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도민들이 알뜨르비행장을 평화대공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나섰다. 도민들이 평화대공원의 의미를 살피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공론화하는 최초의 자리다.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알뜨르,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주제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대정읍 상모리 아래쪽의 너른 벌판에 제주도민들을 동원해 건설한 군용 비행장 '알뜨르비행장'.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 발발 당시 알뜨르를 전초기지로 삼아 중국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많은 전투기를 이곳에서 출격시켰다. 

해방 이후 부지 소유권은 국방부로 넘어갔다. 시간이 흐르고, 2005년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면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2007년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2008년 사업계획이 확정됐다. 모두 74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알뜨르비행장 일대 184만여㎡의 부지에 산재해 있는 격납고와 진지 등 전쟁유적을 복원하고 평화전시관 등을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알뜨르비행장 부지의 대부분은 국토부 소유다. 제주도는 사업을 위해 무상양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공군은 대체 부지를 요구, 사업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제주도와 국방부가 무상양여 대신 10년 주기 무상사용으로 합의에 이르며 사업에 탄력을 받게됐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제주도 평화대외협력과는 지난해 3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의 주민수용성 제고방안 마련 용역’을 제주연구원에 발주했다. 2008년 수립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기본계획'에 대한 추가적인 계획의 필요에 따라서 실시한 이 용역의 과업 기간은 약 6개월이다. 과업기간 종료일로부터 여러 달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도민들이나 대정읍 주민들에게 평화공원을 만드는 방식과 그 과정에 대해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민들은 평화대공원에 어떤 의미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할까.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사진=박소희 기자)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김정임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상임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전쟁유적 제대로 전시해 평화 중요성 부각시켜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김정임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상임대표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공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조성윤 교수는 태평양전쟁(제2차세계대전), 일본군 전쟁, 제주4.3, 한국군 전쟁 등 다양한 전쟁유적이 남아있는 곳은 국내에 알뜨르 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이를 통해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살리고,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과거 폭격으로 인한 비참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전쟁이 일어났던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려면 평화공원을 통해 전쟁유적 알뜨르 항공기지를 재구성하고,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 등을 제대로 전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원래 일본 해군의 비행장이었던 알뜨르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건물들과 연료고, 탄약고 등 대부분 흔적만 남고 흩어져 있는 알뜨르 전쟁유적이 어떻게 배치되고 이용되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재정비·재구성할 부분 추려서 현장학습 코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을 준비하고 직접 뛰어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실상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전시관이 필요하다"면서 "미군과 일본군 전투준비 상황을 알고, 더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인류가 부딪혔던 참혹한 전쟁상황을 배우고 깨닫는 장소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김정임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 상임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일제에 의한 침략수탈과 학살의 만행을 저지른 행위들을 낱낱이 알리는 장이 돼야 한다는 것.

그는 모두를 위한 평화포럼, 평화축제를 열어 전 세계의 평화선언문을 채택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김 대표는 "알뜨르와 송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자연경관과 역사적 유산을 잘 보존하고 활용한다면 평화 실현 뿐만 아니라 도민의 자긍심과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면서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 같은 새로운 국민신탁운동을 일으켜 평화공원을 영구히 이어가는 방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최성희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활동가와 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김재훈 제주투데이 기자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최성희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활동가와 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김재훈 제주투데이 기자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명확한 개념의 평화로 서사 만들어야 ... 협력모델 구축 필요"

이어 최성희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활동가와 정영신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김재훈 제주투데이 기자가 토론에 나섰다.

최성희 활동가는 평화대공원이 도민을 위한 것이라면 '평화'라는 개념 자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평화의 섬 지정 관련 하위 항목으로 민군복합관광미항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등 군사기지를 평화의 개념 안에 포함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최 활동가는 “인류가 세계 대전을 포함한 거대한 폭력들을 겪으며 평화와 관련한 국제 선언이나 조약 등을 냈다. 하지만 군비 증강과 무력행사가 평화로 가는 길인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면서 “제주평화대공원이 어떤 평화를 표방할지, 제주가 어떻게 다시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신 교수는 앞서 세계 곳곳에 세워진 역사.평화공원은 유적 등 전쟁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현장성'과 공원의 핵심적 가치를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나타내는 '서사'로 구성된 점을 강조했다.

이어 알뜨르비행장의 경우, 별도의 인위적 기념물이 추가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현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사적 측면에서는 비어있는 부분이 다수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그라운드 제로와 진주만역사구역, 오키나와평화기념공원 등 앞서 세워진 평화공원에는 전쟁유적을 평화의 가치와 결부시키는 것도 있지만 영웅적 희생을 강조하거나, 군사적 교육의 장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면서 "유적의 유무가 자동적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생산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전쟁유적들의 건설에 동원되었던 분들에 대한 조사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난징대학살을 추념하는 기념식이 매년 거행되고 있지만 바다 건너 두 나라의 기억들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중국인민지원군 포로들이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슬포에 수용되었던 흔적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일부 남아있는 유적들의 보존과 복원의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그것을 거쳐간 경험자들의 기억을 어떻게 평화대공원으로 연결할지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훈 기자는 관과 주민, 시민단체간의 상호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이나 보호 등 각각 다른 욕구를 갖고 있는 각 관계들은 적대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이는 관의 일방적 사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그는 "평화대공원이 마을 기여하는 방식에 대해 시민사회의 설득력 있는 구상이 필요하고, 연대체의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면서 "책임구조가 잘 보이지 않으면 관과 언론으로부터 진지한 대화 상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평화대공원 조성 방식을 올해 제주평화포럼의 메인 세션에서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담론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닌, 역사학자들 및 시민사회의 발제가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전문적인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일제시설부터 4.3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평화대공원이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라면서 "파편적이지 않은, 통합적 서사에 대난 논의가 가장 본질적인,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소희 기사)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27일 오후 3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평화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플로어에 있는 강봉수 제주대 교수와 송창권 의원이 말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사)

"공원 보다 적절한 명칭 없나 ... 담당 부서 통합도 필요"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는 평화대공원의 명칭을 두고 '공원'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평화대공원과 관련한 제주도 담당 부서 통합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는 "공원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들이 쉬거나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라면서 "전쟁의 아픔을 기념하는 곳과 구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송창권 의원도 이에 동감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평화대공원을 환경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공원'은 공원복지법에 해당된 부분이기 때문"이라면서 "용어나 부서가 빨리 정리되지 않는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사업이 흐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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