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제주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한 달 내내 이어지며, 바닷물 온도는 30도를 넘어섰다. 서귀포 중문 해역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고수온 경보가 계속되었고, 연산호는 녹아내리며 제주 바다는 '기후위기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오영훈 도정은 염지하수를 '무한자원'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포장하고 있다.

제2공항 예정지 부근 지역(붉은색 원) 지하수 관정에서 해수 유입으로 인한 염소이온이 높게 검출되고 있다. 지하수 함양률을 떨어뜨리는 제2공항과 배후도시 건설 계획이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수질 악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2022년 지하수 수질모니터링결과.(김재훈 기자/자료=제주보건환경연구원)
제2공항 예정지 부근 지역(붉은색 원) 지하수 관정에서 해수 유입으로 인한 염소이온이 높게 검출되고 있다. 지하수 함양률을 떨어뜨리는 제2공항과 배후도시 건설 계획이 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수질 악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2022년 지하수 수질모니터링결과.(김재훈 기자/자료=제주보건환경연구원)

이는 과학적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며 필연적으로 지하수 공수화 정책의 포기로 귀결될 것이다. 전체 수자원의 96%를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도에서 공수화 정책의 포기는 곧 제주섬의 지속가능성 포기를 의미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제주 지하수는 '공수' 개념이 적용되면서 사유화를 지양하고 국가에 의한 공공적 관리가 실시되어 왔다. 65만 도민의 생명수를 지키기 위해 도입된 공수화 정책의 핵심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며 제주를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현 도정의 정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우선 염지하수가 무한자원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틀렸다. 해안지역 지하수의 핵심 원리인 기벤-헤르츠버그(Ghyben-Herzberg) 법칙을 살펴보면, 밀도가 다른 담수지하수(1.000g/cm³)와 염지하수(1.025g/cm³)가 정역학적 평형을 이루며 부존하고 있다. 하부 염지하수를 취수하면 상부 담수가 급속히 하강하여 공간을 채우려 하며, 특히 제주의 고투수성 화산암 대수층에서는 염지하수 취수가 담수 취수보다 오히려 더 큰 담수 수위 하강을 야기한다는 역설적 현상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2020년 공주대학교와 제주연구원이 행한 제주 동부지역 담‧염수 경계특성 연구에 따르면, 염지하수를 취수하지 않을 경우 해수침투 발생 면적이 취수 시보다 7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염지하수와 담수지하수가 단순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수리학적 평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제주섬의 현실을 보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가뭄-폭우 반복 현상으로 지하수 함양 효율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탄소 감축 노력을 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제주도 앞바다 해수면 온도가 지금보다 최대 4.08도 오르고, 해수면 높이는 최대 55㎝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50년까지 제주도 해수면이 36~43c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염지하수의 내륙 침투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염지하수를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담수지하수와의 정역학적 평형을 완전히 파괴하여 제주 전체 지하수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오 도정의 정책은 정반대로 지하수 사용량 제한 정책을 오히려 폐기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통합물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도내 125개 지하수위 관측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의 64%에 달하는 80개 관정에서 지하수위가 하강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주도 지하수위가 장기적 변동이 없는 안정적인 상태보다는 '하강'이 우세한 변동성이 심한 상태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2022년 6월 개편된 지하수 원수대금 부과체계에서 기존 규제를 완화했으며, 하루 오수발생량 500m³ 이상 시설의 전량 중수도 사용 의무화 규정을 삭제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한진그룹 지하수 증산 허가 불허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 DB)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한진그룹 지하수 증산 허가 불허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제주투데이 DB)

한진그룹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 요청을 제주도가 조건부 허용한 것은 공수화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조치다. 현재 월 3천톤에서 4천400톤으로 취수량을 늘려주는 것으로, 이는 지난 2018년 동일한 신청을 반려했던 이전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제주도는 "지하수 적정 관리를 위해 취수허가량 증량은 불가하다"고 밝혔지만, 도정이 바뀌면서 이 주장은 모두 사라졌다. 이는 정치적 일관성 부재와 공수화 정책의 임의적 적용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례로, 도민의 생명수를 자본에 팔아넘긴 반도민적·반환경적 행위다.

