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투_볼륨] 홍명환은 어떤 도시를 꿈꾸는가①에서 이어집니다)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에서 트램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트램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저는 트램이 설치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트램 사업비와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대중교통 이용자가 많아야 하거든요. 트램을 바로 도입한다고 해서 대중교통 이용량이 확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되지 않아요. 저는 트램 도입 전에 중간 단계로 간선-지선 버스 체계를 잘 짜서 도민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서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버스 승객이 늘어나면 일단 버스를 두 량으로 늘릴 수도 있고요. 브라질 꾸리지바 시 같은 데는 버스가 세 량까지 기차처럼 연결돼 있거든요. 이렇게 버스 체계로 승객을 감당하지 못하면 그때 트램이 필요하죠. 그래야 트램 운영 적자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지금 바로 트램으로 가게 되면 적자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지선버스와 간선버스를 체계화 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지역의 대중교통 분담률이 많이 낮습니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지금 15% 수준이거든요. 전세버스를 빼면 현재 7% 수준이에요. 7% 수준에서 트램을 한다? 버스준공영제 적자(매년 1000억원 대)보다 더 큰 적자를 낼 소지가 크다고 봅니다. 트램 건설 비용은 일회성인데, 이후 30년 동안 투입되는 운영 비용을 더하면 시설 비용보다 운영 비용이 아마 더 들 겁니다. 그래서 버스 체계를 개편해서 대중교통 분담률을 20% 내지 30% 정도 끌어 올렸을 때, 거점 구간에 대해서 트램으로 전환하는 방향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지금 트램 도입은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5년, 10년 계획을 잡아 BRT를 정착시키고 활성화하는 게 수순이죠. 버스 노선 개편만 잘하면 저는 충분히 과거 200~300억 정도를 버스 회사에 지원하는 수준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문제는 지금 노선 개편을 하지 않고 비효율적인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BRT를 추진을 하다가는 이마저도 큰 효과를 못 보는 것은 아닐까 우려돼요. 먼저 장거리 노선을 단거리화하는 게 중요하고 간선 지선이 중복된 노선을 명확히 분리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시청에서 제주대학교 갈 때 신호 한 번 터질 때마다 상행선 하행선으로 버스가 1대씩 빈 상태로 다니거든요.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그런데 시내 지선, 예를 들어 삼성혈 같은 데는 1시간 이상 기다려도 버스 한 대가 안 옵니다. 용담 같은 곳이나, 탑동 같은 곳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도심에서 버스를 1시간 기다려야 된다는 건 도시가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동서남북 곳곳에 버스가 다니도록 하려면 간선버스는 4차선 이상 도로만 다니도록 하면 됩니다. 간선버스는 그렇게 하고 지선버스는 간선버스가 커버 못하는 곳, 외곽진 마을을 단거리로 간선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 노선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장전에서 제주대학교를 오가는 노선이 있어요. 장전에서 무수천과 신제주 거치고, 공항과 중앙로를 지나고, 시청을 거쳐서 제주대로 가는데 지선버스가 이런 장거리 노선을 운행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루에 버스 한 열 대를 이 노선에 투입하고 있어요. 그러면 버스 간격이 얼마입니까? 30분 이상, 한 시간이 되죠. 그 열 대 갖고 장전에서 신제주까지 왔다갔다, 왔다갔다 이렇게 투입하면 5분에 한 대 이상으로 촘촘하게 다닐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간선은 간선 역할, 지선은 간선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봅니다. 이런 얘기들을 저도 도 교통부서에 여러 차례 전달했었는데요. 제대로 진행될지는 모르겠습니만 그렇게 어렵게 해결될 문제는 아닐 거예요.

도심 지역에서 한 집에 차 두세 대를 갖고 있는데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자동차를 그렇게 갖고 있는 거죠. 대중교통이 편하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나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시 시스템이라면 한 집에 자동차 여러 대를 둘 이유가 없죠.

도시재생에 있어서 이제 가로수와 도심 녹화도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됐는데요.

보행을 활성화 하려면 가로수는 필수적이죠. 탄소 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 데 있어서 흡수원이기도 하고요. 도시 경관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에 도시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보면, 상인 분들은 간판 좀 가린다고 민원을 제기하죠. 수종 문제도 있는데, 먼나무 같은 왜소한 나무들을 심어 놓았어요. 가로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수종을 골라야 됩니다. 도로에 제대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가로수가 늘고 보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도시가 활력이 생기죠. 인도의 폭을 넓히고 가로수를 심는 식수대 공간을 확보해야 되는데요.

