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오미자 이파리. (사진=송기남)
흑오미자 이파리. (사진=송기남)

오미자는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떫은맛등의 5가지 맛을 가졌다하여 다섯 오(五), 맛미(味), 아들 자(子)를 써서 오미자라 한다.

만경목 납엽지는 덩굴나무인 오미자 는 우리나라에 3종류가 자생한다. 남오미자와 붉오미자, 그리고 흑오미자다.

붉오미자는 한반도 본토의 산중에 자생하는 오미자다. 흔히 시장에서나 약재상에서 구할 수 있는 붉은 오미자를 말한다.

남오미자는 시골의 들판 돌담주변이나 숲속에 나무를 타고 올라 자생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땅에는 한라산에 검은 오씨 족보를 가진 '미자'라는 이름이 있으니 그들이 지구상에 흩어진  흑오미자의 혈통이다.

이 흑오미자가 자연계에서 생존 가능한 환경을 가진 땅은 지구상에 거의 몇군데 없을 정도로 희박하다.

예전에 울룽도에도 자생지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절멸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흑오미자 줄기. (사진=송기남)
흑오미자 줄기. (사진=송기남)

흑오미자의 생육환경은 다른 오미자에 비해서나 또는 모든 식물중에도 매우 까다로운 식물중에 하나다.

흑오미자는 아무땅에서나 번식하지 않고 아무 기후에서나 적응하지 않는 식물로서 땅맛, 물맛, 공기맛을 가린다. 강한 햇볕을 싫어하고 여름철 온도차에도 민감하다.

제주 한라산 숲은 해발 600고지서 부터 1400고지 사이 국립공원과 그 경계 산림지대가 모두 자생지였다.

20세기까지는 도채꾼들에 의해 훼손되거나 사라진곳들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자생지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여기까지는 1차 훼손시기라 할수있다.

2차 훼손 시기는 2010년대 전후로 제주 한라산에 둘렛길을 곳곳에 만들어 탐방객들과 야생식물 채취꾼들이 같이 접근하도록 한데서 눈앞에서 사라져갔다.

그렇게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놓은 둘렛길들 사이로 노출되는 귀한 식물들이 식물사냥꾼들에게 보이는대로 캐가도록 해버린꼴이다.

3차 훼손은 제주도 산림 행정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 산림행정이 무모한 숲가꾸기 사업은 지금 무슨짓을 하고있는지 답답하다.

덩굴식물의 품종을 조사하지 않고 나무를 자르는 간벌인부들을 숲으로 보내서 무조건 덩굴식물을 자르게 했다. 이렇게 일반 도채꾼들에 의해 30여년간에 사라지던것을 불과 5년 만에 끝장내버리고 말았다.

숲가꾸기 사업에서 다른나무를 강하게 조이는 칡이나 송악을 제거하는 것은 이해한다.  아주 귀중한 흑오미자나 다래나무, 머루덩굴 등은 다른나무를 타고 올라야 살아남는 식물이긴 하다. 그러나 가을에는 낙엽이 지고 다른나무의 줄기에서 양분을 빨아먹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착한 식물들이다.

이것마저 모조리 잘라버리고 안내판에는 '야생식물 채취 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라산 숲가꾸기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공무원이 지시만 해놓고 작업인부들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최소한 현장에 생태환경 전문가를 작업 업체가 아닌 곳에서 참여하도록 해 현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야한다. 지금의 제주도 숲가꾸기 사업은 귀중한 종을 멸종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흑오미자 줄기. (사진=송기남)
흑오미자 줄기. (사진=송기남)

흑오미자는 초여름에 선홍색의 꽃을 잎 겨드랑이 사이에 피우고 9월에 열매가 검게 익는다.

흑오미자 자생지는 동아시아의 제주도와 일본의 일부 지역등 지구 상에서 단 서너군데 뿐이다.

오미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시고 달다. 폐와 콩팥에 좋고 간세포를 보호하며 기침가래를 삯인다 하였다.

기침감기를 다스리고 고혈압에도 좋다. 말린 열매 30그람을 물 1리터에 넣어 물이 반으로 줄때까지 달여 하루 세번 먹는다.

마른 오미자를 끓일때는 바로 끓이지 말고 찬물에 몇시간 담가서 저절로 우러날정도가 되면 끓이기 시작한다. 오미자를 바로 뜨거운 물에 넣으면 잘 우러나지 않는다.

1979년 가을 서귀포시 거린사슴뒤쪽 임도가 비포장일 때 보이던 흑오미자는 이곳에서 1980년대 초에 절멸해버렸다.

이제는 산중에 둘레길도 그만 내고, 숲가꾸기에 매달려 인위적으로 생태계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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