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생각]은 김 교육감의 발언과 정책 등을 통해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광수생각'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공약들을 제시하며 내건 타이틀에서 가져왔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제주 교육 수장이 제주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는지 바라보고자 한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제주투데이 DB)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사진=제주투데이 DB)

조금 지난 일이지만 반드시 짚고 가야 할 장면이 하나 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도내 고등학교 학생자치회장단과의 토크콘서트에서 학교 내 인권침해 문제는 개인의 ‘소양 부족’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8월 5일의 일이다.

이날 한 학생이 학생과 교사 간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 방안에 대해 물었는데, 김 교육감은 “언제부터인가 학교에 학생인권조례는 있고 교사의 인권은 없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을 침해하는 교사들은 줄어들고 학생들이 교사에게 대드는 일이 많아졌다는 취지의 말도 내뱉었다.(관련 기사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학교 현장 인권문제는 소양 부족 때문”)

심지어 김 교육감은 학교 내 인권침해에 대해 “꼭 법으로 따지고, 일로 따지고, 재판으로 따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도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학교 내에서 인권침해를 받은 학생들은 어떻게 침해받은 인권의 피해를 회복해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김광수 교육감은 학교 내 인권침해를 ‘소양 부족’의 문제 즉,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 그러나 학교 내 인권침해 등 폭력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일부 교사들의 소양 부족 때문에 학생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양이 부족한 교사들을 방치한 학교와 교육청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학교 내 인권침해가 개인만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을 해야만 정책적으로 인권침해가 없는 학교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 인식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학교와 교육청이 인권침해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제주여고 인권침해 사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재학 중 교사로부터 받은 인권침해를 졸업 후에 폭로한 졸업생에 대한 2차 가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학교장이 인권침해 사실을 폭로한 학생에 대해 용서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학생에게 보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장 자신이 자행한 일이 아닌데도 학교가 비판을 받는 것이 억울한 모양이다. 왜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인권침해가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의 일탈일 뿐 학교의 책임은 아니라는 인식이 전제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일부 교사의 소양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 전체의 소양 문제다.

김광수 교육감이 인권침해와 관련해 내뱉은 발언을 보면 그의 인식은 제주여고 교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인권침해가 개인의 소양 문제라는 인식은 학생 인권침해가 일부 교사의 문제일 뿐이고, 학교나 교육청의 문제는 아니라는 책임회피로 이어진다.

소양 부족으로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일부 교사들을 학생들은 꾸역꾸역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가. 인권침해로 학생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학교와 교육청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최소한 2차 가해는 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교사의 소양은 결국 교육청이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아니, 해결 해야만 하는 문제다. 교사의 소양은 그 교사의 능력이기도 하다. 능력이 부족한 교사들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그들이 최소한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체계적인 인권 교육 과정을 마련할 것인가. 제주 교육청과 학교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가.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