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이번 제주시·서귀포시장 임명에 대한 상식적인 평가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3일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고 있는 두 인사를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 자리에 앉혔다. 강병삼 씨와 이종우 씨다.
이제 두 인사를 어엿하게 시장으로 불러야 한다. 농지 전용을 막고 부동산 투기를 감시해야 하는 부하 공무원들은 이 둘을 ‘시장님’으로 ‘모시게’ 된다. 오영훈 지사는 도정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농지법 위반은 별다른 장애가 되지 못한다는 신호를 줬다. 준법정신을 갖고 살기보다는 선거 때 잘 모시는 것이 오영훈 도정에서는 출세의 열쇠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강병삼 제주시장의 경우 공동명의로 사들인 농지에 대해 재산증식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사청문회에서 인정했다. 이른바, ‘부동산 투자’라면서 투기 논란을 피해 가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강 시장이 당시 취득한 토지가 ‘농지’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 시장이 법을 잘 아는 변호사라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그가 농지법을 모를 리 없을 터. 농사가 목적이 아니라 농지법 위반 문제가 따를 것을 알면서도 재산증식을 위해 농지를 사들인 것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다시 팔 목적으로 산 것이고 이는 엄연히 투기 행위로 봐야 마땅하다.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서 해당 농지를 사들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병삼 시장은 제주도의회 인사청문위원회에서 시장직 수행 부적격 판단을 내리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시장 임용 여부를 떠나 이 토지들은 조속히 처분계획을 세우고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할 생각이다. 공익에 대한 관점과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강 시장은 자신이 보유한 농지 매각 시 상당한 시세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흔한 약속조차 하지 않았다.
이종우 서귀포시장에 대한 임명 강행 역시 한숨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남제주군의원과 제주도의원을 지낸 이력이 있는 이 시장은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업직불금을 수령하고 농민수당까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농사를 짓는 농업경영체 등록 농민에게 1년에 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데, 이종우 시장도 농민수당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꼼꼼하다.
거기에 더해 자녀가 보유한 토지도 논란이 됐다. 자녀 중 한 사람이 농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강성의 인사청문위원 이 자녀가 농사를 짓고 있는지 묻자 이 시장은 "시장에 취임하면 바로 조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후보로 나서기 전에 조치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러나 오영훈 지사는 그 둘은 각각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도민의 대한 예의를 버린 조치로 봐야 한다. 특히 나날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자신이 농사를 지을 땅을 구하지 못하고 농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수많은 임대농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다.
오영훈 지사는 농지 가격 상승에 기여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는 인사들을 시장 자리에 앉혔다. 이런 상황에서 오 지사가 앞으로 농지법을 위반하는 이들을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내로남불’이 정치인의 기본 역량에 가까운 세태를 보건대, 오영훈 지사 역시 그런 역량을 충분히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영훈 후보 캠프는 허향진 후보를 겨냥해 농지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오영훈 후보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허 후보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며 “농업인도 아니면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이든, 자경을 못해 임대로 준 경우이든 농지법 위반 소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오 지사는 이렇게 이번 인사를 통해 도정 불신을 자초했다. 그와 함께 두 시장의 자질을 넘어 최종 인사권자인 자신의 자질을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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