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ying, 다분히 한국적인 죽음들

K-팝, k-드라마, K-푸드 등 K-컬쳐의 인기는 내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국뽕’을 자극한다. 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국가에 대한 ‘국뽕’이다. 임정의 주석을 역임한 김구 선생은 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마음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다소 민족주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평화론은 의미가 있다. 지금 한국은 김구 선생이 바라는 문화 강국에 이르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만화를 국내 유통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불안이 팽배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김구 선생의 바람이 이뤄졌느냐고? 이어지는 글을 보자.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문화강국이 되었다지만 김구 선생의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인류는 현재도 불행하다. 인류까지 갈 것도 없다. 한국인은 심히 불행하다. 입시경쟁과 학력주의, 재벌 시스템 그리고 지독한 노동문화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거기에서 인의, 자비, 사랑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사회는 오히려 죽음을 양산한다. K-다잉. 다분히 한국적인 죽음을 바라봐야 한다.

#노동자의 죽음

대표적인 K-다잉은 노동자들의 죽음이다. 최근 SPC 그룹의 계열사인 SPL의 제빵 공장의 노동자가 소스배합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많은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면서 SPC 그룹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지당하다. 기업도 법보다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경계하는 듯이 보인다. 거대 로펌을 곁에 둔 대기업에게 법은 꽤 만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동자의 피가 묻은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비단 빵만이 아니다. ‘피 묻은 반도체’, ‘피 묻은 아파트’, ‘피 묻은 급식’, ‘피 묻은 생수’... 노동자들의 피가 묻지 않은 영역이 없다. 생수 공장에서 현장학습 중 기계에 눌려 목숨을 잃은 이민호가 떠오른다. 그는 사회가 현장실습의 문제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김용균은 ‘피 묻은 전기’와 죽음의 외주화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했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지만, 기업들은 아직 노동자의 안전에 둔감하다. SPC가 증명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서 김용균 죽음을 알리며 눈물을 보이는 이태성 씨. (사진=민주노총 제공)
문재인 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서 김용균 죽음을 알리며 눈물을 보이는 이태성 씨. (사진=민주노총 제공)

#매일 37명이 자살한다

K-다잉의 다른 한 축은 바로 자살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위이다. 2021년 연령표준화 자살률(10만명 당 자살률)을 보면 한국은 23.6명이다. 1만명 중 2명이 넘는다. 매일 3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OECD 평균(11.1명)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젊은 층에서 자살률이 높게 나오고 있다.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연령대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아프니까' 자살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과도한 입시 경쟁에 내몰렸고, 학벌주의와 능력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그러나 그럴수록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은 더욱 공고히 YuJi되어 왔다. K-다잉의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교육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입시 경쟁은 청소년들을 벼랑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최근 교육의 흐름을 보면 학생들 발꿈치 뒤의 벼랑을 더욱 깊이 파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경쟁 교육이 주입하는 '낙오신화'

멀리 갈 것도 없다. 이곳 제주에는 학생들의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인물이 교육감으로 선출돼 자리에 앉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경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주, 한국의 교육에 전인교육이 들어설 틈이 보이지 않는다. 경쟁 교육이 만들고 주입하는 신화는 1%의 '성공신화'가 아니다. 99%의 '낙오신화'다. 입시 경쟁 강화가 청소년의 자살률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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