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추자도에 추진 중인 해상풍력개발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사업’ 우선순위 지역인 추자도 해상에 참여할 사업자를 찾는 공모가 무늬만 공모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먼저 에퀴노르가 추자도에서 추진하려는 풍력개발사업은 추자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광활한 바다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풍력개발사업으로 발전기 높이만 63빌딩(249m)보다 높은 286m에 이르는 15MW급 발전기 200기 3GW 추자도 동서에 각각 1.5GW씩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9조 원으로 국내 단일 사업 규모로는 국내 최대급이다. 현재 공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은 그저 에퀴노르의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문제는 한 기업의 희망에 불과한 사업이 마치 이미 추진될 계획처럼 사업 추진 초기 단계에서부터 논란을 거듭해 왔다는 점이다. 먼저 에퀴노르가 인수한 ㈜추진이 가장 핵심 이해당사자 격인 어민과 해녀에게 금품을 살포해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려 한 사실이 주민들을 통해 알려지며 지역사회의 심각한 갈등으로 번졌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행정이 진땀을 빼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후에는 전기사업허가 주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도 간에 논란이 벌어졌고, 생산된 전기를 제주로 송전할지 전라남도로 송전할지를 두고 출력제한 조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환경문제도 논란이 됐다. 철새의 주요 기착지이자 서식지인 추자도와 주변 무인도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풍력개발로 철새 이동에 제한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법종보호종을 중심으로 멸종위기가 가속할 것이란 논란이 일었다. 또한 해양포유류 특히 고래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해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이에 대한 연구조사가 미흡한 상황에서 고래류에 대한 피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이에 더해 ‘공공주도2.0 풍력개발계획’이 특정 사업자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일었는데 그 배후로 에퀴노르가 지목되기도 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에퀴노르의 추자도 해상풍력개발은 아직 본궤도에 올라있지 않다. 먼저 ‘공공주도2.0 풍력개발사업’ 우선순위 지역으로 추자도 해상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사업자 공모가 이뤄진 이후 제주에너지공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해 11월 6일 에퀴노르가 개발 하려는 입지인 추자도 인근 동·서 해상이 ‘공공주도2.0 풍력개발사업’ 우선순위 지역으로 선정됐다. 다음 단계는 사업자 공모인데 공모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민수용성이 확보될 수 있는지 그리고 개발 적지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공모라는 것이 결국 사업을 해서 이익이 된다는 판단하에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성에 관한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풍력발전의 사업성을 판단하는 기초자료는 풍황계측 자료다. 풍력의 질이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생산 가능한 전기의 양을 결정하고 이는 곧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상업운전을 통해 분명한 수익이 발생한다는 근거가 확실해야 기업은 공모에 참여한다. 그런데 제주도는 ‘제3차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 풍황자료로 해당 지역의 사업성을 평가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풍황자료는 정밀한 자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해당 자료에 관해서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제주 전역에 개발 가능한 잠재용량을 개략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추후 실제 사업 추진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기술했다. 당연히 사업성 평가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풍력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판단을 제주도가 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자료에 불과한 것이다. 이 자료만으로 사업자가 공모에 참여하라는 것은 무리하다. 에퀴노르가 풍력발전 입지에 대한 정밀한 자료를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3차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으로 공모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적합한 사업자를 찾기 위한 공모를 하려면 정확한 풍황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추자도 해상에서 1년간 풍황계측을 통해 정밀한 자료를 구축하든가 아니면 에퀴노르가 보유한 풍황계측 자료를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제3차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 풍황자료로 공모를 추진한다면 다른 사업자는 참여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에퀴노르보고 단독공모를 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실 이 문제 이전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현재 공모에 참여하려는 에퀴노르를 오영훈 도지사가 유럽까지 날아가 직접 만났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공주도2.0 풍력개발사업’ 우선사업 지역으로 추자도 해상이 지정되기 약 두 달 전에 이뤄진 전격 방문이었다. 에퀴노르 본사를 방문한 오영훈 도지사는 주요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설명하고 공공성과 주민수용성 확보 방안을 강조했다고 한다.
사업을 추진하는 당사자에게 제주도의 정책을 설명하고 공모단계에서 필요한 사항을 강조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더욱이 에퀴노르가 사업을 하겠다는 추자도 해상에 대한 우선사업 지역 선정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에퀴노르 본사를 방문한다는 것은 곧 사업이 시작될 것이란 메시지를 준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사업자가 공모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미 사업자가 내정되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지난해 7월 방송토론에 참여한 문용혁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은 추자도 해상과 관련해서 사업지로 정해지고 사업 추진을 하게 된다면 사업자는 공정하게 공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상황이 과연 공정한 공모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1월 우선사업 지역 지정에 따른 기사를 보더라도 대부분 언론이 에퀴노르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도했다. 이때 제주도가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섣부른 예단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을 공표했다는 내용은 본 적이 없다. 누가 봐도 이번 공모는 단독공모나 다름없다. 더욱이 제주도는 공모를 빠르게 진행하게 해 에퀴노르가 사업을 추진하도록 돕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공정하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도민이 참으로 공정한 공모라고 이해하겠는가?
‘공공주도2.0 풍력개발계획’의 핵심은 공공적으로 풍력을 개발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도민 전체가 누리도록 하겠단 것이다. 과연 지금의 공모가 제주도가 내세운 핵심 목표에 부합하고 있는 것인가? 이번 공모가 끝나면 제주에너지공사와 에퀴노르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개발 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하게 된다. 그리고 오영훈 도지사가 풍력개발후보의 지위를 컨소시엄에 부여하게 된다. 에퀴노르는 사실상 사업자의 지위를 부여받아 절차를 수행하게 되며, 이후 여러 문제나 논란으로 사업을 멈추려 해도 해상풍력의 허가권을 가진 제주도지사가 부여한 예비사업자의 지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공공주도2.0 풍력개발계획’에 따른 사업자 공모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공모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풍력발전을 얼마나 공공성에 근거해 운영할지, 그리고 그 이익을 얼마나 도민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에 가장 합당한 사업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에퀴노르에 사업권을 주기 위한 노력처럼 보인다. 부디 제주도가 ‘공공주도2.0 풍력개발계획’의 취지에 부합도록 공정한 공모를 추진하길 바란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주도가 본연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