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학교 제주학사에서는 ‘가족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프로그램은 부모를 자신의 부모님으로 보는 것이 아닌 독립된 한 사람으로 보며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다. 가족사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같이 살아왔던 부모의 성격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도 돌아볼 수 있다.
이번 년도 역시 가족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먼저 부모님들께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으로 뽑아서 정리했다. 자신의 터닝포인트, 학창시절이야기, 직업등 살면서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 또 궁금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각 부모님들께 보냈다. 부모님들은 답변을 해 주셨고 답변해 주신 것을 정리해 부모님의 인생사를 정리했다.
나는 가족사를 하는 시간이 두려웠다. 가족문제는 외면하려했고 일부러 피했다. 우리집은 내가 8살이 되던 해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다.
그 당시 나는 ‘이혼이 나 때문 아닌가’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다. 이혼은 나에게 아주 큰 상처로 다가왔고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하기보다는 외면하고 피하려고 했다.
그 행동은 내가 학사에 오기 전까지도 계속 되었고 피하려고만 한 나에게 부모님을 이해하고 모든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하는 가족사는 그래서 더 두려웠다.
그 상태로 가족사를 시작했다. 엄마의 가족사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했던 행동들이 후회가 되고 슬펐다. 나는 엄마를 한번도 한 인격체로 본적이 없고 항상 누구의 엄마라고 불리던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도 없었다.
엄마의 가족사를 하는데 엄마가 평소에 하던 행동들과 말들이 이해가 되었다. 어렸을때의 아픔과 경험들이 지금의 엄마를 만들었고 그래서 엄마가 이해되었다. 그래서 더 후회가 되었던 것 같다. 엄마가 하는 행동에 공감해 주지 못했고 보듬어주지 못했다. 같은 가족이면서 외면하려고 했던 내가 후회되었고 미안했다.
가족사를 하며 마지막에 부모에게서 닮고 싶은 점을 이야기를 했다. 나는 1%로의 가능성만 있어도 부딪히는 용기를 닮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항상 두려움이 없는 것처럼 용기있어 보였고 시련이 다가와도 피하거나 숨는 것이 아닌 맞서 싸웠다. 나의 모습과는 정말 달랐다. 나는 시련이 오면 숨거나 외면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용기있는 엄마의 모습들은 이런 찌질한 내가 배워야 할 모습이었다.
가족사를 하게 되면서 부모를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게되고 그럼으로써 배우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알게 되는 것은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이혼에 대해서 부정적이게 생각을 했던 나도 가족사를 통해 이혼에 이유와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동기 그리고 그때의 마음까지 느끼고 공감하며 내 속에서 후회된 일들도 많았고 내 마음속에서 정리 된 것도 참 많았던 것 같다.
가족사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부모를 누구의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 개인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부모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가족사를 통해서 나에 대해서도 더 집중 할 수 있었다. 항상 자식, 부모 관계로만 있으니 한 사람을 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힘들고 한번도 그러한 경험이 없다. 하지만 가족사를 하며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면서 부모와 나를 구분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나에게 더 집중을 할 수 있었고 내가 부모에게 의지, 의존하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나, 개인으로 서는 연습을 시켜준 것 같다.
부모를 이해하는 과정은 참 어려웠지만 힘든 만큼 얻어가는 것도 참 많았다. 부모를 이해하게 되면 공감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나도 독립적인 존재로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나에 대해서, 부모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박서희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에 다니고 있는 16살 박서희입니다. 제주학사 1년차를 경험하게 되면서 저의 더 높은 성장을 기대하면서 내려왔고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이곳 제주학사에서 수많은 경험들을 하고 지내면서 저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고 있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부모와도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도 저의 성장과정 중 하나이고 이 글을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