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항 개발 사업으로 인해 해변 경관은 물론 바닷속 환경까지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우치해변 모래언덕이 빠르게 침식되고 있다. 해삼, 성게, 소라, 문어 등 해양 생물들의 서식 공간인 바위가 유실된 모래에 파묻혔다. 화순항 2단계 개발사업을 통한 방파제 축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화순항 인근어장 모래퇴적 원인조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황우치해변의 모래 유실을 막을 목적으로 제주도가 실시한 공사들이 수포로 돌아갔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제주도가 쏟아부은 22만㎥의 모래...해산물 서식처 황폐화
제주도정은 황우치해변 백사장을 복원한다면서 2018년 황우치해변에 22만㎥의 모래를 쏟아부었다. 황우치해변 백사장 복원사업 직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2만㎥에 달하는 모래 대부분이 복원사업 종료 약 2달 만에 파도에 쓸려나간 것이다. 이 모래가 해녀 어장을 덮쳤다. 용역진은 사계리 해녀 어장 황폐화의 이유 중 하나로 이 복원사업에 투입된 모래 유실을 지목했다. 주요 해산물의 서식 공간인 수중 바위들이 모래에 파묻혀버린 것이다.
해양 생물 서식공간 훼손 문제는 화순항 방파제 축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안덕면 사계리 어촌계는 화순항 방파제의 영향으로 인해 사계리 해녀 어장이 황폐화 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화순항 방파제 조성으로 인해 화순항 내 모래가 조류를 타고 사계리 어장에 쌓이면서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해산물의 씨가 말랐다.
이에 제주도 행정당국은 바위들을 해녀 어장에 던져 넣는 투석작업을 진행해왔다. 땜질식 처방이다. 황우치해변 사구 침식과 모래 퇴적은 지속됐다. 실패한 황우치해변 백사장 복원 사업에 쏟아부은 모래는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사계리 어촌계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제주도는 지난 2019년 9월 '화순항 인근어장 모래 퇴적 원인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1년 동안 이 용역을 수행한 ㈜한국항만기술단은 태풍 등에 의해 발생하는 강한 해빈류로 인해 황우치해변의 모래가 쓸려 나오고 화순항 방파제 인근의 조류를 타고 사계리 어업권 어장 부근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용역진은 제주도정이 황우치해변에 단기간에 많은 양의 모래를 쏟아부은 것이 화순항 내측에서 유출되는 모래의 양도 증가시키며 사계리 어장에 퇴적된 것으로 봤다.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었던 것.
토목사업들로 악화된 문제, 또 다른 토목사업으로?
용역진은 모래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또 다른 토목 공사를 제시했다. 화순항 내 해경부두 옆에 방사제(모래 유출을 막는 방파제) 설치와 화순항 방파제를 타고 흐르는 조류 속도를 줄이고 수심을 낮추기 위한 바다숲 조성을 제시했다. 화순항 방파제 축조 후 황우치해변의 모래 유실과 사구 침식을 막을 목적으로 수중 방파제를 설치하고 백사장 복원 사업을 펼치면서 수백억원 대 예산만 낭비한 상황에서 또 다른 토목 공사를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우치해변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한 수중방파제 2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8년 제주도가 백사장 복원 사업을 한다면서 쏟아부은 모래 22만㎥도 현재 모두 유실되었다. 현재 주변 지질과 어울리지 않는 파쇄석이 나뒹굴고 있다. 해변 경관과 해산물 서식 환경만 훼손하고 말았다. 근본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화순항 방파제를 존치하면서 황우치해변 침식을 막을 해결 방안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해녀 어장 황폐화에 따른 대책도 해산물 서식 공간 확보를 위한 바위 투척과 금전적인 보상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화순항 인근어장 모래퇴적 원인조사 용역'을 통해 어장 황폐화의 원인이 밝혀진 만큼 보상을 위한 연구 용역에 나섰다. 제주도 해양항만과 관계자는 “어업피해조사를 실시해서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화순어촌계장, 사계어촌계장과 보상약정서를 적어서 추진하고 있다.”며 “어업피해조사 용역은 내년 초에 마무리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