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제주 관광 및 이주 붐이 일면서, 제주도의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청정 제주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제주도는 ‘2040 플라스틱 제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쉬운 길이 아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다. 정부의 환경정책 후퇴, 기업의 비협조, 시민의 무관심 등 다양한 장애 요소에 부닥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의 담대한 목표와 현재 상황 그리고 과제를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지구촌 화두, 플라스틱

기후위기 문제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전세계적인 화두다.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저감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플라스틱의 편리성에 빠진 인류는 좀처럼 플라스틱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2년 OECD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3.9억톤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량이, 2060년에는 10.1억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플라스틱 생산 속도를 늦추지 않고, 소비자 역시 멈추지 않고 플라스틱을 소비한다. 자본시장이 아닌 정치 영역에서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플라스틱은 일상 생활 모든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플라스틱 제품 중 하나인 페트병을 놓고 보면, 그린피스와 충남대 환경공학과 장용철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인구가 한해 소비하는 페트병은 무려 56억 개에 달한다(2020년 기준). 그 무게가 8만4465톤이다.(관련 링크: [보고서]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일회용픔 사용량이 급증했는데, 페트병은 2017년 49억 개에서 7억 개 가량 더 늘었다. 한 사람이 몇 개의 페트병을 소비할 지 환산하면 1인당 연간 페트병 소비량이 109개 수준이다. 1인당 3일에 한 개 꼴로 페트병을 소비하는 셈이다.

제주 지역 해양 쓰레기 중 플라스틱 비중이 상당하다. 2023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 해안의 쓰레기 양상을 조사해보니 플라스틱류 파편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페트병과 뚜껑이었다. 페트병 생산 시 재료 재활용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은 음료 산업의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페트병처럼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기반 각종 어구류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된다. 지자체와 국가, 그리고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나아가야 할 문제다. 바다를 떠 다니는 플라스틱 폐기물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 해안을 산책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해안을 산책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사진=김재훈 기자)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

제주도는 오랜 시간 '세계환경수도'라는 지위를 얻는 방안을 구상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제주도는 2010년대 중반 제주관광 및 이주 붐이 일면서 난개발로 인한 폐기물 처리 시설, 하수 처리 시설 등 환경인프라 부족 문제로 큰 몸살을 앓았다. 이로 인해 '청정 제주'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환경 문제가 제주 지역 주요 사회적 아젠다로 급부상했다.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도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와 관련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된 이유다.

2040 플라스틱제로 섬 제주 기본계획 목표.

이와 같은 문제 의식 아래, 제주도는 지난 2022년 12월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를 선언했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20년 대비 50% 감축하고, 재활용 비율을 100%까지 확대해 소각 또는 매립 등 폐기물 처분율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쉬운 도전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어느 국가, 지자체도 가보지 못한 영역이다. 2040년까지 15년이 남았다. 발 빠르게 걸어가야 한다.

마침 정부는 제주의 선언보다 두 달여 앞선 2022년 10월, '전 주기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Post-플라스틱 시대 준비를 위해 △대체서비스 기반 일회용품 감량 △온전한 재활용 △재생원료, 대체재산업 및 육성 △국제사회 책무이행 등 4개 분야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의 '2040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 기본계획을 보면 △플라스틱 발생 원천 저감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자원순환 인프라 확충 △자원순환 분야 탄소중립 산업 육성 △범사회적 탈(脫)플라스틱 참여 촉진 등 5개 부문에 30개 세부 과제를 두고 있다.

#정부의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 선언은 플라스틱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흐름과 정부의 기조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제주도 등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전국 확대를 도모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그 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플라스틱 컵들(사진=김재훈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라벨이 붙은 플라스틱 컵들(사진=김재훈 기자)

하지만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에서 뒤로 한 발 물러나면서, 오히려 착실하게 진행해온 제주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실현을 위해서는 환경부의 명확한 플라스틱 정책 추진 방침과 제주도와의 상호 협력, 그리고 정부 차원의 다각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도민과 관광객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이에 2023년 5월 '2040 플라스틱 제로 제주 범도민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도내 기관·단체 등 200여 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일상생활 모든 분야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실천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도의 2040 플라스틱 제로 계획이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마냥 평탄한 길만 펼쳐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차원의 플라스틱 정책 후퇴, 탈플라스틱 정책에 대한 기업의 비협조, 기술적 미비,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무관심 등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많은 관심과 참여, 독려가 필요한 이유다.

※<꼬닥꼬닥 걸어가는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획 및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 및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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