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제주여자고등학교 70기 학생회장을 지낸 A씨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내에서 벌어진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 4월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제주여자고등학교 70기 학생회장을 지낸 A씨와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내에서 벌어진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필자는 2015년 ‘찾아가는 청소년 인권교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제주 초, 중, 고 학생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도내 학교 초4, 중1, 고1 학생을 대상으로 1교시(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그해 민주시민과 인권교육 담당 장학관과 연구사가 학생인권교육 강사들을 찾아와 모니터링을 하고 평가회의를 열었다. 그 평가회의에서 학생인권교육 1교시만으로는 선언적인 이야기로 끝날 수 있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다음 해 2021년에는 제주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당시 이미 학생인권교육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학생인권조례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학생인권교육 강사들에 대해 교육청으로 항의전화를 걸었고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강사들이 직접 대응하기도 하였다.

2022년 학생인권증진기본계획은 학생인권교육을 학기당 2시간 이상 필수교육으로 정했다. 2022년 학생인권교육을 1회 2교시 블록으로 의뢰하기도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2교시를 학생인권교육으로 빼는 것이 어렵다면서 1학년, 2학년 각각 1교시씩 인권교육을 의뢰하였다. 지난해 갔던 학교는 1학년 때 학생인권교육을 받았던 터라 심화과정으로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1학년 때 학생인권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는 학생도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제주 지역 학교내 인권교육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학생인권교육, 1회기에 2교시로 해야 한다

집중력을 갖고 인권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2교시 학생인권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다회기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에도 인권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학과에 인권교육이 과목으로 지정하고 교사를 준비하는 학생들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필요하다다. 학교내 교사 대상 인권교육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인권교육을 의뢰하는 교사에게 “원하시는 주제 또는 내용이 있으신가요?”라고 질문하면, 대체로 강사에게 위임한다고 하면서 보태어 이야기하는 주제가 학생 간 ‘서로 존중’이다. 학생 간 욕설과 놀리는 말들이 심하게 오고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넣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권리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부여된다. 그러나 학생인권증진을 위한 학생인권교육이 권리보다는 의무를 강조하고, 의무를 전제로 권리를 부여하는 접근 방식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학생과 교사 간 존중은 말하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 간 존중은 더없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고 존중하는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학생도 인권의 주체이고,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대학입시 경쟁 속에서 그래서 인권교육에 시간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한다.  학생의 이야기를 존중하면서 들어줄 시간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제’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빠르게 학생들의 성적을 조금이라도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1년에 1시간에 불과한 학생인권교육은 아주 중요하다. 인권증진을 위해서는 인권교육이 꼭 필요하다. 인권교육은 권리의 주체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드러내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요구할 때 인권침해의 문제 해결 및 변화가 가능하다.

교권 침해...학교 구조 문제 해결부터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때 말하는 교권은 교사가 한 사람으로서 가지는 교사인권이 아니라 교사라는 직무에 대한 권한인 교육권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현장에서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통제’라는 수단으로 교육을 하려고 할 때 이에 반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사들이 ‘통제’라는 수단으로 교육하는 것이 점점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의 문제행위에 대해 단계적 지도와 대안적 교육이 필요한 순간이다. 교실 내 문제행위를 방치하여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사가 교육하는 것을 방해할 때 분명하게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반에 30명이 넘는 학생들을 교사 1명이 행정업무를 보면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교사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학교에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해결해 나가려다가 자신만 아프게 된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기를 두렵게 만드는 학교의 문화와 구조가 문제이다.

인권침해 받으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장치 마련해야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직무권한인 교육권은 학생들이 한 사람으로서의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인권 옹호자 역할이 있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은 충돌하는 관계가 아니다. 즉, 학생인권증진을 위해서는 인권옹호자로서 교사의 책무가 있고, 교사인권증진을 위해서는 학교의 책무가 있다. 현실은 학교가 그 책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22년 초 제주여고 졸업생이 재학 중에 교사로부터 욕설과 비방,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진정했다. 재학 중에 차마 밝히지 못하다가 졸업 직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학생 신분인 자신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운 것이다. 일선 교사가 학교에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학교내 학생이 안전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침해 발생 시 어떤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책임을 정확하게 정해 2차 가해를 막고, 어떻게 공론화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또한 학교 당국과 교육청은 학생인권과 교권의 충돌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책무를 학생과 교사의 책임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