그러려면 차로 다이어트가 필요하죠. 차로 다이어트는 자동차를 줄이고 대자보(대중교통, 자전거, 보행)가 활성화되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대자보 도시 구현과 가로수는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관계입니다. 자동차의 도시에서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의 도시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죠.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해요. 시민들이 어떻게 동참할 것인가 고민도 필요합니다. 자동차로부터 벗어나야 경제적인 부담도 덜고 고비용 도시가 아니라 저비용 도시로 전환할 수 있어요. 평균 연봉의 한 절반을 주택과 자동차에 지출을 해버리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죠.

원희룡 도정이 특히 그랬습니다만 대형 개발 사업을 통한 어떤 낙수 효과로서의 도시재생을 말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원 도정이 제주 신항만을 거론하면서 원도심 재생을 도모하겠다 했었는데 그런구상에 대한 센터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책적 사기꾼들이 지금까지 제주도를 망쳐왔다고 생각이 됩니다. 예를 들면 80년대에 탑동을 개발하면 무근성이라든지 지역이 아주 활성화된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탑동을 개발해보니까 어떻습니까? 황금 알 낳는 거위 배를 갈라버렸던 거죠. 도심은 침체됐습니다. 제주시 원도심의 역사가 확 보여요.

지금 제주신항만을 얘기하는데 그것도 제2의 탑동과 같은 얘기죠. 과거에 바당길이라고 있었는데 바당길 앞에 지금의 이면도로를 빼왔는데요. 바당길에 있던 집들, 과거에는 좋았죠. 그런데 그 앞에 자본이 들어와서 이면도로의 건물들과 횟집들이 들어섰습니다. 그다음에 더 큰 자본이 와서 큰 호텔과 상업시설을 지었죠. 이제 앞에 신항만을 건설해서 더 큰 자본으로  상업시설을 짓겠다는 거예요. 뒤에 있는 사람들은 뭡니까? 다 죽는 겁니다.

이건 공정한 도시가 아니에요. 남의 앞을 막고 병풍을 치면서 도시화가 된거죠. 최전선에 있는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잘 살겠죠. 그렇지만 그 나머지, 이면에는 짓밟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도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낙수 효과라든지 이런 허상이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원래 그 자리에 살고 있는 사람을 쫓아내는 방식을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은 그 자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낡고 노후된 도시를 다시 살리면서 살아나가는 겁니다. 그 자리에 살기 좋은 정주 환경을 만들자는 거죠.

그리고 원도심은 약간 역할 분담이 돼 있는데 성안을 중심으로 한 상업 지역이 있고 그 주위를 둘러싼 핵심 주거 지역들이 있죠. 건입동,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 용담동 5개의 주거 지역이 성안을 감싸며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형성되었는데요. 성안 지역은 센터 역할을 하고 있고요. 저는 성안 지역은 약간 여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폐율 90%의 시멘트 덩어리가 아니라 녹지도 필요하죠. 주변 주거지역 시민들이 서로 모이는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성안 지역 상업부지에다가 다시 고층 아파트를 짓는다? 이거는 정말 참담한 일이에요. 주변에 있는 주거지역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어떤 광장과 같은 역할을 해나가도록 한다면 아마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아주 매력적인 원도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홍명환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김재훈 기자)

말씀해주신 도시재생의 방향과 오영훈 지사의 15분도시 공약이 잘 맞물리게 될까요?

15분도시가 포괄하는 범위가 워낙 넓다보니 중요하게 포인트를 두고 강조하는 부분이 저마다 다른데요. 저는 두 가지 부류라고 봅니다. 기존 개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15분도시가 있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바라보는 거죠. 어떻게 보면 둘은 반대인데요. 이전의 도시와 다른 방향으로 가보자라는 개념으로 나온 게 15분도시라고 보는데, 기존 도시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이거든요.

그것이 15분도시의 핵심이고 그에 따라서 각론들이 있는데요. 저는 15분도시가 기존 도시에 대한 반성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도시는 대자본의 투자로 개발되어 왔죠. 특히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가 빠져왔고요. 15분도시는 계층적 관점에서 본다면 아동 친화, 장애인 친화 방향으로 가야 되고, 여성 친화 방향도 바라봐야죠. 환경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기존 탄소 배출 도시에서 탄소 중립 도시로 가자는 거고요.

기존 도시에 대한 반성과 패러다임을 보면 도시재생과 15분도시는 70~80% 일치된다고 봅니다. 재개발, 뉴타운 이런 개발사업에 대한 대한 반성에서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생겼거든요. 과거 용산 참사라던가 사람들을 다 쫓아내는 대규모 개발에서 탈출하기 위한 논리와 이론을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에서 찾았듯이 제주도도 국제자유도시의 대안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저는 15분도시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영훈 지사님 생각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국제자유도시를 23년 추진해 오면서 나타난 문제들를 극복하기 위한 논리적 토대를 15분도시로 보고 있습니다. 15분도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게 있고, 또 제주 현실에 맞게 좀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우리 현실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즉 독창성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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