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국방부 홈페이지)
자료사진. (사진=국방부 홈페이지)

5일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의 발표에 따라 공군이 제주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건설할 계획이 밝혀지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제주도의 군사기지화 우려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이날 오후 김종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2천591억원을 들여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수송기·헬기 각 3~4대로 탐색구조임무 전담부대로 운영하는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제주도에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민은 전략적 성격의 공군기지를 ‘남부탐색구조부대’로 포장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까지 창설된다면 제주도 전역이 군사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의 군사기지화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 년간 끊이지 않았던 제주 공군 전략기지 건설 논란. 그 과정을 살펴본다. 

(사진=정의당 제주도당 제공)
5일 오후 국회에서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오른쪽)이 고병수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왼쪽)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의당 제주도당 제공)

◇1987년 송악산 군사기지 시도…주민 주축 반대 운동 전역으로 퍼지자 일단락

제주도 내 공군기지 건설 시도의 출발점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87년 12월 국방부는 송악산 일대 197만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확정했다. 

다음 해인 1988년 8월 ‘제주신문’ 보도에 따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두 달 뒤인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장관은 군의 중·장기 전력 증강계획에 따른 조치였다고 답했다. 

적공군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서남해 지역의 항공작전 능력을 신장하고 유사시 증원군의 전력수송·전략 예비기지·군수물자 재보급 등 다목적기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 비행기지를 확장해 작전기지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는 게 당시 국방부 장관의 설명이었다. 

같은 달 대정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대정사회연구회’를 중심으로 ‘모슬포 군비행장 설치 결사반대 대정읍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기지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후 도내 19개 종교·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송악산 군사기지 설치 결사반대 도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지 건설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 정부가 1990년 3월 송악산 군사기지 설치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반대 운동은 끝이 났고 군사기지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 내 남부탐색구조부대 사업개요 일부. (사진=제주투데이DB)

◇국방중기계획에서 사라지지 않은 제주 공군 전략기지 건설계획

국방부가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국방중기계획에서 제주 내 ‘공군 전략기지’를 건설하는 내용은 빠진 적이 없었다.  

지난 2000년 국정감사에서 ‘2001~2005년 국방중기계획’에 2010년까지 제주도 내 비행전대급 부대 창설하는 계획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 2006년엔 ‘한국일보’의 보도를 통해 ‘2006~2010년 국방중기계획’에 2014년까지 약 4천400억원을 들여 제주에 전략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 밝혀졌다. 

당시 기지 후보지로는 대정읍 모슬포에 위치한 알뜨르 비행장 일대가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군본부는 “과거에 검토한 적은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전된 사항은 없으며 논의할 단계도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2017년 공군참모총장 “제2공항 내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계획”

제주도 내 공군 전략기지 건설 추진 여부에 대해 “페이퍼플랜 수준”이라고만 일축해오던 공군이 공식석상에서 제2공항 내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2017년 3월9일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딘 헤스 미 공군 대령기념비 제막식’에서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대로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계획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이성용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논의는 1997년부터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돼 계속 순연돼 왔다”며 “‘2018~2022년 계획’에는 2021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반영됐다”고 답했다. 

2009년 5월 3일 공군이 항공우주박물관 기공식 축하비행 사전 연습을 했다. 사진은 알뜨르 비행장을 지나는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2009년 5월 3일 공군이 항공우주박물관 기공식 축하비행 사전 연습을 했다. 사진은 알뜨르 비행장을 지나는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이어 “남부탐색구조대의 기본 역할을 남쪽으로 다니는 배나 항공기의 조난 상황에서 긴급 구조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주 알뜨르’를 비상 착륙기지로 이용했는데 가급적이면 동선이 짧은 제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제주를 대상지로 선택한 것”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국토부 및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 여부와 관련해선 “공식적인 협의가 전혀 없었고 이제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공군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국토부와 기재부 특히 제주도와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도민과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다음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군사기지화 우려에 대해선 “전투기 배치는 없다”며 “배치 계획 중인 탐색구조전력은 인도적 재난재해 구호활동에 대한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2공항 연계 계획과 관련해선 “공항 측과 연계해 항공기 주기장, 운영 장비, 정비 공간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미 군 수송기가 이용하는 지금의 제주국제공항 상황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7년 3월17일 열린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기자회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지난 2017년 3월17일 열린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기자회견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제2공항, 공군기지 포석 의혹 일파만파

공군 측의 이 같은 공식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사회 내 제주의 군사기지화 우려를 비롯해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의 진짜 의도에 대한 의혹은 더 커져갔다. 

제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과 단체 등은 “제2공항은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제기된 수많은 의혹이 단 하나도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주민과 도민이 반대하고 있는 사업인데도 정부가 강행하고 있다”며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며 반발했다.

제2공항과 공군기지 연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정 공군참모총장의 발언이 있고 나서 일주일 뒤인 17일 원희룡 지사는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기자회견에서 “공군은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이용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을지 모르지만 도민의 동의를 얻긴 어려울 것”이라며 “제주도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현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달 10일 서귀포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제2공항 예정지 주민 간담회 자리에서 국토부 관계자 역시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계획했고 만약 국방부가 공군기지를 짓겠다면 제주도 및 도민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며 “제2공항을 국방부 마음대로 군사시설로 이용할 수 없다. 국토부와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 지사와 국토부의 단호한 입장에도 관련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김종대 의원의 기자회견이 앞으로 제2공항 건설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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