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일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와 공동 신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1일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와 공동 신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국토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환경부와 협의에 나선 가운데, 오영훈 제주도정이 입장을 밝혔으나 기존에 했던 발언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제주도는 5일 국토부-환경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재개에 따른 제주도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날 제주도는 "제주의 미래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제주도와 사전협의나 공유조차 없이 오늘(5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재개’를 발표한 사항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여러 차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연구용역’ 결과 공개를 요청하였으나, 국토부는 참고자료 형식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사유별 주요 보완내용만 공개했다."면서 "공개된 보완내용은 제주도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고, 오히려 논란만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연구용역 결과 전체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국토부에 촉구했다. 

제주도는 "오영훈 지사는 국토부가 제주도와 사전협의 없이 제2공항 건설을 위한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원활한 사업 추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 배치 요충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국민의힘과 국토부가 당·정 차원에서 명확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제주도의 입장문은 모두 기존에 오 지사가 여러 차례 말해온 입장을 다시 내놓은 데 불과하다. 결국 오영훈 제주도정이 국토부의 조치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짜놓지 않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 지사는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지만 도지사 취임 2년 차인 현재까지 제2공항 관련 도민의 자기결정권 확보를 위한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제2공항에 반대하는 제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제주도와 달리 국토부의 발표 내용을 세세하게 지적하며 국토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어정쩡한 제주도의 입장문과 대비된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등은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패싱한 데 대해 불통의 전형이라며 국토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 즉각 공개하고 공개검증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제2공항을 핵전략기지화 하겠다던 국민의힘의 야욕처럼 윤석열 정부도 마치 비밀군사작전 하듯 제2공항을 강행추진하고 있다."며 "실제 국토부가 축약해서 공개한 보완내용의 요지를 보더라도 이해 안 되는 내용투성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철새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기존 서식지에서 철새를 내쫓는 내용이 버젓이 들어가 있는가 하면 철새의 이동 고도를 파악했다면 철새에 GPS 신호장치를 부착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제2공항 철새도래지를 찾는 겨울철새만 90여종에 이르고 종마다 비행고도가 상이할 텐데 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어떻게 철새별 비행고도를 조사하고 반영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비상도민회의 등은 "이 지역에 멸종위기종만 32종이 분포하는데 이에 대한 조사가 그 단시간 내에 가능할 수도 없다. 사실상 거짓말로 점철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검토 용역을 진행했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제주도내 맹꽁이의 서식밀도와 제2공항 입지 간의 서식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맹꽁이를 집단이주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내용도 들어가 있다"며 "맹꽁이에 대한 조사가 가능한 시기는 6월 이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이 사실상 종료된 시점"이라며 맹꽁이 관련조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숨골 등 지형 관련 조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비상도민회의 등은 "자신들이 직접 숨골의 정의를 내려 숨골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가 하면, 성산읍 지역에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가 지하의 용암동굴 등 화산지질의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을 지어도 지하수 수위나 지표수가 지하로 함양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까지 집어넣었다."면서 "심지어 숨골 별로 평가하여 보전 가능한 숨골을 자신들이 알아서 정하고 나머지는 파괴하겠다는 내용까지 넣어놨다."고 설명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이 같은 이유들을 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엉터리로 규정하고 "제주도가 원하면 공개하겠다고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했던 국토부가 이제와서 환경부와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철저하게 기만한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원희룡 장관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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