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소경제'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산업 트렌드나 기술 트렌드에 뒤쳐진 사람처럼 비춰지는 인상이다. 전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중에 수소와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수소시범도시, 수소특화단지, 수소트램,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 등 내용도 다양하다. 정부도 수소를 미래먹거리로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수소 환원 제철,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와 원전 기반 핑크 수소 생산, 관련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고 공약했을 정도다. 모두가 수소를 말하지만, 수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소 산업의 현황과 한국의 정책상황을 짚고 수소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속기고를 진행한다.<편집자 주>

#화석연료 퇴출 대신 수명연장의 도구로 활용되는 혼소 발전

정부 계획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수소와 암모니아를 LNG 또는 석탄과 혼합 연소하는 혼소 발전을 강조한 부분이다. 일단 2030년까지 석탄발전에 암모니아 20%를 혼합하고, 2050년에는 암모니아만 태우는 전소발전을 계획하고 있다.

LNG 발전에는 수소를 50%까지 혼소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부는 기존 발전 설비 중 감가상각비용 회수가 끝난 중형 가스터빈을 활용하여 낮은 투자 비용으로 수소 혼소를 31년까지 조기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 전소 발전과 관련해서 40년 이전에 실증을 끝내고, 이후 상용화 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발전 의무화까지 염두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언뜻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계획처럼 보인다. 기존에 100% 화석연료를 태우던 시설에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연료를 투입하여 그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계획이 사실상 화석연료 사용을 늦추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큰 상황이다.

실제 암모니아를 혼소하면 혼소한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것은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암모니아 혼소 정책은 탈석탄을 지연시키며, 빠르고 광범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1.5℃ 시나리오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 암모니아 혼소는 IEA의 2030년 넷제로 기준보다 5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혼소 비율 50%까지 확대해도 3배가 높다는 평가가 있다.

더해서 20% 혼소 시 연료비는 현재 석탄 대비 2배 상승하고, 재생에너지와 비교할 경우 무려 4배가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혼소에 활용하는 암모니아가 그린 수소 기반이 아닐 경우 석탄을 태울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높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석탄에 암모니아를 섞어서 태워 발전하는 방식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저해하고, 석탄의 퇴출을 지연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스발전도 다르지 않다. 수소 혼소 기술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GE와 NYPA(뉴욕전력공사)가 협력한 수소 혼소 실증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 결과를 보면 수소 혼소 비율 15% 일 때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은 5% 감소했고, 25%일 때는 10%가, 35%일 때는 14%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혼입된 수소의 비중 대비 실제 온실가스의 저감은 매우 낮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수소 100%를 투입할 때 마지막에 생산되는 전기에너지의 양은 고작 20.13%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높은 비용을 들여 생산한 수소를 발전사업에 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기술적 난이도는 매우 증가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반면 감축 효과를 상대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앞서 암모니아 혼소에서 지적하듯 화석연료 기반 발전의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수소 혼소가 넷제로 달성의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잠재적 투자 회피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문제는 표면화되어 있는데 제주도의 신규 가스발전 확대를 위한 명분으로 수소 혼소가 활용됨에 따라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수소를 이용해서 발전하는 방식으로는 가장 기술 수준이 높고 안정화되어 있는 기술로는 수소연료전지 발전방식이 있다. 그런데 구태여 무리한 혼소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결국 저배출 수소의 대량 생산 계획에 따른 수요확보 전략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수송 분야에서 수소는 전기화 우위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

실제 정부의 계획을 보더라도 당장에 필요한 수송 분야 수소 수요는 한정적이다. 승용차와 버스 등 상용차만 하더라도 현재 수소보다는 전기로의 전환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정부 계획에도 2030년에 전기차는 420만대 보급이 목표지만, 수소차는 30만대에 불과하다.

