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도내 20개 단체로 꾸려진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8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는 공공성이 후퇴한 풍력발전사업 적용기준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는 최근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세부 적용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여기에는 제주에너지공사의 풍력개발 관련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철회하고, 소규모풍력발전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제주에너지공사에게만 맡겨진 풍력개발의 계획입지 마련 지정권한을 민간에게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도는 완공된 단지가 없는 점과 사업 신속성이 저하되는 점,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늘어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연대회의는 이에 대해 "제주도의 주장은 풍력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으니 공공주도를 빼고, 민간이 사업을 추진하게 만들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말"이라면서 "모두 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미 동복북천풍력발전단지 등 완공된 단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계획입지로 추진해 민간사업자가 공모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 아직 실적이 없을 뿐이라는 것.
연대회의는 또 사업의 신속성과 관련, 공공주도가 아니어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로 계획입지를 정하기 전 단계에서 들어온 민간풍력사업도 이제야 운영을 본격 시작하거나, 첫 삽을 뜨는 단계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연대회의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계획입지를 정하는 단계에 이미 사업예정자가 정해지게끔 계획이 변경되는 점"이라면서 "이유는 명확하다. 주민수용성을 획득하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불.편법 등이 횡행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또 "이를 막고자 제주에너지공사가 사업입지를 사전에 계획하고, 여기에 사업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라면서 "게다가 좋은 입지에 사업자를 공모하게 되면 당연히 풍력개발에 따른 이익을 도민사회와 더 많이 공유하겠다는 사업자를 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계획의 이점이 명확한데도 왜 처음부터 사업예정자를 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국내 풍력개발을 유럽 등 선진국의 굵직한 에너지대기업이 선점하려 나서는 등 풍력개발의 사업성이 우수한 상황에서 불필요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계획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연대회의는 소규모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세부기준 변경 문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주민의 주도적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소규모풍력발전사업은 제3의 민간사업자가 지분을 독점,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을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분이나 채권, 펀드 등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추가하는 것은 사실상 마을이 이름만 빌려주면 사업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마을 지분참여가 1%든 0.1%든 상관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실상 마을이 주체가 되는 사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마을에 귀속돼야 할 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독식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심지어 사업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면 민간사업자가 마을에 불이익이 가는 형태의 사업 운영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주도가 내놓은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이 제주에너지공사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평가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도는 계획을 철회하고,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제주도는 오는 9일 오후 4시 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제주도 공공주도 2.0 풍력개발정책' 제2차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에는 공공이 풍력자원 개발 적합 입지를 사전 발굴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개발부터 운영까지 사업 관리가 가능하도록 합동개발방식으로 추진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다음은 성명 전문.
제주도는 공공성 후퇴한 풍력발전사업 적용기준 개정을 중단하라!
제주도가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세부 적용기준 일부개정고시안’ 변경 등을 골자로 한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제주에너지공사에게 일임된 풍력개발의 계획입지 마련의 기능을 민간에게 열어준다는 것과 마을주민이 주도해야 할 소규모 풍력발전사업을 사실상 민간사업자가 운영하게끔 바꿔놓는 것에 있다.
