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면  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스페인의 플라멩코, 쿠바의 맘보 등 각 나라의 민속음악은 모두가 춤을 추기 위한  리듬을 원류로 한다

19세기 말 미국 델타 지역의 블루스맨들은  기타 한 대를 들고 ‘조인트Joint’라 불리우던 선술집을 순회하며 연주했다. 관객들을 자극하고 춤을 추게 만들어 팁을 받아야 했기에 목소리는 거칠어 졌고 음고는 높아졌으며 한 대의 기타에서 풍성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테크닉이 개발되었다. 또한 반복되는 악구(Riff)가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런 블루스 음악이 전기기타와 이펙터들의 발전과 더불어 백인이 줄기던 컨트리와 만나면서 좀 더 밝은 곡조의 록앤롤 음악으로 탄생했고 그 후 소울, 리듬 앤 블루스,펑크, 락, 헤비메탈 등으로 진화한다.

반면 재즈에서는 행진곡 풍의 딕시랜드 재즈를 시작으로 싱코페이션 리듬이 흥겨운 랙타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4박자 춤곡인 스윙음악이 태동하면서 대규모 악단인 빅밴들이 꾸려진다. 앰프와 스피커등의 전기 기기가 없었던 시절 수 십명의 관악기와 리듬섹션의 거대한 음량은 댄스홀에서 춤을 추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

이른바 당시의 ‘댄스음악'이었던 셈인데 풍성하고 다채로운 사운드와 넘실대는 스윙리듬을 듣다보면 누구라도 몸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빅밴드는 점차 사라지고 소규모 악단이 꾸려졌다. 개인의 연주력과 개성이 강한 비밥재즈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50년대에 오디오가 널리 보급 되면서는 좀 더 대중적인 감상용 재즈가 나타나는데 핫재즈와 대비되는 용어로 쿨재즈라 불렸다.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에 실내악적인 정서를 지닌  쿨재즈는 어느 순간 먼 나라 브라질까지 건너가 '새로운 물결'이라는 의미의 보사노바Bossanova 음악이 탄생한다.

브라질로 이주한 아프리카 흑인들이 추던 삼바Samba는 2/4박자의 빠르고 열정 가득한  원초적 리듬의 음악이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자극적이고 거친 리듬을 갖고 있었는데 보사노바 연주자들은 4/4박자의 나긋한 리듬과 연주로 특유의 느슨한 그루브Groove를 만들었다. 흑인 빈민촌에서 탄생한 삼바와는 달리 클래식과 모던재즈까지 수용한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 음악은 도시의 대학생과 지식인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지적인 멜로디와 우아한 화성은 미국 본토의 재즈뮤지션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낭만적이고 시적인 운율을 담아낸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es의 노랫말은 비범했다. 그 둘은 보사노바 음악의 최고의 콤비였고 ‘Girl From Ipanema이파네마 해변의 소녀’ 'Felicidade행복’ ‘Desafinado음치’ 등의 명곡들을 만들어 냈다.

그들이 최초의 보사노바곡인 ‘Chega de Saudade사무치는 그리움’를 녹음하기 위해 한 명의 기타리스트를 초빙하게 하는데  그가 바로  조앙 질베르토Joao Gilberto다. 바라손에서 차용한  리듬의 기타와 삼바 깐시온의 영향을 받아 읇조리는 듯한 보컬이 더해지자 비로소 보사노바 음악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작곡가 조빔이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여러 다양한 음악들을 실험하고 여러 악기들을 연주하며 혁신을 시도한데 반해 질베르토는 평생동안 고집스럽게 원형 그대로의 음악을 추구했다.

질베르토는 특히 노년으로 가면서는 밴드음악에서 벗어나 기타 한 대만으로 반주하며 노래한다. 그가 2000년에 발매한 <Joao Voz E Vioao목소리와 기타 >를 추천한다. 철저히 은둔생활을 하다 2003년 일본에서 가진 공연실황을 담은 <Live In Tokyo 2003>는 그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완벽함을 추구하는지 여실히 들려주는 음반이다.

젊었을 적 보사노바 기타주법을 완성하기 위해 화장실 욕조안에서 치열하게 연습했다는 일화(방음된 스튜디오 밖의 에어콘 소리때문에 녹음을 중단하기도 했고 원하는 목소리 톤을 얻기 위해 스튜디오 카페트를 갈아치우기도  했다)는 그의 예민한 성격과 민감한 감성을 말해준다. 그렇듯 섬세한 감각으로 코드 보이싱된 기타 사운드는 앨범 곳곳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지극히 절제된 음성으로 세밀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노래는 기타와 하나가 된 듯 자유롭게 유영한다. 부드러운  발성의 포루투갈어로 박자를 벗어난 듯 미묘하게 비껴가는 보컬의 독특한 리듬 감각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양진우
양진우

음악행위를 통해 삶의 이면을 탐구해나가는 모험가,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양진우 씨는 이렇게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The Moon Lab 음악원 대표이며 인디레이블 Label Noom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음악칼럼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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