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최근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제주평화대공원 부지에 체육시설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제주 시민사회에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은 14일 성명을 내고 “평화대공원 예정지에 체육시설 건설이 웬 말인가. 오영훈 도정의 저의가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알뜨르비행장은 1930년대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만들어 1945년까지 사용한 곳이다. 또한 비행장 부지 인근에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예비검속 등을 이유로 무고한 시민 214명이 학살된 섯알오름 학살터가 위치해 있다. 이에 해당 부지에 '평화'를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일었다.
그러나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7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제주평화대공원 부지에 사격경기장 등 스포츠 관련 시설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은 “그동안 제기된 송악산과 알뜨르 개발 관련 용역 4건 모두 이 지역을 평화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며 “두 지역을 묶어 평화대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제주도의회에서도 제기됐고, 국회 차원에서도 평화대공원 조성 방안 토론회가 개최되면서 도민·지역주민 모두 평화공원이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알뜨르 유적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자는 발상의 시작은 2005년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면서였다”며 “제주 세계평화의 섬은 4·3과 전쟁의 아픔은 치유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제주를 적극적 의미의 평화이념을 실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도민적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염원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곳의 하나로 일제강점기 전쟁유적과 4·3의 아픔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알뜨르가 주목됐던 것”이라며 “송악산의 생태적 가치와 알뜨르의 전쟁유적을 묶어 평화대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세계평화의 섬이 지향하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이념을 담아낼 수 있는 구상”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오영훈 도정은 지난해 11월부터 ‘마라해양도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용역’을 수행 중으로,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마라해양도립공원을 육상까지 확대해 송악산과 알뜨르를 포함하고 평화와 생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공원조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용역을 중지시켰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난데없이 이곳에 체육시설 건설안을 검토하겠다는 오 도정의 발상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며 “평화대공원의 구체적인 구상과 내용,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예산확보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은 “송악산과 알뜨르가 생태와 평화의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는 평화대공원으로 조성돼 자연스럽게 경제적·사회적 효과까지 산출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이곳에 스포츠타운 건설안을 운위하는 오 도정의 계획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