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작부터 밀실로 진행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철남)는 3일 특별자치행정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용역 착수보고회 비공개 진행을 문제 삼았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박경숙)는 지난달 2일 오후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공론화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제주도는 박경숙 위원장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취재진을 퇴장시켰고, 관련 자료도 일체 제공하지 않았다.
한동수(이도2동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도의원들도 보고회 하루 전인 2월 1일 착수보고회를 개최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오영훈 도정이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 내세운 명분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진정한 도민주권 실현".
고도의 자치권과 주민자치의 조화를 위한 주체가 다름 아닌 도민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시작부터 밀실로 진행하면서 도민은 물론이고 대의기관도 '뒷전'에 두는 모습이다.
아울러 제413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시작 하루 전인 2월 27일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하성용(서귀포시 안덕면,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집행부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기 위해 일부러 업무보고 시작 전 후속조치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집행부는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도의회에 뒤늦게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착수보고회 때 의원들 의견개진이 필요하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끝을 얼버무렸다.
한동수 의원은 "대체 어디에서 그런(도의원 의견 개진의 필요성) 말이 나온 것이냐. 의회냐 집행부냐"라고 따져 묻자 "같이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그런 부분들이 있었고, 저희들도 착수보고회기 때문에..."라며 내부 판단임을 시사했다.
집행부에 따르면 비공개 결정은 보고회 2~3일 전에 내렸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 그대로 공개되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충분한 고민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고, 언론에는 보고회 시작 직전 알렸다.
한동수 의원은 "용역 진행에 있어 투명성을 확보해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고, 신뢰성을 담보해야 용역 결과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정회 요청까지 고려했다"고 분개했다.
한권 의원(일도1·이도1·건입, 민주당)은 연구진과의 과업 내용 협의 시일이 과다하게 소요된 점, 최종 로드맵 공개가 지연된 점을 문제 삼았다.
도의회가 착수보고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행개위가 작성한 과업지시서 내용이 연구용역진 연구수행계획서에 전부 반영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착수보고회 당시 행개위가 제시한 과업지시서에 대해 '의미모호' '분석 필요성 의문' '분석 실익 부재' '명확한 개념 논의 필요' 등의 의견을 공개했다.
한 의원은 "이런 협의 과정과 내용도 도민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서 "과업지시서가 당초부터 잘못 작성됐거나 연구진이 실제 실행하기 어려운 과업을 사전에 배제 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물었다.
그러면서 연구진이 진행할 최종 과업수행계획서의 공개를 요구했다.
강철남 위원장은 용역 착수 시작부터 삐걱되자 ▲모든 과정의 투명한 공개 ▲명확한 책임 주체 설정 ▲도의회에 별도 현안 보고 ▲ 실현 가능한 구체적 안들 제시 이상 4가지를 주문했다.
강 위원장은 "행정체제 개편은 제주 최대 현안으로 봐도 무방하다. 제대로 추진하라는 의미에서 조직개편 당시 행정체제개편지원팀도 만들어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도민사회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 어떤 절차라도 비공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간보고회 전 별도로 현안 보고를 받겠다. 추후 일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