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도정이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주민대표를 참여시켜야 하는 관련 법을 어겼다는 것.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1일 홍영철·이학준 공동대표의 주재로 교육문화카페 자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명백한 무효"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는 정부나 민간에서 대규모 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예측해 피해저감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절차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이 과정에서 평가 항목의 범위 등을 결정하고, 내용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설명회·공청회 생략여부, 거짓·부실 작성여부를 판단하는 등 대부분의 사항을 결정하게 된다.
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분야에 대한 학식·경험이 풍부한 자로 구성된다. 다만, 여기에 사업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나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민간전문가도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오등봉공원·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 협의회 구성을 보면 주민대표는 찾을 수 없다. 시민단체 관계자가 포함돼있긴 하지만, 이 단체는 추천요구를 받거나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도는 환경운동연합이 문제를 제기하자 제주특별법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 364조(환경영향평가 협의 등에 대한 특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은 환경부 장관에서 제주도지사로 위임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도는 2017년 1월 자체적으로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 및 운영 지침’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의회에 주민대표가 빠지더라도 법에 어긋나지 않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단체는 권한이 위임됐다고 해서 상위법령을 무시하고 절차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본래 권한을 뛰어넘는 권한 행사는 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홍영철 대표는 "도는 권한만 위임 받은 것일 뿐 절차와 내용은 법령에 따라야 한다"면서 "만약 평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되지 않고, 그대로 환경부장관이 갖고 있다고 해서 장관이 관련 법에 명시된 내용을 자의적으로 어기고, 법에 근거하지 않은 지침을 세워서 협의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개발이 이뤄질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사업지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그만큼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주민들의 절차권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면서 "도의 이러한 지침은 주민의 권리를 박탈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피력했다.
제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학준 대표도 "도의 지침이 이러한 것을 보면 단 한번도 주민대표를 뽑지 않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면서 "그렇다면 그동안 이뤄졌던 수많은 개발사업들에 모두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유권해석을 통해 '협의회 위원 구성이 적법해야 행위가 유효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관련 질의회신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법에서 정한 방법과 절차를 이행할 경우에만 유효한 절차"라면서 "협의회 구성 위원이 시행령에 따라 적정할 경우에만 심의한 평가항목·범위가 유효하다. 적법하게 구성되지 않은 경우, 주민설명회나 환경영향평가 초안 등 후속절차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도가 스스로 만든 지침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침 '환경현황현장조사 특례' 항목에 따르면 '환경영향에 대한 현장조사 시기 시점은 평가준비서 제출일부터 원칙으로 한다. 다만, 4계절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기 조사가 이뤄진 경우, 가장 최근에 조사한 1계절에 한해 '협의회' 의결을 거쳐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도는 협의회가 열리기 전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2계절 조사가 이뤄져 있으니,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2계절만 조사해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홍영철·이학준 대표는 "도 스스로 제정한 지침조차 지키지 않은 도는 행정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개발사업을 위해 충실한 시녀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각"이라고 일갈했다.
이 단체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와 관련된 추가 소송을 고려하는 한편, 도의 지침에 대해 주민의 권리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도 고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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