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 최선의 방어’?...사과 대신 엄포 놓는 원희룡 제주도정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에게 업무추진비로 식사를 제공한 사실을 밝힌 제주투데이의 보도(☞<원희룡, 도민혈세로 통합당 중앙청년위에 식사제공>)가 나간 지 2시간 만에 제주도는 신속하게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민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제주도는 해명자료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정당한 지자체장의 업무활동 및 그에 따라 합법적으로 지출된 비용을 왜곡한 해당 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며, 허위 사실을 전파하여 도민의 도정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일은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제주투데이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당일 저녁 식사를 제공한 것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의 소속 정당인 미래통합당 중앙청년위원회의 제주방문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① 제주도의 시책과 지역을 홍보하고 ② 지역 현황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담회 성격의 행사로서 ③ 제주 지역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던 공식적인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미래통합당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의 '해명자료'
2020년 6월 10일자 제주투데이 <원희룡, 도민혈세로 통합당 청년위에 식사제공> 관련 제주도의 '해명자료'.

#제주도의 변명과 달리 ‘정당’은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범위에 ‘명확히 적시’돼 있지 않아

제주도는 “직무활동 범위 규정 제4호 마목 및 제7호 가목에 명확히 적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해명자료에서 미래통합당 중앙청년위원회 관계자 등에게 업무추진비로 식사를 제공한 근거로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 중 다음 두 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1. “‘지방자치단체 장 등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직무활동 범위(제3조 제1항 관련)’에서는 제4호 마목 “다른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 공공단체, 민간단체, 학회, 협회 또는 해외기관 등이 벤치마킹, 교육, 현지조사・견학 등을 위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한 경우 그 방문자에게 기념품 지급 및 식사 제공”(제3조 제1항 제4호 마목)

2. “해당 지방의회, 국가기관, 다른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군부대, 경찰서, 금융기관, 그 밖의 공공기관 및 단체(이하 "유관기관”이라 한다)와의 공동행사(「공직선거법」제86조제2항제4호에 따라 제한되는 행사가 아닌 경우를 말한다), 회의, 업무협조를 위한 기념품 지급 및 식사 제공”(제3조 제1항 제7호 가목)

2에 따르면 ‘유관기관’은 해당 지방의회, 국가기관, 다른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군부대, 경찰서, 금융기관, 그 밖의 공공기관 및 단체로 규정돼 있다. 업무추진비 집행대상으로 공공성이 있는 기관과 단체, 그리고 민간단체 들을 업무추진비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다.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단체-‘정당’은 명시하지 않았다. 즉, 집행대상 범위에 ‘명확히 적시’되어 있다는 제주도의 설명과 다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대상에 정당이 명시돼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주도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편향된 정치성향’을 떠나 도민의 상식 수준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 관행적으로 처리해왔다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인회계사이자 변호사인 하승수 투명한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 소장은 이와 관련해 제주투데이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소속정당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서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업무추진비 2020년 4월 집행내역 중 일부(표=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원희룡 제주도지사 업무추진비 2020년 4월 집행내역 중 일부(표=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집행내역에 정당명 밝히지도 않고서 “숨김없이 공개했다”고?

제주도는 “규정에 따라 해당 비용 지출 집행내역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이미 숨김없이 공개하였다”고 변명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제주특별자치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는 다음과 같이 조례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집행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함으로써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고, 사용에 관한 정보를 도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해당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미래통합당 중앙청년위원회’라는 정확한 표현이 아닌 ‘중앙 정당 청년위원회’라고 뭉뚱그려 기재했다. 이는 도지사의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정당명을 숨긴 행위로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와 비교해보니...‘안습’

타 지차체의 경우는 어떨까? 제주투데이는 2016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서울특별시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분석했다. 그 기간에 서울시장이 정당 관계자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그 한 건조차 이번 원희룡 지사의 업무추진비 집행 행태와 달리 업무연관성이 명확했다.

서울시의 2018년 11월 19일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서울시 예산정책협의회 오찬 간담회(11.16) 비용지급’이라고 정당명과 사용 목적을 명확히 밝혔다.(게다가 업무추진비 사용처는 서울시청 구내식당이다) 제주도지사의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와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서울시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일부. (사진=서울시청 홈페이지)
서울시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일부. (표=서울시청 홈페이지)

제주도가 “제주도는 위 규정에 따라 해당 비용 지출 집행내역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이미 숨김없이 공개”했다고 자신하지만, 사용목적과 정당명을 명확하게 밝힌 서울시와 비교해보면 도지사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숨김없이 공개했다고 어떻게 자신하는지 의문이 따른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조례’ 위반 잦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한편 업무추진비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2019년 말 제정돼 같은 해 12월 31일일부터 시행된 ‘제주특별자치도 업무추진비 집행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하 "도지사"라 한다) 및 산하기관의 장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월별로 작성하여 다음 달 10일 이내에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는 2월, 3월, 4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날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5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날짜는 어제(6월10일)까지다. 제주도지사는 넉달째 조례를 위반한 것이다.

해당 조례는 시행한 지 이제 반년이 조금 지난 조례다. 제주도 전체로 보면 제멋대로이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관행이 조례 시행 이후에 다소 개선되었다(조례가 제정되기 이전에 제주도지사는 몇 달치를 모아서 한 번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지사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 날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고, 제주도 다른 부서들 역시 공개 날짜를 어기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어렵게 제정한 조례가 사문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주도지사부터 조례가 정하고 있는 바를 철저히 지키면서, 잘못된 관행에 따라 도민 혈세가 새어나가고 있지는 않나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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