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제주 관광 및 이주 붐이 일면서, 제주도의 환경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청정 제주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 제주도는 ‘2040 플라스틱 제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쉬운 길이 아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다. 정부의 환경정책 후퇴, 기업의 비협조, 시민의 무관심 등 다양한 장애 요소에 부닥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의 담대한 목표와 현재 상황 그리고 과제를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2040플라스틱 제로 제주'를 선언한 제주특별자치도와 도민이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시행, 다회용기 활성화 지원, 민관 협력이 돋보이는 플라스틱 없는 청정 우도 프로젝트, 그리고 재활용가능자원 회수보상제 등 여러 정책이 순차적으로 도입되며 제주도의 친환경 소비문화 정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로를 위한 움직임은 우도에서부터
섬 속의 섬 우도. 우도는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섬 속의 섬에서 시작하는 플라스틱 저감의 성과가 본섬 제주도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우도는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처리 문제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이 고려됐다. 우도의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참여 매장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이 특히 효과적이었다.
제주도는 우도 내 카페 및 음료 판매점 중 ‘자원순환우수업소’를 선정해, 이들 매장이 다회용컵 사용에 앞장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매장의 참여율이 높다. 우도 내 매장 중 29곳이 선정됐다. 제주도는 각 매장에 ‘자원순환우수업소’ 현판과 함께 20만 원 상당의 우도 캐릭터 텀블러 10개를 제공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정책도 펼쳤다.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을 방문하면 1000원을 할인해주는 정책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4월, ‘다회용기 세척센터’도 우도에 설치됐다. 8개월 동안 6만 8,399개의 다회용기를 세척, 1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1.4톤 줄이는 성과를 거두며 도민과 관광객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우도에서 이와 같은 성과를 내면서 제주도는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이룬 ‘플라스틱 없는 청정 우도 프로젝트’
‘섬 속의 섬’ 우도의 플라스틱 제로화를 위한 노력은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4일, 제주도 기후환경국 직원, 우도면주민자치위원회, 우도면이장협의회, 자생단체, 제주관광통역안내사협회, 그리고 우도 방문객 등 143명이 참여한 캠페인에서는 플로깅과 다회용컵 이용 활성화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캠페인 당일, 참가자들은 우도 천진항에서 하우목동항까지 플로깅을 통한 정화활동에 나섰다. 방문객들에게는 다회용기 매장과 다회용컵 반납기 위치 등의 정보가 담긴 홍보자료가 배부되었다. 플라스틱 없는 청정 우도를 만들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지와 제주도 행정의 노력을 보여주었다. 제주도는 이 같은 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제주도와 우도 주민들은 지난해 4월 플라스틱 제로 청정우도 비전을 공식 선포하는 등 우도의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섬 속의 섬 우도에서의 성과는 본섬인 제주도로 확대해 나가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제주도가 우도의 성공 사례에 고무된 이유다.
'일회용컵 가져요면 종량제봉투 드려요'
제주도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협력해 1회용컵 보증금제 활성화를 위해 ‘1회용컵 회수보상제’를 지난해 4월부터 재활용도움센터에서 시범 운영했다. 이 제도는 1회용컵 5개당 10리터 종량제봉투 1장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정책이다.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하는 도민에게 투명페트병, 건전지, 종이팩, 캔에 이어 새로운 보상 혜택을 제공한다.
보증금 라벨이 붙은 컵을 재활용도움센터에 마련된 회수기를 통해 ‘자원순환보증금’ 앱으로 반납하면, 보증금 300원과 함께 1일 최대 4장(1회용컵 20개)까지 10리터 종량제봉투를 받을 수 있다. 제주도는 1회용컵 회수보상제를 통해 도민의 보증금제 참여가 확대되고, 매장의 컵 반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민과 관광객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도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번 친환경 정책들은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지역경제와 환경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와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환경부, 제주도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성과 직시해야
‘2040 플라스틱 없는 섬’ 실현을 내걸며 일회용컵 보증금제 선도 지역으로 선정 된 제주도.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직후 일부 보이콧하는 도내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힘겹게 설득하면서 제주도는 2023년 9월 96.8%의 업체 참여율을 기록했다. 상당한 성과였다. 제도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별로 결정하도록 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발을 맞춘 듯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입장을 철회했다. 이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업체들의 이탈로 이어졌다.
하지만 제주도는 플라스틱 저감 계획에 맞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프랜차이츠 매장 점주 설득은 과제가 됐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 성과를 분명하게 확인한 만큼, 위반 업체에 대한 과태료와 인센티브 정책의 병행을 통한 참여 독려하는 과정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라는 예전의 방침을 다시 세우도록 요구하는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제주도가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꼬닥꼬닥 걸어가는 '플라스틱 제로' 제주> 기획 및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재지원 및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