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날 그날은…. 그날이 그렇게 싸락눈이 오고 그랬어. 그렇게 추웠어. 그날 낮에 날씨가 따뜻해서 봄 잠바 입고 있다가 밤에 연락받고 그 차림으로 갔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으니까. 그렇게 춥더라고. 누군가 영안실에 와서 패딩을 나한테 입고 있으라 하면서 벗어줬지.” 1991년 11월7일, 양용찬 열사의 형인 양용호씨(61)의 기억이다.
양용찬 열사 30주기 추모제가 7일 오전 10시 남원읍 신례리 산 53번지 열사 묘역에서 진행됐다.
양용찬열사30주기공동행사위원회가 주최하고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신례초등학교 23회 동창회 공동 주관으로 열린 추모제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양열사의 고향 친구 선후배들이 참여했다.
이날 추모제는 30주년을 맞은 양열사를 기억하고 그 뜻을 기리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묘역 주변에는 제주지역 민족민주 열사들을 소개하는 사진들과 볍씨학교와 제주투데이가 함께 작업한 '양용찬 30주기 웹시화전'이 전시됐다.
특히 송문석 양열사 추모사업회 이사는 볍씨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양용찬 열사 전신계승 볍씨 선언문'을 직접 낭독하며 "양용찬 열사의 뜻이 결코 한 세대에 멈추지 않음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볍시학교 선언문 전문.
볍씨학교 선언문
우리는 제주의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지구적 환경파괴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기후위기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양용찬 열사가 온몸으로 막으려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은 결국 1991년 제정됐고, 지난 30년 동안 제주는 개발몸살을 앓았습니다.
우리 눈으로 집적 목격한 개발 현장도 많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로 공동체가 와해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곳곳에 호텔이나 테마파크 등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농촌이 파괴되고, 높은 건물들이 바다와 산을 가리고 있습니다. 올해 지구의 날 행사 장소였던 비자림로는 제2공항을 짓게 되면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볍씨학교가 있는 선흘은 나무들과 돌담길, 다양한 꽃과 나무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아직 남아있는 곳입니다. 제주다움이 관광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터전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문제들을 막기 위해,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아직 남은 '제주다움'을 위해,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제주를 지키기 위해, 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갈 것을 양용찬 열사 추모 30주기를 맞아 선언합니다.
하나. 우리는 아름다운 제주를 지키려한 양용찬 열사의 뜻을 잊지 않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제주를 사랑할 것입니다.
하나. 전기, 물 등 우리의 소중한 자원들은 절약할 것입니다.
하나. 제주제2공항 건설 등 난개발을 막기 위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확실하게 배워나갈 것입니다.
하나. 더는 개발이 일어나지 않게 또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세상에 이야기 할 것입니다.
하나. 지구 구성원인 청소년으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며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자유로운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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