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연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와 시민사회 및 유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연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와 시민사회 및 유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와, 염치없는 사람들아. 얼른 떠나지 못해!"

75주년 4·3추념식이 거행되는 3일 오전 8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 앞 도로.

70여년 전 제주도민를 학살하는 데 압장섰던 '서북청년단' 이름을 내건 극우단체가 승합차를 타고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사회단체와 4·3단체 및 유족회 관계자들은 분노를 쏟아냈다.

일주일 전 추념식 당일 집회를 예고했던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 회원들이 실제로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승합차를 타고 평화공원에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4·3은 남로당의 대한민국 건국 방해가 목적이었던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했다.

단체의 대장이라고 소개한 정함철씨는 유튜브를 통해 집회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집회를 예고한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집회를 예고한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날 서청이 예고한 집회 현장 맞은 편에서 맞대응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제주대 총학생회도 "4·3에 대한 역사왜곡과 폄훼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 외 제주다크투어, 4·3유족회도 현수막을 들고 "학살자 서북청년단은 제주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서청의 주장에 격분, 이들을 둘러싸고 항의했다. "추념식 당일 굳이 집회를 하겠다고 찾온 것은 수많은 영령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당장 이 곳에서 떠나라", "억울하게 숨진 영령들의 제삿날에 훼방 놓지 말라"고 말하며 분개했다.

몸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사전에 배치된 경찰들이 서북청년단 회원들을 그들의 승합차에 격리시킨 뒤 차량을 에워싸는 등 즉각 제지에 나섰다.

하지만 시민사회 측과의 대치는 계속됐고, 욕설과 고성까지 오갔다. 차량이 오고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자 경찰이 "4·3추념식에 맞는 행동을 해달라"며 사정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연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와 시민사회 및 유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연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와 시민사회 및 유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연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와 시민사회 및 유족들이 대치했다. 박영수 4.3유족회 감사가 중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박지희 기자)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75주년 4.3희생자추념식이 거행되기 전,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연 자칭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와 시민사회 및 유족들이 대치했다. 박영수 4.3유족회 감사가 중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박지희 기자)

박영수 4·3유족회 감사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서청 측은 4.3유족회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구했고, 박 감사는 "추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서북청년단 측이 이날 오전 8시 40분께 현장을 철수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또다른 극우단체도 유족회 측과 대치하다 이날 9시 10분께 평화공원을 빠져 나갔다. 

한편, 친일성향이면서도 극우반공노선을 지향하는 서북청년단은 제주4·3 당시 '토벌대'라 불리며 도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극우성향 인사들은 최근 제주4·3이 화해와 상생을 실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서북청년단 명칭을 사용한 극우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극우적 인물로 평가받는 정씨는 2017년 광화문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촌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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