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보호를 이유로 마라도내 고양이를 반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동물권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실현 가능한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
전국 동물권 단체 22개로 꾸려져 있는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뿔쇠오리 등 야생생물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마라도내 고양이는 지난해 5월 기준 110여마리로 추산된다. 이 곳 고양이는 10여년 전 주민들이 쥐를 잡기 위해 들여왔지만, 개체 수가 크게 늘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서귀포시 등은 최근 회의를 열고, 이달 중 마라도 고양이 반출 결정을 내렸다. 최근 고양이의 개체 수가 크게 늘면서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관계당국은 주민들이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양이 10여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포획해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구체적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국행동은 야생생물 보호조치의 필요성과 여러 위협요인을 분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하지만 반출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고양이가 뿔쇠오리 개체 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조치를 강행하고 있고, 실현 가능한 보호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단체는 "표면적으로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한 후 가정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약속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양이 서식과 뿔쇠오리 멸종의 인과관계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행동은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몰아내야 할 만큼, 고양이가 절대적 존재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의문이 든다"라면서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 서민환 자연자원연구과장은 언론을 통해 '뿔쇠오리는 일반적으로 접근이 힘든 바위절벽틈에 번식하기 때문에 정확한 번식지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마라도의 쥐들도 박멸할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자연에서 서식하는 생물을 인위적으로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뿔쇠오리 보호를 위한 근본적 연구와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전개하는 현 조치는 결국 고양이를 몰살하는 결과만 초래할지 모른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해외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자료는 조류 멸종의 가장 큰 요인으로 인간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환경파괴, 기후위기 등을 제시한다. 그만큼 다양한 요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역동물인 고양이를 반출하는 조치는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인 조치"이라면서 "수십여마리나 되는 개체를 적절한 가정에 입양보낸다는 대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묻지마 입양'을 통해 열악한 곳으로 보내질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제주도 관계자가 타 지자체 보호소 양도 또는 육지 방사를 대책으로 낸 것처럼 '안전한 보호' 역시 허울에 불과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뿔쇠오리 개체 수 감소에 위협이 되는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라"면서 "반출될 고양이에 대한 실행 가능한 보호방안을 수립하고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