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검토 결과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부동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제2공항 백지화를 위해 싸우는 도청앞천막촌사람들'과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등 15개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3일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5일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반려 결정 이후 약 1년 반만"이라면서 "국토부는 평가서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 결과를 비공개 처리했고, 제주도와 협의 없이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6일 협의 의견을 밝힐 환경부는 잘못된 '반려' 결정을 '부동의'로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최근 환경부는 새만금신공항, 설악산 케이블카 계획에 조건부 동의를 내줬고, 사업지 곳곳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싸움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환경부는 정치적으로 독립, 존재 이유를 되찾아야 한다. 국토부의 하수인으로 국토 파괴 행위에 더는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면서 "환경부가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거스른다면, 우리는 불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법정 협의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환경부는 협의 기간 동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환국환경공단 등 관련 기관들에 평가서에 대한 검토를 맡긴다.
이들 기관은 △협의대상 여부 등 형식적 요건에 관한 사항 △주민 등의 의견 수렴 절차 이행 및 주민의견 반영에 관한 사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의 타당성 여부 등을 살피게 된다.
국토부는 앞서 2019년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제출했다. 이후 환경부의 검토 의견을 반영해 같은해 9월 본안과 보완서를, 2021년 6월에 재보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협의에 필요한 중요사항이 누락됐거나 보완 내용이 미흡하다며 반려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연구 용역에 착수한 뒤 지난 1월5일 보완한 평가서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해 협의를 재개한 바 있다.
다음은 성명 전문.
환경부의 환경파괴 부동의 한다! 제주 제2공항 부동의 하라!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에서 아이가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들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그들의 비행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물과 땅을 바라봅니다. 나무, 꽃잎, 오름, 숨골과 그 자리에 깃든 존재들 모두 하나의 생명입니다. 이름이 없어도, 이름을 몰라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삶들이 사라진다면, 사람의 삶도 사라집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숨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 5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다시 제출했습니다. 지난 환경부의 ‘반려’ 이후 약 1년 반 만이었습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한 협의 의견을 3월 6일까지 통보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가능성 검토용역 결과를 비공개 처리하고 제주도청과 협의도 하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저버렸습니다.
우리는 환경부의 책무 위반으로 속절없이 파괴되는 세계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 환경부는 새만금신공항, 설악산 케이블카 계획에 조건부 동의를 내주었습니다. 선거철마다 지역 정치꾼과 개발주의자들의 소재로 쓰이긴 했지만, 환경부가 독립 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한 착수되기 어려운 사업이었습니다. 환경부가 지금 눈감아주는 곳곳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친 싸움터가 될 것입니다. 많은 존재들이 죽고 다칠 것입니다. 그때라도 똑똑히 보십시오.
우리는 전 지구적 기후재앙과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환경부가 어떤 결정을 내놓든 그것이 올바르지 않은 결정이라면, 우리는 응당 불복할 것입니다. 그 불복과 저항의 시기가 오기 전 시민의 의무는 환경부에 올바른 결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여기에 모였습니다. 환경부의 잘못된 '반려' 결정을 이번엔 '부동의'로 바로 잡으라고 요구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뜻으로 요구합니다. 환경부는 정치적으로 독립해야 합니다. 국토부의 하수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토부의 국토 파괴 행위에 더는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산천생물 다 죽이고 종국엔 스스로 자멸에 이를 전국 신공항 사업에 ‘부동의’ 하십시오.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부동의’ 하십시오.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되찾으십시오.
다시 말합니다. 환경부가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거스른다면, 우리는 불복할 것입니다. 한화진 장관의 환경부에 ‘부동의’ 하겠습니다. 환경부를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
[도청앞천막촌사람들]
왜? 우리는 기다려야 하는가?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 각종 질병이 횡행한다. 인간은 자본의 위계 아래 질병을 극복할 기회를 빼앗긴 채 죽어간다. 고착되는 차별 속에 서로를 죽이는 전쟁을 치른다. 토건자본은 깊은 숲의 숨골까지 밀려들었다. 비인간생명체들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도로공사로 놓인 교량 밑에서, 잘린 숲에서, 메워진 바다에서, 깔려 죽고 치여 죽고 말라 죽고 총에 맞아 죽었다. 시신들이 길 위에 전시되었다.
