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서식지 침해, 녹지 훼손 등의 문제가 지적돼 온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이하 서녹사)은 21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도로공사를 중단하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예정지를 녹지 공원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예정지에 서식하는 맹꽁이, 소나무, 먼나무, 천지연의 원앙 가면을 쓰고 발언을 이어갔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는 호근동 용담삼거리에서 토평동 삼성여고사거리까지 4.3km에 달하는 4~6차선 도로다. 도로 공사 계획이 처음 언급된 건 1965년이었으나 2012년이 돼서야 구체적인 사업 논의가 시작됐다.
서녹사는 “반세기가 지나도록 착공 설계를 하지 않은 것은 이 도로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시민 1914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으나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은 시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우회도로 건설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이 △교육환경권과 시민휴식권 침해 △주거환경 악화와 기후위기 가속화 △맹꽁이 서식지 훼손 △서귀포시 교통량과 인구 감소로 도로 확장 불필요 등을 근거로 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또 “해당 도로는 서귀포학생문화원과 외국문화학습관 앞 잔디광장을 없앨 것이고 서귀포도서관과 제주유아교육진흥원 곁 솔숲도 없앨 것”이라며 “서귀포 구시가지 유일의 도심 녹지를 없애는 것은 학생들의 교육환경권과 시민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녹지를 잠식한 자리에 도로나 건물이 들어서면 도시 열섬화가 일어나 시민들이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날이 늘어난다”며 “풍부한 녹지의 토양은 수분을 저장하고, 그 수분이 수증기로 증발하며 주변의 열을 흡수해 여름철 열섬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회도로 건설이 진행 중인 서홍천 변 수풀은 환경부 지정 보호종인 맹꽁이의 서식처”라며 “교각과 도로가 완공되면 맹꽁이는 서식처를 잃고 사라질 것이다. 지구 생태계는 치밀한 먹이사슬을 이루는 만큼 한 생물 종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생물종들의 멸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지난달 29일 ‘사람과 자연 중심 도로 추진 주민설명회’를 열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에 해당하는 서홍동 700m와 동홍동 800m를 6차선에서 4차선으로 일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서녹사는 이에 대해 “이미 6차선으로 아스팔트를 깔고 교각 상판 공사를 마친 서홍동 구간을 어쩔 셈이냐”며 “이미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서홍동은 두고, 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과 서귀포도서관 앞 솔숲 녹지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동홍동 공사를 착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차선을 줄이는 것은 환영하나 도심지 부분 1.5km 폭을 4차선으로 줄이는 것은 시민들의 바람에 심히 못 미친다”며 “기어이 차로를 내고자 한다면 도심지 양쪽 외곽 모두 전 구간을 2차선으로 줄여야 한다. 줄어든 차도에 인도를 드럽게 확보하고 가로수를 심어 시민의 보행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해 축제를 열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라”며 “물론 우회도로 예정지의 녹지공원화가 여전히 최우선 목적으로, 서홍동 구간을 제외한 우회도로 예정지 계획을 철회해 녹지공원으로 관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