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주민자치위원회들이 자치 활동 강화라는 본래 취지보다 친목 및 쓰레기 줍기 등 봉사활동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하면서 여기에 회의감을 느껴 주민자치위원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주민자치위윈회가 기존 자생 단체 및 관변 단체가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대해 염증을 느끼는 것.
친목과 본래 취지의 외적 활동들이 주민들의 자치 참여 의지를 꺾어버리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제주시 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던 A씨는 회비가 거의 식비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봤다. 그는 주민자치위원이 된 후 60만원을 회비로 선지출하고, 이후 약 30만원의 밥값을 제외한 뒤 나머지 30만원 가량을 돌려 받았다.
A씨는 주민자치위 회의가 요식적으로 진행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변화를 일으키려 노력했지만 혼자 이상한 사람 되는 격이었다. 자치위의 태생적 구조적 한계는 벗어날 수 없다고 보였다.”는 것.
그는 “위원 위촉이 추첨이기에 일시에 위원을 물갈이 한다면 새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전부 임기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주류에 들지 못하는 이들은 중도사퇴를 많이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친목 단체 성향이 강하다 보니 친목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주민자치위원회 참여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는 “결국 바뀌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고 남아있는 이들과 같은 결을 취할 때만 그곳에서 생존이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자치위원장 역할이 정치활동 수단으로 전락하는 데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자치워원장은 마을 이장 출신 등이 선택되는 경향이 높았다. 읍장 등과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는 통로이고 정치인들과도 만남을 이어가는 데 있어 여타의 자치모임보다 더 낫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결국, 자치위원장 직책이 정치활동을 위한 ‘감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와 같은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실태에 대해 “그저 관에서 만든 봉사단체 수준의 활동을 펼치는데 정작 그들은 다르게 여기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주민자치위원회들이 본래 역할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상조회 같은 친목 활동과 마을 청소 등 봉사활동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A씨는 “주민자치를 확장코자 만든 기구가 오히려 자치 활동의 바람을 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다른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B씨도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상황에 대해 동일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특히 행정 당국이 주민자치위원회를 관변 조직으로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원희룡 도정 때, 일방적으로 제2공항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설명 자료를 주민자치위원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자치 활동보다 도정의 정책 추진을 위한 관변 조직 혹은 스피커 노릇을 맡겼다는 지적이다.
주민 자치에 기여하기 위해서 주민자치위원 교육을 받고 활동한 시민들이 오히려 주민 자치를 가로 막는 높은 벽만 확인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방안의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A씨는 “결론적으로 주민 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에게 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시의회, 읍면동의회 등 기초자치의 부활이 요구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