우리는 묻고 또 묻는다. 국토를 파헤쳐 도로를 건설하고 활주로를 깔아 전쟁을 실어나르고 땅끝까지 값을 올려 집과 마을을 사고파는 것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길인가? 지역의 개발을 빌미로 유권자를 현혹시켜 선거를 치르고 정치인이 되는 개발주의자들에게 미래를 계속 맡겨야 하는가? 왜? 우리는 그들이 무엇인가를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가? 개발과 자본과 전쟁과 정치가 서로 협력하는 세상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더이상 기다리지 말자! 우리가 가자! 차별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직접 만들자! 우리가 먼저 평화의 길을 내자!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지난 2019년 여름,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낼 당시 우리는 마을 안에서 법정보호종이 발견될 것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을사람으로서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는지 확인만큼은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신 전문가와 함께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법정보호종이 계속 발견되면서 우리 마을이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과 동시에 국토부의 자료가 엉터리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토부는, 여름 철새가 머물며 잘 우는 시기엔 단 한 차례도 조사를 하지 않고 1월, 2월, 9월 하반기에 형식적인 세 차례 조사만 하여 정부의 공항 예정부지 내에서 쉽게 관찰되는 생물종들을 누락시키는 등 부실을 넘어 거짓된 보고서를 제출하였으며 그 후로 여러 차례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많은 조사는, 이곳이 공항부지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뒷받침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이 이렇게 비민주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시민들은 이를 묵과하지 않고 새의 눈으로 지켜보고 정부와 환경부의 잘못을 바로잡을 것입니다.
[제주 난개발저항 지역연대]
“우리는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획책하는 모든 종류의 파괴를 묵도하는 현장의 얼굴입니다. 난개발은 현 질서의 유지강화를 위한 착취의 다른 이름입니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기위한 세상은 제주 제2공항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제주지질연구소]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이미 두 번이나 반려되었습니다. 반려 사유들은, 결코 인간의 힘이나 기술로 보완되거나 극복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닙니다. 환경은 정치적 이해로 다뤄져서도 안 됩니다. 제주지질연구소(소장 강순석)는 화산지질학적 근거를 토대로 환경부가 반드시 부동의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바입니다."
[정의당 세종시당 생태위원회]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의 형식적 요건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된다. 국토부는 이미 주민들의 반대가 확인되었고 환경파괴가 자명한 사업을 통과가 될 때까지 보완서를 반복해 밀어넣고 있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들러리로 국토부의 시중을 들고 있다. 환경부는 자신의 본분을 지켜라, 돌이킬 수 없는 생태파괴를 가져오는 제주2공항 건설계획에 부동의 하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주도는 기후재앙이 현실이 되고 있는 섬입니다. 제주제2공항은 기후재앙과 대절멸을 앞당기는 학살과 착취일 뿐입니다.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은 필요 없습니다.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환경부가 국토부에 보낼 답입니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개발 하수인을 자처하지 말고, ‘부동의’로 그 엄중한 존재 이유를 증명하십시오!
[신공항저지 반자본생명해방전선]
자본주의적 질서 하에서 착취되는 모든 생명들이 해방되기 위해서 반드시 현재 진행 중인 전국의 모든 신공항 계획은 취소되어야 합니다. 공항 반대 운동은 공항이라는 교통시설 공사 반대뿐 아니라 반생명의 위기에서 모두가 해방되기 위한 실천적 투쟁의 하나입니다.
[414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가덕도, 제주2공항, 새만금, 흑산도 신공항 등 모든 신공항 추진계획을 폐기하고, 건설 예산을 공공교통 확충 예산으로 전환하라!
[나무]
당신은 제주 하늘에서 무엇을 보고 싶으세요? 비행기 소음으로 가득한 하늘이 좋은가요? 아니면,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로 가득한 하늘이 좋은가요?
[성산읍 오조리에 찾아온 흑두루미]
우리는 우리의 하늘 길이 훼손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 길이 비행기의 길과 겹쳐지면 혼란이 올 거예요.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
이미 세 차례나 보완이 요구되고 2021년에 최종 반려되어 백지화된 사업을 다시 슬그머니 꺼내들어 협의에 붙이고 제주도민들과 지역주민들을 또한번 절망에 빠뜨린 국토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를 다시 검토하고 협의한 환경부는 그 과정을 명백하고 투명하게 밝혀 대한민국의 환경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 7년 동안 세 번이나 보완이 요구되고 반려된 것이 겨우 몇 개월 만에 그 결정이 달라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환경부는 반드시 부동의를 결정해야 한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지난 주말, 전문가 그리고 3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제주동부 성산읍과 구좌읍 지역에 조류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두산봉, 성산일출봉, 섭지코지에는 매가 살고 있고, 해안사구에는 흰물떼새와 민물도요가 살고 있고, 하도리철새도래지에는 전 세계적으로 6,0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가 살고, 고성리 습지에는 흑두루미 다섯이 시베리아로 날아가다가 쉬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본 새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것은 결국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제주의 가치를, 진정한 제주다움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환경부가 더이상 진실에 눈을 감지 않길 바라며, 국토부와의 협의 결과 부동의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2023년 3월 6일 환경부 발표를 사흘 앞둔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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