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다래의 얼룩무늬 잎. (사진=송기남)
쥐다래의 얼룩무늬 잎. (사진=송기남)

개도랫낭은 다래나무과 개다래나무의 제주말이다. 참다래도 산다래도 아니여서 '가짜다래'라는 의미로 개다래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쥐다래다.

열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아기쥐의 얼굴을 닮았다. 열매는 길쭉한 타원형이며 끝이 표족하다. 나무줄기는 잎지는 덩굴성 나무줄기고, 짙은 갈색을띈다. 생존을 위해 숲에서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만 광합성작용을 하며 자랄 수 있다.

초여름쯤 새순이 왕성하게 자란다. 꽃이 필 때면 새 잎은 삼백초의 이파리처럼 백색 얼룩무늬가 생긴다. 멀리서 초록색이 짙어지는 숲을 보다가 흰색의 얼룩무늬를 발견하고 '무슨꽃이 저렇게 흰색으로 피었을까' 다가가 보면 이파리에 생긴 무늬를 보게된다. 식물 초보자이거나 이것을 직접 본적이 없다면 이 식물을 돌연변이종으로 착각할 수 있다.

개다래는 이때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다. 초록초록 숲으로 덮여가는 초여름, 이파리 아래로 손톱만한 꽃들을 피우고 곤충들에게 수정시켜 달라고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파리 아래 숨어있는 꽃들에게 곤충들이 찾아갈려면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곤충들은 색깔을 보고 찾아간다. 꽃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꿀향기가 풍겨나온다. 이것은 곤충들에게 '바로 옆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목적지 부분입니다'며 길안내를 종료하는 것이다.

곤충들은 이꽃 저꽃으로 옮기면서 꿀물을 채집하고 다리에 묻은 꽃가루는 암꽃에 수정을 시키게 된다. 열매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은 다시 숲으로 확산되는 순환이다.

쥐다래의 온전한 열매. (사진=송기남)
쥐다래의 온전한 열매. (사진=송기남)
쥐다래 열매. (사진=송기남)
쥐다래 열매. (사진=송기남)

사람들은 왜 '쥐다래'라 하지않고 '개다래'로 부를까?  생과로 먹을 수 있는 열매에는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고, 먹을 수 없는 열매는 가짜라고 짓는 경향이 있다. 

길쭉하고 매끈하게 생긴 열매가 가을에 노오랗게 익었을때는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 열매를 따서 한번 씹었다가는 맵고 아릿한 맛이 혀를 찌른다. 그대로 벹어내도 한참동안 혓바닥이 아릴 정도다.

열매에는 매운맛과 약간의 아리고 쓴맛이 있어서 그냥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약재로는 훌륭하다.

술과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 중 요산분해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통풍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통풍은 발가락.손가락 관절부터 염증이 생기면서 붓고, 심해지면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어지간해서는 잘 낫지도 않으며 장기간에 걸쳐 식이요법과 함께 병행 치료를 해야 한다.

이것을 치료하는데 훌륭한 약재가 바로 개다래다. 개다래는 8월부터 9월 초순까지 올록볼록 납작하고 못생긴 열매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통풍치료에 쓰는 개다래 충영이다.

벌레가 열매에 알을 낳아서 생기는 암덩어리 열매다. 이 암덩어리 열매들은 제대로 익기도전에 떨어져 썩어버리는 열매다. 벌레들이 상처를 내지않은 열매들만 가을에 노오랗게 익어 씨앗을 퍼뜨린다.

개다래 충영 열매를 설탕에 1대1로 버무려 통에 담아 밀봉해두면 설탕과 열매의 즙이 섞여 발효되어 향긋하고 부드러워진다. 이 액체즙을 최소 6개월 지나서 작은 물컵에 물로 반반씩 희석해 먹는다.

쥐다래 충영과 온전한 열매가 한 나무에 있다. (사진=송기남)
쥐다래 충영과 온전한 열매가 한 나무에 있다. (사진=송기남)

여기서 분명히 말하건대 통풍은 술을 끊고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개다래충영이 통풍에 좋다고 하니 이것을 욕심껏 술로 담가먹다가 더 심해지니 아무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열매를 술로 담가서 먹는 행위는 약주고 병주고 하는 행위다. 이런 어리석은 행동은 삼가해 주시기 바란다.

행정에서 잘못된 숲가꾸기 사업들도 고쳐야 할 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다래나무의 종류들은 땅에서만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식물이다. 홀로 서기를 할수없는 덩굴성 식물이므로 다른나무를 반드시 타고 올라야만 광합성을 하고 꽃을피워 종자를 남길수가 있다.

그런데 다른 나무를 타고 올랐다고 하여 덩굴식물들을 몽창 잘라버리는 숲가꾸기 사업이라면 이것은 숲을 죽이는 사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숲가꾸기 사업을 한다면 숲에 대한 지식을 겸비한 환경 전문가의 입회 하에 식생조사부터 하고, 자를 것과 자르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서 하면 좋겠다.

이 귀중한 자원식물들이 숲에 존재함으로 인해 사람과 자연을 동시에 살린다. 이것은 곶자왈숲이 천혜의 자연병원이자 식량창고이기 때문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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