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마지막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마지막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정부는 제주라는 섬을 개발하기 위한 온갖 계획을 구상했다. 핵심은 관광으로 제주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1963년 토지소유와 통관 등 광범위한 자유를 주는 '제주도 자유지역 구상'과 1983년 국제적 관광지를 조성하는 제주도종합개발계획 등 여러 계획이 있었지만 실제로 추진되진 못했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1991년 전도민적 저항을 일으켰던 '제주도 개발특별법'이 법률로 통과된 것이다. 2002년 김대중 정부는 관광에 더해 휴양, 첨단 비즈니스 중심지로 제주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을 마련했다.

2006년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당시 도정은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적 자유시장경제 모델 구축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 법은 현재 제주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토대로 살아가고 있는 도민의 삶은 과연 나아졌을까.

제주투데이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8일 마지막 강연을 펼친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은 제주특별법이 고도의 자치권이라는 명분으로 신자유주의를 지역차원에서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그래픽=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그래픽=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그래픽=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

제주 발전 촉매 프로젝트 : JDC의 탄생

"2000년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개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맡은 외국 업체는 부동산 컨설팅을 주로 하는 곳이었습니다. 구색은 좋았지만 결국 제주도 토지를 개발해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 연구의 기본 테마였던 겁니다."

해당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주제는 '부동산 개발 중심으로 가는 자유도시'였다. 금융 물류가 포함된 권역별 계획도, 국제자유도시 체제를 위한 새로운 제도도 수립됐다. 특히 제주도에서 영어를 제2공용어로 채택하자는 황당한 안도 있었다.

개발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단일행정체제로 개편하고, 투자개발청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복잡한 행정구조로는 쉽게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일을 한번에 진행할 수 없었다. 이로써 '촉매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예산 계획을 통해 유치된 외국 자본으로 제주의 미래를 발전시키자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이다.

도민들은 반격을 시작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성명, 집회, 토론회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90년대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효과가 있었지만 2000년대는 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고 난 직후 이같은 저항의 목소리는 사회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 언론의 주목도 미약했다.

2001년 결국 마련된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여기엔 외국 교육기관 설립 대상 확대(영어교육도시),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영리병원), 제한적 토지수용권 부여, 단계적 규제자유지역화 추진 등 개발주의가 명확히 드러나는 내용이 담겼다.

종합계획심의절차도 간소화됐다. 개발사업자 입장에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던 기존 절차보다 도의회와 도지사에게만 동의를 받으면 되니 간편할 터였다.

7대 선도프로젝트도 선정됐다.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 ▲중문관광단지 확충 ▲서귀포관광미항 개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공항자유무역지역 조성 ▲쇼핑아울렛 개발 ▲생태·신화·역사공원 조성 등이다. 1년 뒤인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다는 목적으로 태어났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환경 고려 없는 경관·토지 확보 사업

7721억원과 1조 6000억원. 지난해 기준 JDC의 예산과 자산이다. 민간기업도 아닌 국토부에서 출자한 특수기업, 즉 공기업임에도 이러한 공적자산이 축적됐다.

제주에서는 도청을 제외하면 이러한 규모의 예산을 지출하는 기관은 전무하다. 이렇게 많은 돈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땅'이었다. JDC의 주요 기능 및 역할 설명에 명시된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관리.공급 및 임대' 항목은 이를 설명해준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주어진 역할은 잘해냈을까? 강 센터장은 "환경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경관 및 토지확보 위주로 진행돼 대규모 환경 훼손 및 지역갈등을 유발했다"면서 "청정과 첨단은 전무하고 산업만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첨단과학기술단지는 새로운 산업 도입 등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내부는 달랐다. 여러 기업은 본사를 제주로 등록해뒀지만 실제 인력은 판교 등 뭍지방으로 유출됐다. 영리병원 논란은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영어교육도시는 도내 교육 전체를 조망했을 때 근본적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도내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주소지는 대부분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반대운동이 일기도 했지만 영어교육도시 조성은 현재 추가 추진 중이다. 학교는 주변 부동산과 연관돼 있기도 하다.

신화역사공원은 주요사업인 카지노는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매출누락과 탈세, 사기게임 등 각종 불법행위가 만연했다. 특히 다른 특허권과 달리 카지노는 유효기간과 영업장을 확장 이전하는 경우 통제장치도 없었다.

대부분 호황인 면세점 사업은 중국계 여행사를 중심으로 혜택이 집중됐다. 특히 대규모 면세점의 경우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관광진흥기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어 지역과 상생하는 제도가 제대로 갖취지지 않은 상황이다.

JDC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으로 또다른 토지를 매입하고, 새로운 개발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이다.

제주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마지막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마지막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외형적 성장 이뤘지만 실제 도민의 삶은?

제주특별법이 도입된지 22년이 지난 지금, 제주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세간은 지역내 총생산(GRDP)과 관광객 수, 관광수입, 외국인투자, 예산규모가 늘어난 점, 총인구 수도 70만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점 등에 주목했다.

하지만 도민은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을까. 사업체.취업자 수는 늘어났을지언정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제주는 10여년 간 임금이 제자리걸음이지만 전국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도내 투자시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인 '제주투자진흥지구 인센티브 제도'로 감면된 국세와 지방세의 총액은 올해 기준 86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을 위한 세제혜택은 전무하다.

농가 소득은 전체적으로 늘어났지만 부채도 덩달아 늘었다. 2019년 기준 3572만원인 전국 농가부채와 비교해 제주도는 2.1배(7513만원) 많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이뤄져야 안정적인 농업은 정책 시스템 미비로 영세 소농가 비중만 증가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양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제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 관광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대에서는 '제주국제자유도시로 사회경제적 모순이 심화돼 사실상 실패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개발의 고리를 끊고, 제주사회의 주체를 자본에서 도민으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주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마지막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와 공동으로 제주개발사를 8회에 걸쳐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마지막 강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도정, 환경-인간 공존하는 지속가능 발전 목표 해야"

강 센터장은 현 도정이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환경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자유도시'라는 특별법의 명칭과 내용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민이 주인이 되고, 제주의 미래가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특별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

그는 "실제 2002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도 '도민이 주체가 되어', '제주도민의 복리향상' 등이 명문화돼 있었지만 현행 법은 이러한 문구마저 삭제된 상황"이라면서 "특별법 명칭을 제주의 미래지향을 담은 생태평화도시 또는 청정환경도시 등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JDC는 제주개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도민의 입장에서 공공적 통제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면서 국토부 특수법인인 JDC의 소속기관을 제주도로 이전하고, 해당 기관의 부동산 개발 중심 업무를 제주의 미래 비전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강 센터장은 "개발사업 추진시 이익 지역 공유 관점에서 사전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제주의 현실에 맞게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형식적 고용이 아닌 정규직 중심 일자리의 경우 인허가 관련 가점 등 형식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일자리 영향평가제 도입도 내세웠다.

또 "외국인면세점의 수익금 이익 환원 기준을 마련해 지역과 상생하는 제도를 갖추고, 카지노 관광진흥기금 부과비율을 확대해 교육과 의료, 주거안정 등의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면서 외국인면세점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 수익 지역 환원 및 제도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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