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3일 오전 10시 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참석 제한이 됐다가 예전처럼 공개 행사로 진행된 건 3년 만이다. 

이번 추념식은 정부 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한창섭 행정안전부장관 직무대행,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추념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 문화제로 진행됐다. 식전 행사로는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클럽노래하자 춤추자’의 ‘4월의 별(작사 황금녀, 작곡 김명진)’ 노래와 장필순의 공연이 무대를 꾸몄다. 

본행사는 애국가 제창, 제주4·3 경과보고, 추념사, 추모공연, 유족사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 작가가 그동안 제주4·3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박주영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학생(표선고 1학년)이 미래세대의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 추념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를 세계인들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품격 있는 문화 관광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마치 선거 공약 같은 추념사를 발표했다. 

김창범 4·3희생자 유족회장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제주4·3은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과 보상이라는 대명제를 순차적으로 실현해 오고 있다”며 “가족관계 특례 조항 담은 4·3특별법 개정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설치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따듯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4·3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왜곡·폄훼로 인해 우리 유족들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살갗이 찢어지듯 깊은 아픔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주4·3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역사가 아니라 인권유린에 대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다. 이제는 이념적 공세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 대화합의 시대로 향해 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해 다시는 제주공동체를 넘어 대한민국에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바랐다.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오영훈 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오영훈 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었던 제주4·3은 어두운 과거를 바로잡는 기준이 되었으며 이제 역사의 아픔을 딛고 화해와 상생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에 대한 첫 국가 보상은 과거사 해결의 전환점이 됐고 직권재심을 통해 희생자 명예회복은 사법부가 직접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뒤틀린 가족관계등록부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 4·3의 세계화가 그 시작”이라며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본격 추진하고 평화인권헌장과 트라우마 지표를 완성해 ‘평화의 길’을 열어가겠으며 지역 대학에 4·3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5월에 열릴 제주포럼에서 4·3의 가치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4·3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와 인권’의 4·3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며 “세계평화의 중심이 될 힘찬 여정에 여러분 모두가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왼쪽부터)위성곤, 송재호, 김한규 국회의원.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왼쪽부터)위성곤, 송재호, 김한규 국회의원.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왼쪽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왼쪽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사진은 현기영 작가. (사진=김재훈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사진은 현기영 작가. (사진=김재훈 기자)

추모공연은 뮤지컬 배우 카이가 ‘나 가거든(명성왕후 OST)’을,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이예은 어린이(도평초등학교 3학년)가 4·3진혼곡으로 추념식 분위기를 더했다.

유족사연에는 부모, 할머니, 두 형, 누나를 모두 잃고 이삼문(1941년생)이 아닌 박삼문(1953년생)이라는 이름으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소개하고, 큰아들 박상일과 함께 뒤틀린 가족관계가 간절히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현장에서 전했다.

도외에 거주하는 유족의 사연이 추념식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이정현 첼리스트(충북예술고 1학년)와 전예주(백록초 3학년) 어린이가 애기 동백꽃의 노래를 공연했다.

식후행사인 문화제에서는 가수 송가인이 ‘월하가약’과 ‘엄마 아리랑’, 가수 이정이 ‘광야에서’와 ‘걷고 싶다’를 노래하고, 도립무용단이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의 염원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되고 있다. (왼쪽부터)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원희룡 국토부장관, 한창섭 행안부장관 직무대행, 오영훈 제주도지사, 한덕수 국무총리,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사진=박지희 기자)
3일 오전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되고 있다. (왼쪽부터)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원희룡 국토부장관, 한창섭 행안부장관 직무대행, 오영훈 제주도지사, 한덕수 국무총리,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 (사진=박지희 기자)

추념식 본행사에 이어 도외 거주 유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다시 한번 마련됐다. ‘레드 콤플렉스’와 연좌제로 아픔을 겪었던 지난날을 임충구(1944년생) 어르신이 직접 나와 전했다.

아울러 흥산초 학생들(흥산초등학교 6학년 6명, 전진수 선생님 등 2명)이 직접 작곡한 ‘동백이 되어 다시 만나리’를 공연하고, 마지막 엔딩으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도립합창단, 4·3평화합창단을 필두로 추념식 공연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하며 추념식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기준 공식 결정된 희생자 수는 1만4738명, 유족 수는 9만4143명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