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진보인사들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14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공소사실 요지와 수사 결과 등을 공개했다.
제주지방검찰청 형사2부(오기찬 부장검사)는 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강은주(53·건강악화로 불구속)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박현우(48·구속)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고창건(53·구속)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기소했다.
이들 3명은 북한 지령에 따라 제주도내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운영하면서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적용한 세부 혐의는 10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 전 위원장은 제주 이적단체 총책을 맡은 것으로 봤다. 지난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3명과 접선,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및 장비를 주고받고, 지령 수행을 위해 국내에 입국했다는 것. 이와 관련 검찰은 특수잠입탈출 및 회합 혐의를 적용했다.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해외 이메일 계정이나 클라우드 계정을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e)'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13차례 받았고, 북한에 보고서를 14차례 보냈다(통신)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강 전 위원장과 박 위원장, 고 사무총장이 2018년 12월 'ㅎㄱㅎ' 결성을 준비하며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을 하달받았다고 보고 이적단체구성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강 전 위원장이 지난해 3월부터 8월 사이 지령에 따라 도당의 당원 현황 등을 북한에 보고하고(간첩), 3차례에 걸쳐 북한 대남공작원 활동을 칭찬한(찬양·고무) 혐의, 같은해 11월까지는 민주노총의 투쟁 일정, 이적단체 후원명단, 좌파단체 동향 등을 보고한(편의제공)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위원장과 고 사무총장을 각각 도내 이적단체의 노동, 농민 부문 책임자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북한 지령에 따라 ▲전국민중대회 ▲한미 국방장관 회담 규탄 기자회견 ▲전국노동자대회 ▲제주촛불문화제 등을 열어 반정부 활동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이들 2명에게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강 위원장에게 대북보고에 반영할 노동·농민 부문 보고서를 제공한(편의제공)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북한 문화교류국이 대남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혁명 매개체로 활용할 제주지역 지하조직을 구축한 것으로 봤다.
직접 강령과 규약을 하달하고, 지령 이행사항을 감독하는 등 철저한 상명하복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 다만, 지령을 실제로 이행했는지는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제주 이적단체의 성격은 북한 문화교류국을 상부선으로 해 대남혁명전략 완수를 목표로 한다"면서 "총책·지도부·부문조직 등 지휘통솔체제를 가지고, 지령에 따라 조직을 결성하고 지령 수행 결과를 보고하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ㅎㄱㅎ'는 피고인들을 포함해 조직성원, 예비성원 등 10명으로 파악된다. 약정음어를 사용하며 북한과 직접 통신하는 전형적 이적단체"라면서 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하혁명조직을 재결성한 '통합진보당' 출신 세력들이 북한 대남혁명기지의 지역거점 구축을 시도한 사건 관계자를 검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대남혁명기지의 지역거점을 구축할 목적으로, 성장 가능성 있는 지역정당 대표·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을 포섭·육성해 영향력을 활용하려고 했다는 것.
2006년 일심회 사건, 2011년 왕재산 사건 등 과거 사례를 미루어 봤을 때 친북세력을 양성한 방식이 다르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하결성을 조직, 외곽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제주 지하조직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 세력들이 북한에 포섭돼 이적단체를 결성, 활동하다가 검거된 최초 사례"라면서 "정권교체 전후로 일관되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사회분열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공판팀을 구성, 재판 과정에서 빈틈없는 공소유지로 범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