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소경제'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산업 트렌드나 기술 트렌드에 뒤쳐진 사람처럼 비춰지는 인상이다. 전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중에 수소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수소시범도시, 수소특화단지, 수소트램,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 등 내용도 다양하다. 정부도 수소를 미래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수소 환원 제철,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와 원전 기반 핑크 수소 생산, 관련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고 공약했을 정도다. 모두가 수소를 말하지만, 수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소 산업의 현황과 한국의 정책상황을 짚고 수소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속기고를 진행한다.<편집자 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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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배출 수소'는 무엇인가?

'저배출 수소'는 온실가스를 일정 기준 이하로 배출하며 생산된 수소를 말한다. IEA는 저배출 수소를 수소 1㎏당 전 과정(value chain)에서의 모든 온실가스(GHG) 배출을 포함해, 수소 1kg당 온실가스 배출강도(GHG intensity)가 3.8kg CO2eq 미만인 수소로 정의(저위발열량 기준)하고 있다. 이러한 저배출 수소를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국가와 기관에서 이른바 청정수소라고 부르고 있다.

저배출 수소는 크게 메탄을 개질하여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탄소 포집 및 저장하는 방식(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생산한 전기를 통해 수전해 하는 방식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생산 방식에 따라 전자는 블루 수소, 후자는 그린 수소라 부른다.

색깔에 따른 분류를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수소 생산 방식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수소를 색깔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색깔에 따른 분류가 수소에 대한 정의를 규범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최근에는 저배출 수소 또는 청정수소로 통칭하여 쓰려는 경향도 있다.

#실익보다 손해가 더 큰 블루 수소

블루 수소에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수증기 메탄 개질과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함께 적용하는 기술(SMR+CCS)이다. 일단 SMR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소 생산 방식으로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다. 대량의 수소를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되는 만큼, SMR 기술에 CCS를 결합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기술에는 여러 난관이 많다.

이 방식을 통해 진행되는 CCS는 고순도의 이산화탄소 외에도 연료가 연소된 후 배출된 가스를 포함하기 때문에 포집되는 가스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져 포집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가 발생하며,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위해 운송하고 저장지를 운영, 관리하는 데에 막대한 설비 투자와 에너지 비용이 발생한다.

SMR+CCS 방식의 기술적, 재정적 문제와는 별개로 CCS 기술 자체에 불확실성도 중요한 문제다. 상업적으로 운영 중인 CCS 설비들은 95% 이상의 이산화탄소 포집률을 달성한 사례가 없다. 현재 SMR 기반 수소 생산 설비 중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적용된 사례에서 이산화탄소 포집률은 70~80%에 머문다. 이마저도 이산화탄소가 고농도로 존재하는 일부 스트림에서만 선택적으로 포집한 결과다.

결국 블루 수소의 핵심기술인 CCS는 여전히 탄소중립이라 말하기에 매우 모자란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불완전한 기술과 검증되지 않은 기술들이 마치 수소 생산의 미래인 것처럼 포장되어 기후위기 대응과 극복을 방해한다는 비판에 놓여있다.

더욱이 메탄을 개질하는 과정에서 메탄이 누출되는 문제도 있는데, 메탄이 이산화탄소 대비 28배나 높은 온난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 또한 중요한 논쟁거리다. 여기에 앞서 거론한 수소의 온난화 간접효과와 더불어 전쟁 등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 전기화와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미래 수소 수요의 감소 등은 블루 수소가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많은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따라서 블루 수소는 ‘청정’하거나 ‘저탄소’라고 주장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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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정책 설계와 운용의 묘가 필요한 그린 수소

그린 수소는 현재까지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수소 생산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방식이라는 점이 그린 수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핵심 요소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그린 수소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한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수소 수전해 기술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 수단으로서 수소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린 수소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일단 비용 자체가 타 수소 생산 방식 대비 고비용이다. 생산단가가 높아 재생에너지의 가격이 충분히 낮고 공급이 풍부한 국가가 아니라면, 그린 수소는 경제성이 낮아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그린 수소는 대규모 생산에 필요한 전력 공급, 저장·운송 인프라, 소비 기반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여기에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커, 투입된 전기 대비 회수되는 수소에너지가 적다. 현재 수전해 기술의 전환 효율은 60~70% 수준으로, 상당한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 비효율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물론 위와 같은 부분은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되면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으며, 그레이 수소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페널티를 더 많이 받게 되는 상황을 전제한다면 향후 그린 수소의 가격 경쟁력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입지 조건이 유리한 국가들이 그린 수소 생산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부담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또한 IEA는 저배출 수소의 성공적인 확산을 위해 충분한 수요 기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수소는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에너지를 투입해 추출·생산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무한정 생산이 가능한 자원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철산업과 암모니아·메탄올 생산의 전환수요를 제외하고, 수소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산업군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필요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기술과 정책이 과잉으로 논의되고 무리하게 집행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갈등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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