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후위기로 인한 제주도의 충격은 실로 막대했다.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는 최대치를 경신했다. 제주시의 폭염일수는 전무후무한 41일을 기록했다. 폭염일수가 한 달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그 처음이 40일을 넘어섰으니 기후위기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열대야 역시 기록해 본 적 없는 75일을 기록했다. 기록한 적도 없는 60일을 넘어 바로 70일대로 진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육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바닷속도 펄펄 끓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고수온경보는 22년 36일에서 23년 38일로 그리고 지난해 63일로 급격히 늘어나며 재앙적 상황을 만들어 냈다.
육지에서는 온갖 농작물들이 쓰러졌으며, 바닷속에서는 연산호가 녹고 돌산호가 백화현상을 겪었다. 육·해상을 막론하고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더욱 노골적인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사실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한반도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게 되는 제주도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올해 여름이 4월부터 시작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왔지만, 제주도는 기후위기 대응에 미적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에는 기후위기 대응계획이 없는 걸까? 아니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국내 유일의 광역지방자치단체다. 그리고 이런 방침은 지난 2월 12일 제주도가 발표한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에도 포함되어 있다. 환경분야의 목표로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2035년 탄소중립 실현은 국가의 2050년 탄소중립 실현목표에 15년을 앞선다. 이런 계획을 세운 국가와 도시는 많지 않다. 그만큼 엄청난 도전이다. 엄청난 도전에는 그만한 혁신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의 속도를 생각하면 혁신을 넘어 파괴적이고 급진적일 정도의 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에 제주도에서 나오는 내용을 보자면 과연 제주도가 2035 탄소중립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2050년까지 운영할 계획을 세운 가스발전소를 짓는 부분이다. 애초에 제주도가 이를 거부했다면 없었을 계획이지만 제주도가 동의하여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었다. 현재는 발전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 속도라면 빠르면 2027년 늦어도 2028년에는 150WM 가스발전소 2곳이 제주도에서 가동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수소 전소를 염두에 둔 발전소라고 얘기하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대형 가스발전소의 전소 시점을 알 수가 없다. 통상 2040년 이후에 상업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추정하는 정도다.
더욱이 그린수소에 대한 공급망 계획도 명확지 않다. 수소를 태울 수 있어도 그것이 그레이수소라면 문제가 크다. 하지만 100% 그린수소로 공급하여 전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주도는 명확한 입장이 없다. 2040년 이후까지 LNG를 태우겠다는 계획이 존재하는 이상 2035년 탄소중립은 허구다.
그다음으로 불편한 지점은 도민의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요금 인상 시도다. 제주도는 오랫동안 버스요금 인상을 동결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는 운영비용이 증가해 재정부담이 크다며 도민들에게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교통의 무료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준하는 정액권 도입도 많아지고 있다. 전 세계가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시민의 비용 부담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을 택하는 사이, 제주도는 도리어 비용을 올리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용증가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유가 상승이나 인건비 증가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준공영제에서 발생한 과도한 비용 때문이다. 이들의 방만 운영이 준공영제 부담을 증가시켜 왔는데 이에 대한 개선 없이 도민에게 비용을 더 부담시킨다는 것이다. 준공영제는 시장의 논리를 유지하면서 공공성을 더하겠다고 내놓은 제도다. 그런데 현재 준공영제는 시장의 경쟁에 따른 기업 스스로의 체질 개선이나 서비스 질 향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 운영하든 심지어 페널티를 받더라도 문 닫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공성은 담보하고 있을까? 아니다. 도민의 주요한 이동수단이지만 노선 편의성, 정시성은 고사하고 심지어 결행까지 나타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읍면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구태여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 아닌가? 버스 완전공영제와 무료화를 통해 지금의 10%대에 머문 대중교통 이용률을 30%까지 끌어올린다면 탄소배출 감소는 실로 막대하다. 효용성을 느낄 수준의 탄소배출 저감과 도민의 이동권 보장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든 방만하게 운영되는 버스회사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도정의 방침을 보자니 현기증만 올라온다.
어디 그뿐인가? 윤석열 내란세력의 처단에 따라 조기대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제2공항에 대한 추진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배후도시를 만들겠다며 용역을 시행하지 않나, 한진그룹이 먹는샘물을 더 제조해 더 팔아먹겠다고 나섰는데도 이에 대한 제지는커녕 두 팔 벌려 도와주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의 오영훈호를 보자면 제주도가 2035년에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남 보기에 좋은 그럴싸한 외장만 갖춰 놓고 정작 배는 언제 부서질지 모르게 방치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항해는 험난하다. 최근 트럼프라는 거대한 해일이 몰아치며 기후위기를 격화시킬 태세를 보이고 있다. 더 많은 석유, 가스, 석탄을 퍼 올리고 이를 태워 자국의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자국의 이익을 위한 행동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포착된다. 기후위기 상황 속에 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을 보라. 과연 기후위기를 걱정한다면 가능한 일인가? 이렇듯 전 세계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재앙의 문을 열어젖히며 기후위기를 벗어나려는 항해에 온갖 고난과 시련을 부여하고 있다.
이런 험난한 항해 과정에서 방향키를 쥔 선장의 역할을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제주도를 끌고 가는 오영훈호의 방향키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기후위기를 벗어나는 길을 선택하고 있지 않음은 명확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단한 계획이라고 치장한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을 발표해 놓고 정작 대중에 공개할 자료는 수정 중이라는 촌극이 발생할 리 없잖은가? 온갖 장밋빛으로 가득한 내용을 대형스크린으로 발표한 오영훈 지사의 발표내용은 그가 찍힌 사진으로만 가늠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오영훈호의 항해는 암초에 부딪히거나 해일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가야 할 방향이 아닌 그 반대로 흘러가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 필자는 오영훈호가 순항하고 성공적으로 목적지에 안착하길 바란다. 순항은 좋은 항해도를 갖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항해도를 보며 방향키를 잘 쥐고 가야 할 곳으로 잘 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출항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 이것은 엄청난 문제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오영훈호가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방향키는 제대로 쥐고 항해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배를 찬찬히 확인하고 개선해 배가 침몰하지 않고 해일에 휩쓸리거나 암초에 부딪히지 않고 계획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영훈호가 침몰해 오영훈 지사가 실패한 선장으로 역사에 남지 않기를 도민의 한 사람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