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28일 제주시 연북로 일부 구간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예고한 가운데 “‘걷기의 즐거움’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20일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이하 제주행동)은 성명을 내고 “차 없는 거리 행사가 부활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걷기 문화 활성화나 탄소중립 정책 확산 등의 정책 취지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제주행동은 “행사 장소인 연북로는 행사 취지에 부적합하다. 해당 구간은 자가용 이용이 집중된 공간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며 “자전거와 도보로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지역으로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접근 가능한 곳에 행사를 여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행사가 표방한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 행사는 온전히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도시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을 통제하는 정책”이라며 “이 정책과 더불어 총 길이 480㎞ 구간의 자전거 전용도로 ‘시클로루타’도 운영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도로를 통제하고 이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사 구간은 누구나 용이하게 접근하여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늘도 없고 주변 상가들도 없는 휑한 곳에서 걷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라며 “제주도가 이러한 공간에서 어떤 효과와 상징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행동은 “최근 무리한 감차와 노선 개편으로 대중교통 이용은 더욱 불편해졌으며 자전거 도로는 보행로와 겹쳐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면도로에는 주차된 자동차들과 소공원이나 가로수 그늘이 없어 보행 환경 역시 한심할 지경이다. 보행과 보행을 연결하는 버스와 자전거 정책이 취약해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곳이 제주도”라며 “이런 현실에 대한 개선 없이 행사 한 번으로 15분 도시와 탄소중립 정책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은 도민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지탄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도는 당장 도민이 대중교통으로, 자전거로, 도보로 접근가능한 공간에서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며 “단순히 구호로 그치지 말고 진정한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정책적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28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연북로 제주문학관 앞에서 메가박스까지 왕복 4㎞에 이르는 구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차량 통제가 예정됐다.
다음은 성명 전문.
생색내기용 차 없는 거리가 아닌 진심을 담은 대중교통 정책이 필요하다
“차 없는 거리인데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곳에서 행사 추진”
“대중교통 개선, 자전거 타기 좋은 도로 환경 등 정책 변화 우선돼야”
제주도가 도민 걷기 실천율 등 건강지표 향상을 위해 연북로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내어주는 행사를 추진한다. 그러면서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를 표방했다며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 영화관에 이르는 2km 구간에서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2019년 이후로 중단되었던 차 없는 거리 행사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금 개최되는 행사는 ‘걷기 좋은 제주,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제주’취지에 들어맞기보다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의 성격이 더욱 강해 보인다.
제주도가 밝힌 이번 행사의 취지는 ‘걷기 문화 활성화를 통해 비만율을 개선하고 나아가 15분 도시와 탄소중립 정책의 확산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행사 장소인 연북로는 행사 취지에 부적합하다. 해당 구간은 자가용 이용이 집중된 공간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 더욱이 자전거와 도보로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지역이다. 걷고 자전거를 타기 위한 공간으로 해당 구간을 통제할 예정이라는데 자가용을 이용해야만 접근 가능한 곳에 행사를 여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행사는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시클로비아’를 표방했다. 1982년부터 시작된 시클로비아는 자전거(bicicleta)와 길(via)의 합성어로 온전히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도시 주요 간선도로의 차량을 통제하는 정책이다. 매주 일요일과 국경일마다 보고타시 북부 5개, 중부 6개, 남부 5개 노선 총 120㎞ 구간의 도로에 7시간 동안 차량은 들어설 수 없으며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롤러스케이트·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에게 개방된다.
보고타시는 중남미에서 손꼽히는 교통혼잡 도시로 극심한 교통혼잡, 심각한 대기질, 높은 교통사고 발생률 등을 개선하고자 이 정책을 만들었다. 시민들이 자가용 의존도를 줄이고, 누구나 평등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자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그래서 보고타시는 이 정책과 더불어 총 길이 480㎞ 구간의 자전거 전용도로 ‘시클로루타’도 운영하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도로를 통제하고 이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사 구간은 누구나 용이하게 접근하여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늘도 없고 주변 상가들도 없는 휑한 곳에서 걷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제주도가 이러한 공간에서 어떤 효과와 상징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제주도의 대중교통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무리한 감차와 노선개편으로 대중교통의 이용은 더욱 불편해졌으며 자전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심 내 제대로 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의 갖춰져 있지 않고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가 겹쳐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보행 환경 역시 한심할 지경이다. 애써 키운 가로수를 베어내 폭염 속 땡볕에 고통을 감내하고 걸어야 하며 이면도로에는 주차된 자동차들로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보행자를 위한 소공원이나 쉼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보행과 보행을 연결하는 버스와 자전거에 대한 정책이 취약해 결국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곳이 제주도다. 이런 현실에 대한 개선 없이 행사 한 번으로 15분 도시와 탄소중립 정책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은 도민들에 대한 기만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이고,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 대중교통 활성화, 도보와 자전거 타기의 활성화라는 것은 전 세계가 이미 인정하는 사실이다.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는 단순히 구호로써 실현되지 않는다. 절실하게 이를 실현할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 나갈 수 있어야 걷기 좋고, 자전거 타기 좋으며,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를 만들게 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도는 당장 도민이 대중교통으로, 자전거로, 도보로 접근 가능한 공간에서 행사를 개최하라. 그리고 단순히 구호로 그치지 말고 진정한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정책적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줘라.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행사에서 도지사의 사진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 도민에게 진짜 필요한 정책을 실현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끝.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곶자왈사람들, 노동당제주도당,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의당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인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농업협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진보당제주도당, 한살림제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상 가나다순, 19개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