먼저 제주도가 제주에너지공사가 주도하던 풍력개발사업의 계획입지 지정권한을 민간이 참여하는 형태로 바꾸려는 이유는 완공된 단지의 부재, 사업 신속성 저하, 이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 등이다. 말 그대로 풍력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으니 공공주도를 빼고 민간이 사업을 추진하게 만들어 사업속도를 높이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하나하나 다 논리가 부족하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이미 동복풍력발전 등의 완공된 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단지 계획입지로 추진하여 민간사업자가 공모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에서 아직 실적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한동평대해상풍력발전사업이 본격 궤도에 진입하면서 완공된 단지를 곧 보유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업의 신속성을 이야기하나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로 계획입지을 정하기 이전 단계에서 민간이 마음대로 입지를 정하고 사업을 추진할 때 들어온 풍력사업들도 이제야 본격 운영을 시작하거나 첫 삽을 뜨는 단계다. 공공주도로 하지 않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데 이에 대한 평가나 분석은 제주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정해진 계획입지에 사업자를 공모하는 것에서 계획입지를 정하는 단계에 이미 사업예정자가 정해지게끔 계획이 변경되는 점이다. 일단 계획입지를 미리 정하고 이후 민간사업자를 참여하게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무리하게 주민수용성을 획득하고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불법과 편법, 부패와 비리가 횡횡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사업자나 마을주민이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는가 하면, 공무원이 특정사업자에게 심의위원의 명단을 넘기는 사태가 발생한 바도 있다. 게다가 최근 사례인 추자도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도 특정 마을주민들에게 현금을 살포하면서 마을 내 갈등이 폭발하기도 했다.
이를 막고자 제주에너지공사가 사업입지를 사전에 계획하고 여기에 사업자를 참여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좋은 입지에 사업자를 공모하게 되면 당연히 풍력개발에 따른 이익을 도민사회와 더 많이 공유하겠다는 사업자를 선발할 수 있다. 현재 계획이 이점이 너무나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왜 처음부터 사업예정자를 둬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내 풍력개발을 유럽 등 선진국의 굵직한 에너지대기업들이 선점하려 나서는 등 풍력개발의 사업성이 우수한 상황에서 이런 불필요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계획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결국 풍력개발과 관련해 특정한 이해관계자들이 무리하게 계획을 추진하도록 제주도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세부기준의 변경 문제도 실상 이해하지 못할 것 투성이다. 현행 소규모풍력발전사업은 주민의 주도적 참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소규모풍력발전사업의 경제효과와 고용효과 등의 혜택이 마을에 직접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계획을 설계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풍력발전을 당연히 주민이 주도하고 주민이 운영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사업자들에 의한 새로운 풍력개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소규모풍력발전사업의 허가 대상은 신재생에너지 특성화마을이나 3개 이상의 마을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 그리고 도내 공기업이 참여해 3개 이상의 마을과 공동 운영하는 경우 3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마을이 지분을 독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3의 민간사업자가 지분을 독점해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풍력발전사업을 운영하거나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풍력발전의 전문성이 부족한 마을이 원활히 풍력발전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주에너지공사가 재정적·기술적 상호협력을 지원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를 깨고 직접 운영방식이 아닌 지분, 채권, 펀드 등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추가하는 것은 사실상 마을이 이름만 빌려주면 사업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마을이 지분참여가 1%든 0.1%든 상관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실상 마을이 주체가 되는 소규모풍력발전사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마을에 귀속되어야 할 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독식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게다가 아무리 민간사업자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사업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면 민간사업자가 마을에 불이익이 가는 어떤 형태의 사업 운영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지분을 매각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제주에너지공사가 함께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였던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던가 최소한 마을의 지분이 과반 이상이 되어야 사업이 가능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여 사업결정에 의결을 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연대회의는 제주도가 내놓은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이 제주에너지공사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평가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새롭게 바뀐 계획이 도민의 이익과도 무관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공공성도 담보하지 않는데 왜 계획이 변경되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제주도는 ‘공공주도 2.0 풍력개발계획’을 철회하고 제주에너지공사가 보다 공공적으로 계획입지를 잘 다져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깊이 모색하고 주민들이 어떻게 에너지사업에 더 참여해 공익성과 공공성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길 바란다. 부디 이번 계획이 특정한 이해당사자의 숙원을 해소하기 위한 장으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제주도가 풍력개발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대한 담보해 나가길 강력히 요구한다. 끝.
2023. 02. 08.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곶자왈사람들, 서귀포시민연대, 서귀포여성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주민예총, 제주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흥사단, 제주DPI, 제주YMCA, 제주YWCA / 이상 20개 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