수소차 외에도 수소트램이나 수소선박 등의 운송 수단의 연료를 수소나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것도 계획되어 있다. 수소트램은 2028년 말 이후, 선박의 경우 2030년 이후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수소트램이다. 상용화와 더불어 이에 대한 노선 건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형 수소 트램 가상 이미지. (사진=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제주형 수소 트램 가상 이미지. (사진=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하지만 실제 준공에 들어간 지방자치단체는 소수다. 준공 또는 준공 전 단계에 도달한 것은 대전광역시와 울산광역시 정도다. 이외에 제주도는 타당성 검토 단계, 부산광역시는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소 선박도 아직 소형 선박 정도에서 실증 연구 중이기 때문에 현재의 수요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수송 분야에서 수소의 향후 수요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외에도 수소 드론과 도심항공(UAM)이 거론되나 드론의 경우 이미 전기 배터리 기반의 드론 기술이 크게 발전한 상황에서 수소 드론 시장 수요가 크지 않고, UAM의 경우 시제품을 통한 실증 시험이 진행 중이나 대량 생산, 상용 인증, 관련 인프라 연계는 여전히 기초단계이기 때문에 2030년까지 충분한 수요확보가 어렵다.

물론 수송 분야에서 기술혁신에 따라 중소형 항공기, 국제선 대형항공기, 대형여객선과 화물선에 한해 수소연료전지 또는 암모니아 기반 연료의 활용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대체로 2040년 이후 상용화가 전망되는 만큼, 이를 전제하지 않고 급격한 수소생산 확대를 추진하는 현행 정책과는 시기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수소 관련 공급 및 인프라 전략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수소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서술한 한국의 수소 정책의 문제를 통해 다음 네 가지 정도의 정책 수정을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수소 정책은 탈화석연료 전략과 분리되어선 안 되고, 탄소중립 로드맵 전체의 일관성 안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수소 혼소 전략은 화석연료 기반을 유지 시키며,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도 미흡하다. 수소를 발전 연료로 활용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효율화 정책과 수요관리 전략을 우선하고, 수요 없는 공급 확대 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수소 혼소 발전 등의 전략은 막대한 전기 수요가 지속해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결국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관리 전략을 통해 수요 자체를 줄이지 않는다면 무리한 정책 결정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수요 없는 공급 확대 역시 수소를 더 이용하기 위해 혼소발전 전략과 같은 모순된 계획을 생산하는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 따라서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한 효율 개선과 수요관리 전략을 우선하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루는 수소 정책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셋째, 수소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보완하는 에너지 저장 수단과 수소연료전지, 전환산업,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 등 ‘적재적소’에 필요 수요를 명확히 하여 활용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한 P2G기술로 활용은 충분히 필요한 과제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그린 수소를 연료전지 발전이나 화석연료 기반의 암모니아 및 메탄올 생산의 전환, 수소환원제철, 시멘트 소성로 연료 전환, 석유화학산업의 납사 대체 등 산업 분야의 탈탄소 전환을 위한 ‘필수 용도’에 한정해 적정한 수준에서 활용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더해서 전기화가 이미 충분히 진행된 자동차 등의 분야가 아니라 선박, 항공 등 대형 수송 분야 등 필요성이 인정되는 곳에서 필요한 만큼 생산해서 활용된다면 수소 정책의 효용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회색수소, 청정수소, 그린수소 개념도.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하는 에너지 자원 및 이산화탄소 발생 여부 및 처리 방안에 따라 회색수소(그레이수소), 청정수소(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뉜다.(사진=김정도 제공)
회색수소, 청정수소, 그린수소 개념도.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하는 에너지 자원 및 이산화탄소 발생 여부 및 처리 방안에 따라 회색수소(그레이수소), 청정수소(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뉜다.(사진=김정도 제공)

넷째, 득보다 실이 큰 블루 수소나 청정수소는 지양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 수소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구태여 블루 수소나 청정수소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정책적으로는 그린 수소로의 전환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고 단계적 이행 경로를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는 꼭 필요한 자원이다. 현재의 산업과 경제에도 필요하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자원이다. 그런 수소를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고도화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국가와 산업, 경제와 사회, 환경과 생태계를 고려할 때 꼭 필요하다. 수소경제라는 말은 많지만 정작 이에 대한 이해와 고민은 부족한 지금이다. 이번 연재 기고가 수소 정책을 이해하고,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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