2024년부터 오리온의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 물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되었다. 기존 하루 200톤 제한에서 용암해수단지 전체의 염지하수 취수량 하루 2만 1천 톤 범위 안에서 별다른 제한 없이 국내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칭다오-제주 간 컨테이너선 직항노선이 오리온 용암해수 수출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이다. 칭다오 항로 수출 물동량의 95.7%가 제주용암수이며, 이로 인한 물류비 절감 혜택은 연간 최소 11억 원에서 최대 38억 원에 달한다. 이는 특정 사기업을 위한 노골적인 특혜다.

(사진 출처=오리온제주용암수 홈페이지)
(사진 출처=오리온제주용암수 홈페이지)

2024년 3월 제주연구원이 개최한 'Focus & Future' 세미나는 공공연구기관이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대표적 사례다. 양덕순 제주연구원 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자원을 어떻게 산업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며 염지하수를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경제적 기회로 포장했다. 염지하수 부존량 96.7억㎥를 내세우며 산업적 잠재력을 강조한 것은 기벤-헤르츠버그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다.

제주연구원이라는 공공연구기관이 나서서 염지하수 무한자원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선동에 치우친 것이다. 이러니 민의의 전당인 도의회에서 염지하수를 양식장 온도조절용 용수로 쓰자는 황당한 제안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답은 명확하다. 제주도의 지질구조는 서귀포층을 기준으로 서부지역의 준기저지하수 권역과 동부지역의 기저지하수 권역으로 구분되는 만큼, 이에 따른 차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 서부지역에는 강수 및 지하수 이용량을 필수 활용요소로 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동부지역에는 기벤-헤르츠버그 법칙을 적용하되 염-담수 경계 깊이, 해수면 변동 등의 요인들을 추가 고려한 정밀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염지하수와 담수지하수 과금체계를 일원화하여 지하수 관리의 통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4배나 차이나는 과금체계를 통일하고, 지하수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여 사용량과 영향도에 따른 합리적 과금체계를 구축하면서 현재 4%에 불과한 대체수원 이용률을 20%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빗물이용시설과 중수도 등을 확대하면 지하수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한동해수산업단지와 같은 무분별한 염지하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과학적 재검토가 시급하다. "뽑아올린만큼 바닷물이 밀려들어 재충전된다"는 비과학적 논리를 폐기하고, 기벤-헤르츠버그 법칙에 기반한 과학적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27억톤 매장량을 근거로 한 7,589년 사용가능론은 담수지하수와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다.

제주도 지하수 정책의 근간은 공수화 원칙이다. 이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제주섬의 생존을 위한 과학적 필요조건이다. 염지하수는 무한자원이 아니며, 기벤-헤르츠버그 법칙에서 확인되듯 담수지하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유한한 자원이다. 2013년 제주 환경단체들은 "제주도가 이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물은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지역 보다 지하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원칙과 보전정책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공수화 정책 후퇴를 우려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현재와 같이 정치적 구호에 매몰되어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는 정책으로는 제주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특정 기업을 위한 칭다오 직항노선 개설이나 염지하수 증산 허가, 제주연구원의 비과학적 세미나, 한동해수산업단지의 무분별한 개발과 같은 단기적 경제 논리는 제주를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일 뿐이다.

66만 도민의 생명수를 지키는 것은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제주가 제주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과학에 기반한 지하수 공수화 정책의 복원이 바로 제주 생존의 열쇠다. 더 이상 늦으면 정말 늦다.

이종우 제주투데이 논설위원(이학박사/사단법인 제주에너지정의네트워크 이사장)
이종우 제주투데이 논설위원(이학박사/사단법인 제주에너지정의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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