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에 위치한 박진경 대령 추모비. (사진=제주4·3아카이브)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에 위치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 (사진=제주4·3아카이브)

 

제주4·3 당시 “도민의 희생도 무방하다”며 강경 진압 작전을 벌여 논란이 일었던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가 오는 11월 이전된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 보훈청에 따르면 박 대령의 추도비는 제주 국립묘지 착공 시점에 맞춰 한라산 관음사 육군 특수전 사령부로 옮겨질 예정이다.  

박 대령은 지난 1948년 4·3 진압 사령관으로서 11연대장에 취임했다. 그는 연대장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밝히며 무차별적인 진압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박 대령은 양민과 폭도의 구별이 힘들다는 이유로 40여일만에 도민 3000여명을 막무가내로 잡아들이는 등 4·3당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같은 해 6월 대령 승진 축하행사가 열린 날 강경 진압 지시에 반대했던 부하 문상길 중위에게 암살당했다. 

양민학살 지시 논란에도 제주도 내 기관장 등은 ‘토벌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 박 대령의 추도비를 세우기에 이른다. 지난 1952년 10월 24일자 제주신보 기사에 따르면 같은 해 11월 7일 추도비 제막식이 열렸다. 

1952년 10월 24일자 제주신보 기사. '불멸의 공훈을 추념'이라는 제목으로 박진경 대령 추모비 제막식을 알리는 내용이다. (사진=제주투데이DB)
1952년 10월 24일자 제주신보 기사. '불멸의 공훈을 추념'이라는 제목으로 박진경 대령 추모비 제막식을 알리는 내용이다. (사진=제주투데이DB)

관련 기사에는 ‘4·3 사건 발발 당시 11연대장으로서 공비토벌과 민심선무에 많은 공훈을 남긴 고 박진경 대령을 추도해 앞서 도내 각 기관장과 유지들이 회합 총장 9척의 자연석비를 건립키로 결정했다’고 건립 배경을 밝히고 있다. 현재 추도비는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 입구로 옮겨져 있다.

이후 제주 사회에서는 4·3 강경 진압의 책임자를 추도하는 비석을 두고 비난 여론이 일었다. 4·3 70주년을 맞은 지난해엔 본격적으로 추도비를 철거 또는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일부 제주도의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경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지난해 7월 제362회 임시회에서 제주도 보훈청을 상대로 “박 대령이 중산간 마을 주민들을 무조건 연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4·3 70주년과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박 대령의 추도비가 충혼묘지 입구에 세워져 있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이전과 관련해 도 보훈청 관계자는 “추도비(존치 여부)를 두고 도내 사회에서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철거 등 극단적인 방법은 피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노출이 잘 되지 않는 군부대로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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