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체제라는 시대적 배경과 뗄 수 없는 역사인 4·3. 해방 직후 제주를 비롯한 남한을 점령했던 미군의 책임을 묻는 일은 4·3의 진상을 밝히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 당시 미군정이 작성한 보고서를 연구·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진상규명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해야한다는 법률이 발의됐다.
29일 양정숙 국회의원(무소속·비례대표)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법률에 따르면 국가의 책무는 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며 가해자에 대해 적절한 화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양 의원은 4·3특별법 내 ‘국가의 책무’(제4조)에 △미국 등 외국정부 및 국제기구와 교섭 등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 △국내 및 국제사회에서 4·3 관련 교육과 홍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 등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그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당시 제주도에 다녀온 진압 주체들의 책임과 함께 미군정 당국과 미군사고문단 역시 4·3의 발발과 진압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이해관계자에 외국 정부 당국과 국제기구도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봤다.
이어 “현행법 국가책무에는 국가의 외교적 협상 노력 의무와 교육 및 홍보활동 지원 등은 규정돼 있지 않다”며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외교적 협상 노력 부재에 대해 위헌을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기구가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4·3 관련 보고서는 진상을 규명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된되지만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도 그 보고서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래세대인 청소년 및 청년세대와 국제사회 젊은이들에게 4·3의 진실이 널리 알려지도록 교육 및 홍보 활동에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양정숙 의원 외 더불어민주당 김한규·민형배·송재호·양경숙·위성곤·유기홍·한병도, 무소속 김홍걸·김남국 의원 등 10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