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이정주 제주동물테마파크 선흘2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27일 오후 이정주 제주동물테마파크 선흘2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곶자왈 지역에 대규모 사파리형 동물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27일 오후 정현철 이장은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동물테마파크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이정주 제주동물테마파크 선흘2리 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사업에 찬성하는 역대 이장을 비롯, 전·현직 임원 등이 참석했다. 

이정주 위원장은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허위사실이나 마을회 입장이 아닌 부분이 마을회 입장인 것처럼 방송에 많이 나가고 있다”며 “모든 부분을 갈등 해소하고 정당한 마을회 입장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 질문을 주면 있는 사실 그대로 성심성의껏 답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충 설명을 하기 위해 나왔다”는 이 위원장은 마치 대본이 있는 듯 정해진 답만 반복하고 곤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관련이 없는 답을 하거나 취재진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선 추진위 등 찬성 측과 반대 주민으로 구성된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 간 끊이지 않는 고소·고발과 관련해선 “반대 측에서 먼저 고소했기 때문에 대응 차원에서 고소를 한 것이다. 우리가 먼저 고소를 했다고 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이주한 지)1~2년도 안 된 젊은 친구들이 우리한테 (폭행 등을) 유도해서 고소와 고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정현철 이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가 이복우 선흘2리 노인회 감사. (사진=김재훈 기자)
27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정현철 이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른쪽 두 번째가 이복우 선흘2리 노인회 감사. (사진=김재훈 기자)

반대위가 의혹을 제기한 ‘대형 로펌의 법률 자문 비용 출처’와 관련해선 “지난해 7월 사업자와 체결한 ‘상호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서’에 따르면 마을 현안 사항에 대해 상호 간 협력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테마파크 설립 분쟁이 있을 때 서로 협력한다는 건데 이에 따라 사업자 측에서 변호사 자문을 구해서 그 내용을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이장이 개인적인 변호사 비용을 (선지급 받은) 마을 발전기금 3억5000만원에서 썼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 자금은 마을회 통장에 그대로 있다”며 “대명(사업자) 때문에 발생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자문을 구하러 가면 그쪽에서 자문해 준다”고 답했다.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두고 찬성 주민과 반대 주민 간 벌어지는 각종 소송과 관련해선 사실상 사업자 측에서 찬성 측의 법률 자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이날 기자회견문 작성을 비롯해 반대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측의 도움을 받았느냐고 질문하자 이 위원장은 “어느 언론사냐”고 따지며 “질문을 그만하라”고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최근 경찰이 선흘2리 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한 일과 관련해선 이 위원장은 “압수수색과 관련한 서류를 복사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걸 기억하진 못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서경선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이사, 정 이장 등이 도지사실에서 만난 게 ‘밀실이다’ 해서 조사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밀실논의’와 관련해 정 이장이 충분히 답변을 했는데 (경찰이) 왜 갑자기 압수수색을 했는지, 또 이를 왜 언론에 알렸는지 의심이 가는데 추후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정 이장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명 측에서 진술한 내용과 제가 진술한 내용이 서로 맞지 않아서 재조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정현철 이장이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업 관련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27일 오후 정현철 이장이 선흘2리 리사무소(마을 복지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업 관련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에 지원하는 주민숙원사업 예산으로 신발장 설치 등에 과다하게 공사비를 지출한 의혹(2000만원짜리 신발장이 주민숙원사업?)과 관련해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출한 것인데 반대위에서 언론플레이했다”며 “견적서 등 관련 지출 내역 서류가 있으니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위사실인 것이 밝혀지면 정 이장이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라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반대위 주민을 대상으로 엄포를 주기도 했으나 정 이장은 “같은 주민인데 그렇게까진 않을 것”이라 일축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자료를 요청하자 이 위원장은 “행정기관에 제출한 서류라서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행정기관에 요청하라”며 갖고 있던 서류의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해 4월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마을 총회 개최 계획을 묻자 “여러 지역 현안이 있기 때문에 8월 중에 개발위원회를 열 계획은 있다”면서도 전체 총회에 대한 답은 피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정 이장은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코로나 상황이나 마을 상황을 고려할 때 올 12월 전까지는 전체 총회를 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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