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의 깃발이 다시 휘날렸다.
76년 전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민중들이 총파업에 나서고 이듬해 봉기로 저항했던 제주. 이곳에서 전국 노동자들이 모여 그날의 항쟁 정신을 이어받아 현 정권을 심판할 것을 결의했다.
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제주시청 앞에서 ‘4·3민중항쟁 75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제주를 찾은 노동자 2000여명은 ‘탄압이면 항쟁이다’, ‘앉아서 죽느니 일어서서 싸우자’는 4·3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4·3의 모든 죽음을 추념하고 미국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살아남은 우리의 몫
이날 대회에 함께 한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75년 전 제주 민중은 경찰과 서청의 폭력에 맞서, 나라를 분단하려는 권력에 맞서 저항했다”며 “저항의 대가는 참혹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학살이 이뤄지고 모든 마을이 초토화됐다”며 “김경훈 시인은 이를 두고 ‘빨갱이라서 죽은 게 아니라 죽어서 빨갱이’라고 말한다”고 한탄했다.
또 “누군가는 ‘4·3의 봄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용감하게 죽음으로 대항한 사람들은 지금 어딨나. 4·3평화공원에 있는가. 그들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반대로 국가폭력에 앞장선 사람들은 어딨는가. 국립현충원에 묻혔다. 우리는 왜 이 현실을 모른척 하는가. 모든 이를 4·3평화공원에 모셔 우리가 그들의 죽음을 추념할 수 있을 때, 그제야 진정한 4·3의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4·3 당시 미군정의 책임을 규명하고 미국에게 묻는 것이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며 “노동자 여러분의 강인한 투쟁 정신이 4·3에도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4·3항쟁의 결기로 주저함 없이 불평등 체제에 맞서자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1945년 한반도 이남에 미군정이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나라는 단 한 순간도 없었다”며 “4·3항쟁이 시작된 1947년과 2023년 현재의 상황은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76년이 지난 지금 재벌과 부자의 편에서 노동탄압, 공안통치, 반민생 폭주를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친일 지주와 친일 자본가 편에서 민중을 억압한 미군정이 무엇이 다른가”라고 일침했다.
또 “민중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민중 손으로 조직한 민중의 자치정부인 인민위원회를 불법화하고 탄압한 미군정의 행태와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한 채 오직 자본의 이익과 군사적 목적에 따라 제2공항을 강행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가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악독한 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며 1947년 유례없는 3·10총파업에 나섰던 경찰과 공무원, 농민을 비롯한 제주 노동자의 총파업의 결의가 120만 민주노총의 5월 총궐기, 7월 총파업의 결의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4·3항쟁의 끝에 절멸에 가까운 학살과 죽임을 당한 항쟁 민중들, 비록 몸은 죽었으나 항쟁 정신을 살아있다. 동지들의 가슴에 나부끼는 민주노총 총파업의 깃발에 항쟁 정신이 살아있다”며 “4·3항쟁의 정신과 결기로 주저함 없이 윤석열 정권과 불평등 체제에 맞서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자주 통일국가 건설하려던 3·10총파업,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잇겠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정부의 민주노총과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과 본질은 제주4·3 민중탄압과 다르지 않다”며 “현 정권은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죽어도 된다’는 악랄한 노동개혁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건설조합원과 결탁해 수백명이 넘는 건설노동자들을 소환, 수십명이 넘게 구속시키며 건설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제주4·3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자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며 “건설노조는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와 사회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민중의 봉화불을 올리자. 노동자 대투쟁의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 가자. 외세를 반대하고 자주적 통일 독립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제주도민의 3월10일 총파업처럼 민주노총과 건설노조가 7월 총파업 투쟁으로 불평등 사회를 타파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앞장서서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물·집·에너지 공공성 확보해야..부자만을 위한 윤 정권에 투쟁할 것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코로나 기간 3년동안 재벌과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고 서민들은 월세와 생활비, 끼니 걱정을 하는 현실이 됐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치솟는 물가와 공공요금 폭등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반면 오히려 재벌과 부자들에겐 법인세와 종부세 감세 혜택을 무한으로 해주고 재벌은 민영화 특수로 수조원의 이윤을 가져가도 입을 다물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제주민중항쟁의 정신으로 시장과 자본이 아니라 모든 민중이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선 특수 이익을 누린 에너지 재벌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공공부문 민영화를 철회하고 민영화된 부문은 재공영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분할된 전력 사업을 통합하고 원가를 낮추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 집, 에너지는 반드시 국가가 책임지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함께 싸워 공공성이 확보되는 그런 세상 만들어 가야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노동개악 저지 △최저임금 대폭인상, 일자리 국가책임과 사회공공성 강화 △제주제2공항 강행 저지 △4·3민중항쟁 정신 계승을 통한 윤석열 정권 심판 등을 위해 5월 총궐기와 7월 총파업 투쟁에 모든 것을 걸고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시청에서 결의 행사를 마무리한 전국 노동자들은 76년 전 제주 민중들이 자주독립을 외쳤던 관덕정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