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버스 준공영제 참여 업체인 서귀포운수가 외부 회계감사 결과 ‘비적정’ 판단(감사 의견거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회계감사는 버스 준공영제 운영 조례에 따라 매년 실시하고 제주도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서귀포운수는 감사에 필요한 재무 자료들을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않았다.(관련 기사☞도내 버스 준공영제 참여 업체...외부감사 결과 '비적정')
감사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의견을 거절했다. 감사인은 서귀포운수의 자료 미제출로 인해 감사자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감사의견을 거절한 것이다.
제주도는 매년 1000억원 대의 보조금을 준공영제 참여 업체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회계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준공영제 참여 업체들이 외부 감사를 받도록 조례에 명시하고 있는 까닭이다.
준공영제 업체, 왜 외부 회계감사 받아야 하나
회계감사에서 받는 '감사의견'의 종류는?
준공영제 버스 업체에 대한 외부 감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준공영제 참여 버스 운송업체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 및 경영 지속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외부 회계감사 시 감사인은 해당 업체의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고 감사의견으로 적정, 비적정(의견거절, 한정, 부적정)을 제시한다. 기업이 회계 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는 것은 재무 상황과 지속가능성이 부정적이라는 신호가 된다. 상장기업의 경우 회계감사 결과 비적정 의견을 받는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특히 자료 미제출로 인한 감사인의 ‘의견거절’은 사실상 ‘감사거부’로 비쳐질 수 있다. 감사 의무를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 의견거절 받은 서귀포운수...어떤 조치 받게 될까
서귀포운수는 어떤 조치를 받게 될까. ‘제주도 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들여다보니 재무자료를 제공하지 않아서 감사인이 감사를 실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제주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관련 조례에 벌칙 조항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실제 제주도 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들여다 보면 제19조에 다음과 같이 외부 회계 감사 의무가 명시돼 있다.
“운송사업자 및 업체협의회는 매년 도지사가 공모를 통해 지정하는 외부 감사인(「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2조제7호에 따른 감사인을 말한다)에게 회계감사를 받고, 그 결과를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제주자치도에 보고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명시한 벌칙 조항이 없다. 의무는 부여했지만 그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는 것이다. 결국, 있으나마나 한 의무가 되고 만 셈이다. 제주도가 조례에 외부 회계감사에서 ‘비정적’ 의견을 받는 경우, 보조금 환수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하도록 조례에 명시했다면 이번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까.
다른 지역 지자체 조례, 제주도에 없는 벌칙 조항 담아
제주투데이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몇몇 다른 지자체의 관련 조례를 살펴봤다. 외부 회계감사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벌칙 조항을 마련한 지자체들이 확인된다.
먼저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는 “감사 및 평가를 거부하는 운송사업자를 성과이윤 지원대상에서 1년간 제외할 수 있다”고 관련 조례에 명시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도 “(인천광역)시장의 평가 및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운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성과이윤 지원대상에서 1년간 제외한다”고 제재 조항을 뒀다.
대구광역시는 감사에 불응한 경우 기본이윤 총액의 10%를 환수하도록 조례에 명시했다. 대전광역시는 외부 회계감사 자료제출에 불응할 경우 “경영 및 서비스평가에 반영하여 성과금 차등 배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조사·감사에 불응할 경우에는 재정지원금 지급 보류 및 해당연도 기본이윤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삭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주도 조례, 규정 위반 시 대표자보다 직원 겨냥...'꼬리자르기' 방조?
제주도의 해당 조례 제21조(업체협의회의 규정위반에 따른 조치)를 보면 “도지사는 업체협의회가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업체협의회 위원장에게 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타 지자체의 경우, '운송사업자'의 규정 위반 시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과 대비된다.
이마저도 업체협의회장에 대한 조치보다는 업체협의회 '직원'의 징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자급의 책임을 면피하는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게다가 이른 바 ‘할 수 있다’ 조항으로, 강제 조항이 아니다. 보조금 환수나 감액 조치 등 정확한 조치 내용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례 개정을 통해 운송사업자와 업체협의회가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보다 강력히 조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