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의 대표 공약인 15분도시.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오영훈 도정은 본래 개념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15분도시에 접근하고 있다. 대도시의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15분도시의 개념이 오영훈 도정에서는 읍면 지역 균형발전 전략으로 채택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개념 혼란도 다소 야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5분도시의 기본적인 지향점인 녹지 조성과 도로 다이어트, 탄소중립 문제도 뒤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따른다. 제주의 15분도시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오 지사가 9월 말 ‘15분도시 제주’의 비전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상은 여전히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고성대 제주도 도시균형추진단장을 만나 15분도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15분도시와 그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15분도시는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에 15분만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입니다. 지금 15분도시 기본구상 용역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 8월에 우리가 시범지구 4곳을 선정, 발표해서 그 시범지구에 대한 기본 계획들이 수립이 되고 있습니다. 내년 2월까지 기본계획이 수립이 되면 그 기본 계획에 맞춰서 실행하게 됩니다. 15분도시와 관련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15분도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다 보니까 도민들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 사이에 정책토론회나 도민참여단을 운영하고 여러 가지 워크샵을 통해서 도민 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이제 도민들도 15분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읍면 지역 주민들이 15분도시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많아요. 제주 15분도시는 도시 문제 그리고 읍면 지역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만들자는 거거든요.
-오영훈 제주지사의 공약인 15분도시 개념이 시간이 흐르면서 기본 개념에서 조금씩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대도시 문제 해결 정책인 15분도시 개념을 농촌 면적이 넓은 제주도에 도입하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본래의 15분도시 개념에서 어떤 점을 적극 수용하고 또 어떤 점을 다소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주의 15분도시 개념이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는 부분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15분도시가 외국에서 시작은 됐지만 15분도시의 원리를 가져와서 제주도의 실정에 맞는, 여건에 맞게끔 도입하는 겁니다. 제주형 15분도시는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까지 이동 수단을 포함해 시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습니다. 세계의 다른 15분도시들이 도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 도시들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지역 여건에 맞는 15분도시를 도입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주도도 지역 특징, 공간 특징에 맞는 그런 15분도시를 도입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지역 주민들의 수요와 필요, 그리고 열망들을 담아내 시간 개념의 도시 정책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제주의 15분도시는 도시문제 해결 정책 혹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아니라 농촌과 도시의 균형 개발 정책 방향으로 설계가 되는 것 아닌가요?
주거지 주변에서 15분 내의 거리에 생활에 필요한 필수 시설들을 갖춰서 도시 지역이든 농촌 지역이든 도농복합지역이든 지금보다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게 15분도시인데요. 이렇게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도농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런 효과도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거죠.
도내 인프라가 제주시 동 중심으로 집중이 되고 있다 보니 주거 문제 교통 문제 주차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원도심 지역에는 공동화 현상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요. 반면에 서귀포 지역이나 동서 읍면 지역은 인구가 감소되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내놓은 게 바로 15분도시입니다.
-15분도시를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하는 정책이라는 거죠. 도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되고 또 도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여건 하에 이루어지는 사업이니까 도민들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행정 내부로 보면 한 부서에서 다 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은 아니에요. 그래서 여러 부서와 연계하고 협력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부서에서 이걸 일괄적으로 다 하는 게 아니고 현재 추진 중이거나 향후에 연관 사업 계획이 있는 타 부서들과의 연계와 협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떻게 협업을 잘 이루어내느냐 이런 것들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도와 정책과 조직에 대한 문제도 있죠.
-오영훈 지사가 최근 15분도시 계획 비전을 선포했지만 후속 실천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내년 초 기본 구상 용역 결과가 나온 뒤에 본격 추진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15분도시 계획과 연계되었거나 혹은 선행 추진되는 사업들이 있을까요?
지금 현재 기본 구상이 완전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용역 중이죠. 지난 8월에 네 곳의 시범지구를 선정한 상태입니다. 실천 계획은 기본 계획이 우선 나와야 합니다. 4개 시범지구에서 대한 생활권 분석과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이동편의 개선과 생활필수기능 공급 계획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4개 지구의 여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민 요구 사항도 다르겠죠. 그래서 이 4개 지구에 대한 기본 계획이 2월까지 수립되면 거기에 따른 실천 계획들이 나오게 됩니다.
-15분도시를 추진하기로 했고, 용역 단계라 하더라도 도시 개발 측면에서 도지사가 구상하는 15분도시 계획과 의지가 있다면 15분도시에 맞는 방향으로 도시 계획을 집행해나가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싶은데요. 그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곧 20년 단위의 2040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이 발표가 됩니다. 도시기본계획에서는 제주를 5개의 권역 생활권으로 나누고, 고밀복합도시인 컴팩트시티로의 도시계획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N분생활권 개념과 생활권기능 계획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도시계획은 시간이 필요한 장기계획이고, 15분도시도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기계획입니다. 기존 도시계획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면서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15분도시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도로도 줄이는 것이 기본 방향인데 제주의 도시기본계획은 도로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각 계획이 따로 놀게 되는 것 아닌가요?
15분도시는 탄소 중립이라든지 도로 다이어트 같은 계획을 담는데, 앞으로는 전체적인 도시 계획도 그런 개념들을 병행해서 가야겠죠. 다만 현재는 기존에 만들어진 틀 내에서 15분도시를 적용하다 보니까 밸런스가 좀 안 맞는 부분도 있어요. 이제 전체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5분도시를 먼저 추진하고 있는 부산시의 경우, 15분도시기획단에 14명의 직원이 맡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는 담당 직원 수가 더 적습니다. 15분도시 계획이 본격 추진되면 현 조직 구성으로는 상당히 부담이 가중될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조직 개편 방향을 잡게 될까요.
지금 15분도시과 구성원이 9명인데요. 15분도시과에 균형발전팀 하고 15분도시팀을 같이 넣은 이유는 지역균형 발전 사업들이 15분도시의 생활인프라 조성 사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본 구상 용역까지만 맡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시범사업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조직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산 같은 경우도 운영팀하고 기획팀 이렇게 나눠져 있거든요. 꼭 운영팀, 기획팀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팀을 좀 다르게 나눠서 우리가 시범사업이라도 할 수 있게끔 조직을 좀 더 보강하려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대도시다보니 15분도시의 기존 개념을 그대로 도입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고, 적합도도 높다고 봅니다. 15분도시 정책 도입 이전부터 보행자 친화도시를 만들겠다면서 20명 규모의 보행도시정책과를 운영해왔고요. 이런 것이 15분도시에 잘 녹아들어간다고 보여요. 15분도시를 위한 사전작업이 돼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제주도는 15분도시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부서가 보이지 않습니다. 현 상태로 부서간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요.
자치단체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주도도 건설과에 보행환경 개선 관련 팀이 있습니다. 또 자전거 전담팀도 교통 부서에 있고요. 이런 것을 꼭 15분도시 조직에서 다 하는 것보다 15분도시과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각 부서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업무들을 어떻게 잘 협업하느냐 그런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각 담당 부서 팀장 그리고 주무관 위주로 주기적으로 릴레이 토론을 하고 있고요. 도로 다이어트 문제라든지 자전거 도로 개선 문제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사업들을 15분도시와 연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특히 도심지 같은 경우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보행 환경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약간 안 좋지 않습니까? 각 부서에서 보행과 자전거 이동 편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필요한 예산을 예산부서에 넣을 때 15분도시과에서는 15분도시 연계 사업을 우선순위로 반영되도록 요청하는 체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보완이나 개선할 부분들도 조치해나갈 거고요. 특히 시범지구를 운영하면서 모니터링해서 개선 사항들을 발굴할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