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기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지미 핸드릭스Jimi Hedrix는 몬트레이 팝페스티벌에서 자신의 기타를 불태우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블루스를 기본으로 피드백과 드라이브 등 갖가지 효과를 이용한 거친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기타씬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보다 몇 년 전인 1966년 에릭 클랩튼은 슈퍼 락밴드 크림Cream을 결성한다. 10여분이 넘는 현란하고 변화무쌍한 즉흥연에 관중은 열광했다.
마초적인 아메리칸 하드록의 전형을 모여줬던 모터헤드Motorhead나 'Smells Like Teen Spirit" 으로 새로운 락의 시대를 열었던 밴드 너바나Nirvana, 한국 락의 시초인 신중현과 엽전들, 아마추어리즘의 위대한 창조성을 보여준 산울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타를 중심으로 한 트리오 편성의 밴드를 꾸렸다는 점이다. 이들은 피아노나 리듬기타 없이 비어 있는 공간을 이용해 좀 더 자유로운 연주를 즐겼다. 출중한 실력을 기본으로 세 연주자의 합이 맞아야 가능하다는 점이 또한 매력이었다.
재즈에서 ‘삼중주단Trio’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피아노 트리오를 말한다. (40년대에 냇킹콜 트리오를 위시한 피아노, 베이스, 기타 3중주단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스카 피터슨, 몽크, 빌 에반스, 키스 자렛, 에스비외른 스벤손 등 잠시만 생각해도 떠오르는 피아노 트리오는 수 없이 많다.
피아노는 명료한 음과 밝은 소리를 가져 서정적인 연주는 물론 빠른 패시지의 연주에서도 섬세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더불어 리듬과 하모니, 싱글노트 솔로등 다양한 테크닉이 가능하니 이보다 좋은 악기가 어찌 있으랴.
피아노와 같은 건반이지만 공명을 강화한 악기가 있다. 오르간이다. 기술은 대성당에서나 볼 수 있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축소시켰다. 전자 오르간인 하몬드 오르간Hamond Organ이 미국 전역의 교회에 퍼졌다. 이후 대중 음악씬에도 이 악기가 등장하게 된다.
어둡고 경건하며 가슴을 긁는 듯한 공명된 소리는 묘하게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가스펠적인 요소에 블루지한 연주가 특징인 오르간 트리오는 하드밥에 지쳐 있던 사람들 사이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오르간은 왼손으론 긴 음을 이용한 모달연주를 하고 오른손 건반으로 즉흥 연주를 한다. 또 발을 이용해 페달을 밟아가며 베이스 워킹까지 해야 한다. 왼손과 오른손에 이어 다리까지 완전히 분리 되어야 이 악기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다. 연주하기는 무척 힘들지만 트리오 형태에선 가히 최강의 사운드를 뿜어낸다.
피아니스트 지미 스미스Jimmy Smith 또한 1952년 오르간으로 전향하게 된다. 그는 오르간으로 전향한지 몇 달만에 이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1957년 뉴욕 클럽 스몰스 파라다이스에서 데뷔 공연을 치뤘다.
하몬드 오르간 트리오는 드럼이 리듬을 맡고 오르간이 베이스와 컴핑을 동시에 연주하며 색소폰 혹은 기타가 리드 악기를 담당한다. 드럼은 출렁거리고 오르간 소리는 공명하며 기타 혹은 색소폰은 건조한 톤으로 블루지한 라인들 쏟아낸다.
1963년 발표한 지미 스미스 트리오의 [Blue Bash]에는 케니 버렐Kenny Burrell 이 참여했다. 지미의 화려하고 저돌적이며 원초적인 오르간 사운드에 담백한 하모니와 부드러운 선율의 기타가 어우러지니 어찌 빠져들지 않겠는가!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가 참여한 앨범 [The Dinamic Duo 1966]에선 앨범 제목처럼 다이나믹한 두 연주자의 불꽃 튀는 협연을 들을 수 있다.
Hammond B-3 Organ 특유의 넘실대는 리듬과 블루지하고 소울풀한 연주는 여러 락밴드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70년대 소울, 펑크Funk음악까지 탄생으로 이어진다.
음악행위를 통해 삶의 이면을 탐구해나가는 모험가,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양진우 씨는 이렇게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The Moon Lab 음악원 대표이며 인디레이블 Label Noom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음악칼럼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편집자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