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광풍 속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며 무고한 도민 수백명을 구한 고 문형순 전 경찰서장. 그가 세상을 떠난지 58년만에 국가유공자로 결정됐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2월 문형순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6.25 참전유공자로 등록됐다는 결과를 국가보훈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3일 밝혔다.
제주청은 그간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사료를 발굴, 독립유공자 심사를 보훈부에 6차례 걸쳐 요청했다. 그러나 입증자료 미비 등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문 전 서장이 6.25전쟁 당시 경찰로 재직하며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에 착안, 지난 7월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했다.
1897년 평안남도 안주 출생인 문 전 서장은 신흥무관학교 졸업 후 1920년대 만주 일대 항일단체에서 적극 활동했다.
1935년부터는 지하공작대로 하북지역에서 암약했으며, 1945년에는 임정 공식 군조직인 광복군 소속으로 화북에서 활약했다.
해방 후인 1947년부터는 제주청 소속 경찰로 지냈다. 특히 제주4.3 당시 예비검속으로 학살 위기에 처한 주민 수백명을 구한 공덕을 세우기도 했다.
모슬포경찰서장 재임 당시 도민 약 100명이 좌익 혐의로 처형될 위기에 처하자 자수시킨 후 방면했다. 또 성산포경찰서장 재임 중에도 억울하게 좌익 혐의를 받는 예비검속자 295명에 대한 계엄군의 총살 명령에 "부당함으로 불이행한다"고 거부했다.
이 공로로 2018년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고, 제주경찰청에는 그의 흉상도 세워졌다. 제주청은 이번 국가유공자 등록에 따라 제주호국원과 협의,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1953년 제주청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유족 없이 세상을 떠났다. 현재 문 전 서장은 제주 평안도민 공동묘지에 영면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