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나무꽃. (사진=송기남)
산딸나무꽃. (사진=송기남)

틀낭은 산딸나무, 고장은 꽃의 제주말이다. 층층나무과의 틀낭(산딸나무)는 초록빛 나뭇잎이 활력을 더해가는 5월과 6월의 산야에 하얀 나비떼가 나무위에 앉은듯 긴 꽃자루를 뽑아올려 화사하게 꽃을 피운다. 

제주 한라에서 북상하는 여름을 따라 남과 북의 황해도까지 녹색숲이 우거지면 하늘로 향하는 나무위에는 하얗게 하얗게 무리지어 앉은 나비와 같이 화사하다. 이것은 초록색에 가려지는 녹색꽃에 매개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눈에 띄는 색을 가진 가짜꽃이 꽃받침을 대신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색깔에 홀려 날아온 곤충들은 하얀 십자화의 가운데 작은 녹색꽃을 이동하며 수정시킨다. 꽃이 수정되어 오돌토돌한 녹색 열매로 변하면 하얀나비같은 십자화모양의 가짜꽃은 녹색으로 변하다가 떨어진다.

9-10월 북쪽에서 부터 가을이 산을 타고 내려오기시작 하면 오돌토돌한 그 열매들은 노랗게 물들다가 붉게 붉게 익어 늦가을까지 나무에 달려있다. 산딸기같이 작은 열매지만 잘익은 것은 먹을만 하다. 다만, 쌀알만한 씨앗들이 많은것이 흠이다. 입에넣고 빨아먹다가 벹어내거나 씨앗을 뱉지않고 삼켜도 된다

옛날목동이 산에서 가축을 돌보다가 배고프면 점심 한 끼는 해결해주던 먹을거리였다. 제주에서 1948년 4·3이 발발해 토벌군.경에 쫓기며 산으로 올랐던 사람들은 식량을 제때 구하지 못해 가을이면 틀낭에 매달려 생명을 유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너무 배가 고파 씨앗채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나서 '크윽 크윽' 트림이 나올정도였다고 한다. 4·3시대에 산에 올랐던 사람들에게 연기를 피우지 않고 먹을수 배를 채울수 있었던 한철 식량이라면 산틀(산딸나무열매) 와 볼래(보리수열매)는 하늘이 내린 구호식량이였던 것이다.

틀낭은 제주에서 황해도 이남까지 남북으로 길게 산맥과 계곡을 따라 자생하는 나무다. 키는 7- 8m로 자라고 잎지는 낙엽수다. 어린 나무에는 털이 있지만 크면서  없어진다. 묵은 껍질은 갈색계통이지만 껍질이 스스로 떨어져나가면서 회백색의 얼룩무늬가 생긴다. 나무의 재질은 단단하고 무거우며 악기나 목기의 공예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산딸나무꽃. (사진=송기남)
산딸나무꽃. (사진=송기남)

특히 제주에서는 제사음식을 담는 나무쟁반을 '펜틀' 이라 했다. 이것은 무슨말일까? 제주에서 송편을 '송펜'이라 하고 절편을 '절벤' 이라 한다.

그렇다면 펜틀은 떡을 담는 틀낭 쟁반이니 펜틀이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주에서 제삿날 떡이나 산적, 과일 등을 담아 제사상에 올리는 쟁반을 틀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술잔을 받쳐올리는 잔대도 틀낭을 썼으며 그 모양도 여러가지다. 쟁반둘레 정도의 나무를 동그랗게 잘라서 쓰는 펜틀이 있고, 동그랗게 자른 나무를 접시처럼 가운데를 살짝 파내어 만든 펜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도마처럼 네모지게 잘라서 밑부분 바깥쪽을 살짝 깎아내거나 받침대를 붙여서 쓰는 펜틀도 있었다. 이러한 목기들은 1980년대 초까지도 제주도내 어느집이나 제기로 쓰였던것이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으며 쓰던 펜틀은 유약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좀이 먹거나 때가 묻지않고 자연스럽게 반들거리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산딸나무는 꽃을 오래도록 볼수있고 나무가 적당히 자라서 거리나 공원의 조경수로도 아주 적합하다. 재질이 좋은 목재는 다양한 목공예품을 만들어 상품화 할수있는 자원식물이다.

가을에 채취한 열매를 말려서 약재로 쓴다. 이질과 복부팽만으로 배가 아플 때, 물 1리터에 약제 20~30g 정도를 넣고 물이 반으로 줄면 하루 세번 나눠 마신다.

틀낭은 사슴벌레 등 딱정벌레류의 곤충들도 좋아하는 나무다. 산속을 다니다보면 가지가 부러진 흔적이 썪어 들어간 구멍에서 이 곤충들이 서식하는것을 쉽게 본다.

마당있는 시골집이거나 농경지 과수원이 있다면 이 아름다운 나무 한그루쯤 키워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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