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박은유군.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제주볍씨학교에 재학 중인 박은유군.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볍씨학교에 2년째 다니고 있는 18살 박은유입니다. 이번 7월에 방학을 보내며 읽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은 우리 인간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그 결정적 요인이 친화력이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된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의 특출난 능력들을 얼마나 무의미하게 만드는지 고민하며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 이 글을 읽고 미디어가 본질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라는 책에선 영장류들, 그중에서도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 종이 우월한 친화력으로 번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며 초월적인 문명을 이룩하면서 여러 지구적, 사회적 문제를 직면하게 됐습니다. 저는 여러 문제 중에서도 청소년 미디어 문제가 우리 종의 특출난 능력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영장류에겐 우월한 자제력과 인지능력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종은 특별하게 친화력이 좋습니다. 그 차이점은 신체적으로도 나타납니다. 우리 종만 유일하게 상대방과 눈맞춤 할 수 있는 하얀 공막과 이상하게 큰 뇌를 보호하는 풍선형 두개골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종은 이 장점들을 잘 활용하며 살아오다 산업혁명을 맞이했고, 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은 역효과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는 돈을 좇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능을 깨웠습니다. 우월한 친화력으로 여러 관계를 맺어야 할 시기에 미디어에 빠지는 일이 허다해졌죠. 미디어는 우리의 장점인 친화력과 인지능력, 자제력을 조금씩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볍씨학교 학생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제주볍씨학교 학생들.  (사진=제주볍씨학교 제공)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배워야 하는 것들을 배우지 못하니 성인이 돼서도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집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도 어렵게 되죠. 미디어는 아무 생각 없이 종일 고개를 숙이고 있게 만들어 우리의 풍선형 두개골이 보호하고 있는 큰 뇌와 눈맞춤을 가능하게 해준 하얀 공막을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미디어가 없던 시절엔 이웃들과의 유대감, 친구들과의 우정 등 넓고 깊은 관계가 금방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사회적, 정서적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습니다. 현시대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하며 보내는 시간에, 그 시절 청소년들은 새로운 경험을 쌓아나갔을 것입니다.

누구나 알 듯 청소년기에 경험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 아까운 시간에 SNS 등 미디어에 빠져 무의미하게 보내는 건 어른이 되면 참 후회할 일이에요. 현재 사회에선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것,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미디어에 빠진 이들에겐 이것들도 귀찮은 공부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비교적 미디어를 멀리하는 이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미디어를 할 시간에 새롭게 쌓은 관계들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며, 더 다양한 방면으로 우리의 창조성을 발휘하게 해주는 통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휴대폰을 보며 집을 나오는 것과 이웃과 인사하며 집을 나오는 것. 관계적 측면에서나 정서적 측면에서나 인사를 하는 편이 우리에게도 남에게도 참 좋은 일입니다. 폰 화면에서 벗어나 내 삶을 만들어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삶의 질이 달라지고, 우리의 뇌는 더 깨어날 것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