.

더군다나 A는 24시간 안에 달성해 성취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보였다. 나는 그 친구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힘든 행진을 성공하며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고 강하게 성취하는 것을 상상하며 그래도 목적만큼은 가지고 가기 바라는 진심이 있었다.

그때 친구들이 A를 한 번씩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A를 먼저 업었다. 다른 친구들도 피하기보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자신도 기꺼이 몸을 내주었다. 그 모습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도 다리가 제일 아플 때 A를 업었다. 힘들었지만 친구들이 옆에서 파이팅을 해주니 더욱 힘이 났다. 그리고 이후 걸을 때 그 힘을 이어갈 수 있었다.

A도 끝까지 해보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때 마음이 뜨거워졌다. 행진에 함께하는 볍씨식구 모두가 하나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24시간 안에 100km를 달성한다는 목표 하나로 모두가 일심동체 되어 똘똘 뭉쳤다.

각자가 어떤 상황이든 간에 포기하려 하기 보다는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서로 나눠주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물집이 많이 잡힌 사람, 신발이 불편한 사람,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 누구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볍씨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내 100km를 행진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볍씨학교 학생들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도내 100km를 행진했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이를 몸소 느낀 장면은 내가 A를 업은 다음이었다. 내가 힘을 다해 A를 내려놓은 순간 방금 전 업었던 친구가 와서 다시 그 친구를 업고 아주 긴 거리를 걸었다. 주위에 있는 모두가 동시에 그를 위해 함께했다. 우리는 하나였다. 계속해서 그 마음을 가지며 갔고 가슴은 뜨겁게 타올랐다.

결국 목적지인 선흘에 다다르고 스마트폰에 우리의 이동거리가 정확히 100km가 찍혔을 때 소요시간의 스톱워치는 23시간 46분이었다. 환호했다. 강렬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목적을 이루고 나니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현실적으로 24시간 안에 해내기에는 무리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같이 힘을 모아 극복해냈다. 떠오른 기억들은 엄청난 성취감과 행복감을 줬다. 고통으로 부터의 해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우리가 해냈다’라는 것, ‘우리는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 아마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나는 이번 100km 행진을 통해 우리 학교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고 느낀다. 다같이 힘을 모으는 경험을 진하게 하고 나니 더욱 끈끈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 이 문장이 계속 맴돈다.

“100km도 24시간안에 걸은 우리가 무엇을 못하리!”

*글쓴이 천유섭> 제주 볍씨학교에서 중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 광명에서 생활하다 제주로 내려와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 생태 친화적인 일상을 보내고,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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